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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사해328

[6주간 9개국 주유기(7-2)] 파리에 둥지 튼 한중일 문화원 3국3색 프랑스 파리에는 한국문화원, 일본문화원, 중국문화원이 다 모여있다. 이런 경우는 순회특파원을 다닌 9개국에서 파리가 유일했다. 덕분에 나는 세 나라 문화원을 돌아다니며 한중일 세나라 문화외교의 맨살을 살짝 들여다볼 수 있었다. 가장 좋아보이고 멋져보인 곳은? 당연히 일본이다. 순회특파원으로 6주간 세계를 돌면서 나는 일본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꿨다. 어느 무식한 인간이 일본을 '지는 나라'로 폄하한단 말인가. 수백년에 걸쳐 이어지는 '일본문화 열기' 이른바 자포니즘에 비하면 한류는 명함도 못 내민다. 일본은 문화외교도 시스템으로 움직인다는 인상을 받았다. 단기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차근차근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한다. 대학 일본 관련 학과를 지원하고 학생들이 일본을 많이 방문하고 일본문화를 많이 .. 2012. 4. 23.
[6주간 9개국 주유기(7-1)] 프랑스 파리, 선입견은 깨진다 2011년 6월8일 수요일 오후. 하이델베르크역에서 15시46분 기차를 타고 프랑크푸르트에 16시40분 도착했다. 17분 뒤 기차를 갈아타고 파리로 향했다. 파리에 도착한 것은 밤 8시53분. 뜻밖에도 거리가 그리 어둡지 않아 낯설었던 기억이 난다. 낯선 게 또 하나 있었는데 그건 기차역사에 자동소총을 들고 순찰을 도는 군인들이었다. 프랑스 하면 '관용'을 떠올리는 건 순전히 홍세화(진보신당 대표)가 쓴 '나는 파리의 택시 운전사' 덕분이었다. 이 책에서 홍세화는 프랑스의 똘레랑스를 열정적으로 찬양했고 나 역시 무척이나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나중에 홍세화 강연을 들었을 때 나는 홍세화가 '프랑스는 표준이고 한국은 후졌다'는 식으로 모든 걸 재단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프랑스 파리를 .. 2012. 4. 22.
한국가구박물관, 그곳에선 휴식도 호사스럽더라 지난달 23일 방문했던 곳을 이제사 소개하는 걸 보니 시간이 참 잘가긴 잘간다. 한국가구박물관은 표를 구해서 둘러보는 식으로 운영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왠만해선 그냥 구경하긴 힘든 곳이라는 얘기다. 다행히 희망제작소 목민관클럽이 주최하는 포럼 취재차 갔다가 단체장들과 함께 둘러볼 기회를 얻었다. (記者라서 행복해요~~~) 워낙 인상적인 곳이라 꼭 블로그에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국가구박물관에서 만나본 한옥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곳이다. 너른 전망과 넓직한 마당을 거니는 건 그 자체로 휴식이다. 2012. 4. 6.
러시아 대선 의미와 푸틴3기 한-러 관계 전망 올 한해 60회에 이르는 전세계 주요 선거 가운데 러시아가 지난 4일 한반도 주변 4강 가운데 첫번째로 대통령선거를 치렀다. 결과 자체는 하나도 신기할 게 없다. 오히려 너무 진부해 보여서 탈이다. 현직 총리이자 전직 대통령인 블라디미르 푸틴이 63%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했기 때문이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두차례 대통령으로 재직했다가 3선금지 헌법 규정 때문에 총리가 됐던 푸틴은 대통령 재임기간을 4년에서 6년으로 늘려놓은 덕분에 합법적으로 2024년까지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게 됐다. ‘직업이 대통령’이란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대선 결과만 놓고 보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도 아니다. 이번 대선에서 경쟁자들은 모두 ‘대안부재론’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리멸렬했다.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 2012. 3. 12.
6주간 9개국 주유기(6-2) 하이델베르크, 역사가 도시를 살아숨쉬게 한다 하이델베르크에선 1박2일밖에 머물지 못했다. 사실 두고 두고 그 점을 후회했다. 기왕 가는거 하다못해 2박3일이라고 할껄. 하이델베르크는 내게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도시였다. 도시 곳곳에 살아숨쉬는 역사의 흔적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다. 취재도 무척 알찼다. 취재일정을 짜주고 통역과 안내까지 맡아준 심가영님께 큰 도움을 받았는데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심가영님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 꾸벅~ 하이델베르크에선 대략 4년만에 반가운 이들을 만났다. 토마스 케른 박사와 남상희 박사 부부였는데 2006년에 두 분이 한국 시민운동 현지조사를 하러 왔을때 만난게 인연이 됐다. 두 분 덕분에 하이델베르크 옛 시가지와 고성을 둘러볼 수 있었고 셋이서 멋진 저녁도 먹을 수 있었다. 심가영님을 소개해준 .. 2012. 3. 2.
6주간9개국 주유기(6-1) 하이델베르크에서 맛본 독일음식 품평회  순회특파원에 가기 직전 환송회에서 국제부장이 내게 말했다. "여기 저기 가는데 음식기행 같은 칼럼도 한번 써보는게 어떠냐?" 나는 흔쾌히 대답했다. "좋죠.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뭔데?" "저는 입맛이 '절대미각'이라 모든 음식을 맛있다와 맛없다로만 구별합니다. 문제는 95% 이상 음식이 맛있다는거죠." 부장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음식칼럼은 쓰지 말자." 사실 농담이 아닌게 난 음식맛을 잘 모른다. 자취생활을 15년 넘게 해서 입맛이 저렴한 탓일수도 있고, 음식에 별다른 관심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심지어 매운것과 짠 것도 별 구별 없이 먹을 정도여서 가끔 주변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만든 때도 있다. 한가지 다행인건 왠만한 음식에는 별다른 거부반응이 없다는 점. 해외출장 갔.. 2012. 2. 20.
6주간9개국 주유기(5-2) 자전거를 타고 누비는 베를린 한참 기사를 쓰다 주말이 됐다. 순회특파원 되고 나서 거의 처음 누리는 주말이었다. 무얼 할까 고민하다가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나가기로 했다. 베를린은 자전거 타고 다니기에 참 좋은 환경이다. 그날은 다행히 날씨도 맑았다. 기분좋게 누리는 짧막한 휴식. 2012. 2. 20.
이란-미국 갈등에 낀 한국,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질라 지난해 11월8일이 결정적 분기점이었다. 그 전에도 물론 오랫동안 미국과 유럽은 이란을 상대로 경제제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제제재는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별다른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그 날 ‘이란의 핵 프로그램 보고서’를 발표하자 마치 이란을 겨냥한 경제제재가 마치 처음이라도 되는 양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도대체 IAEA 보고서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었던 것일까. 보고서는 이란의 핵 개발 현황이 ‘군사적 활용이 가능한 수준’이라면서 이에 대해 자세히 언급했다. 이례적이었다. 열흘 뒤 IAEA 이사회는 핵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가 의무를 이행하도록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보고서 발표 이후 미국은 이란의 에너지 부문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이란의 중.. 2012. 1. 29.
6주간 9개국 주유기(5-1) 베를린에서 느끼는 분단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5월31일 19시55분에 베를린행 기차가 출발했다. 처음 이용해보는 유레일패스다. 1박2일이 걸리는 여행길이다보니 침대칸도 이용하게 됐는데 좀 좁긴 했지만 이용하기 불편하진 않았다. 여행의 묘미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란 말이 있다. 기차에서 나는 정년퇴직한 노부부를 만났는데 영어가 가능한 할아버지와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그는 자신은 독일인이고 부인은 헝가리인인데 부다페스트 인근에 있는 처가에서 열린 무슨 가족행사에 참가하고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이 할아버지는 흥미롭게도 기자, 그것도 음악전문 기자를 했는데 윤이상 인터뷰를 했던 게 지금도 기억난다고 했다. 그는 당시 인터뷰 기사에서 윤이상의 음악에 대해 동양적 정신을 서양 음악에 잘 융화시킨 음악이라 평했다고 회고했다. .. 2011. 1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