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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호남 사람" 이라는 한덕수에게
홍세화가 세상을 떠난 지 얼마 전 1년이 됐다. 기꺼이 ‘선생’이라는 호칭으로 부르기에 아깝지 않은 흔치 않은 어른이었던 홍세화를 십여 년 전 딱 한 번 만나봤다. 그는 인권연대에서 주최한 수요대화모임 초청강사였다. 당시 홍세화는 차별과 낙인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한국에서 “너 전라도 사람이냐”는 질문, 유럽에서 “너 유대인이냐”는 질문이 어떤 맥락 속에 있는지 예로 들었다. 그 이야기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가슴에 아프게 박혔다.한국 사회에서 “너 전라도 사람이냐”는 질문은 구별짓기와 낙인찍기를 상징한다. “너 경상도 사람이냐” 혹은 “너 서울 사람이냐”는 질문에서는 그런 맥락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미국에서 “너 기독교도냐”와 “너 무슬림이냐”라는 두 질문과 본질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 최근 ..
2025.05.15 16:44 -
서울시 공무원들도 감동시킨 시민제안자 이하율씨
서울시 주민참여예산 체험기(4) 지난 8월10일 서울시민들이 직접 제안한 예산사업을 사전심사하기 위해 모인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운영위원들 시선이 하나같이 앳되 보이는 한 청년에게 쏠렸다. 이 청년은 이날 제출된 아이디어 41건 가운데 12건을 내놓았다. 하나같이 톡톡 튀는 생활밀착형 제안들이었다. 직접 발표하는 걸 들은 김상한 예산과장이 “하도 인상적이어서 박원순 시장에게 표창장 수여를 건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귀띔했을 정도.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제3차 분과회의가 열린 16일 기자와 만난 이하율(29)씨는 지난해까지 직장생활을 하다 지금은 고시준비를 하는 바쁜 와중에 서울시민으로서 참여하는게 즐거워 평소 생각해놨던 것들을 제안했을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처음엔 천만상상 오아시스에 올리려고 했어요...
2012.08.20 08:54 -
조봉암 선생 장녀가 말하는 '아버지'
조봉암 선생 장녀 인터뷰 지시를 받은게 오후 3시. 주소와 연락처를 받고 일단 차를 타고 주소지로 가면서 전화를 아무리 해도 전화를 안 받았다. 주소로 받은 동네로 가서 부동산 중개업소 가소 위치를 대략 파악해 그쪽으로 갔다. 아뿔싸. 산 중턱부턴 차가 갈 수 없는 길이었다. 산길을 올라 주소지를 찾아 찾아 집 앞에 서니 이번엔 무섭게 생긴 개 한마리가 대문 너머에서 시끄럽게 소리지르며 으르렁거린다.초인종을 아무리 누르고 전화를 계속 걸어도 아무 반응이 없다. 인터뷰는 글렀구나 싶어 전화로 보고를 하자 마자 문이 열리고 할머니가 고개를 내민다. 손사래를 치는 할머니에게 10분만 시간을 달라고 해서 결국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개가 무서워서 대문 잠그고 집 앞 계단에서 쭈그리고 시작한 인터뷰는 이런 얘기..
2007.09.30 11:59 -
문체부의 축구협회 감사, "처음부터 홍명보 뽑았으면 아무일 없었잖아"
홍명보를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하는 과정에서 대한축구협회가 여러 차례 규정을 위반했다. 축구협회를 감사한 문화체육관광부는 그렇게 결론내렸다. 문체부가 10월 2일 축구협회의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한 감사 중간발표에서 밝힌 규정 위반의 핵심은 정몽규(축구협회 회장)의 ‘부당한’ 지시와 이임생(기술총괄이사)의 ‘권한 밖’ 감독 선임절차 진행으로 정리할 수 있다.하나씩 따져보자. 정몽규가 했다는 부당한 지시는 무엇일까. 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전강위)는 10회에 걸친 회의를 거쳐 홍명보를 1순위로 한 최종 후보 세 명을 추린 뒤 차례대로 협상하겠다고 정몽규에게 보고했다. 당시 국민 여론은 외국인 감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래서였는지 정몽규는 ‘유럽에 가서 2~3순위인 외국인 후..
2024.10.04 01:50 -
시카고미술관 ‘한국 전시실’… 전직 대한민국 공무원의 솜씨
시카고미술관은 미국 시카고를 대표하는 관광명소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이지만 한국전시실은 협소하고 전시물도 고려청자 정도에 불과해 한국 미술을 느끼기엔 아쉬운게 많았다. 지난해 2월부터 시카고미술관 첫 한국 미술 담당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는 지연수(52) 큐레이터는 26일 서면인터뷰에서 “한국 미술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반영한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코로나19로 계획보다 늦어지긴 했지만 앞으로 한국미술실 개편과 교육프로그램 강화를 준비중”이라고 소개했다. 지씨는 사실 ‘전직 공무원’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미술사를 공부하고 큐레이터로 일하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개방형직위로 국립고궁박물관 전시홍보과장으로 일했다. 그는 “공직 경험이 없는데다 한국 직장에서 일해본 적도 없어 처..
2021.06.01 07:44 -
'닥공' 부활 선언한 거스 포옛 전북현대 감독
2025시즌을 시작하는 프로축구 K리그1에서 가장 큰 주목받는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전북 현대가 새 사령탑으로 선임한 거스 포옛이다. K리그 역대 최고 이름값을 지난 그가 전북을 어떻게 바꾸고 어떤 축구를 보여줄까.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체질개선·위닝 맨탈리티·시스템’ 강조전북 팬들에게 자신의 축구를 보여줄 데뷔전인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2(ACLT) 16강전 포트FC 원정경기를 하루 앞둔 포옛은 12일 서면인터뷰에서 “선수들의 체력, 태도, 몸 상태 등 종합적인 부분을 고려해서 경기를 준비했다. 최상의 컨디션을 가진 선수가 출전할 것”이라며 승리를 다짐했다.포옛은 지난 시즌 리그 10위로 승강플레이오프까지 가는 굴욕을 겪었던 전북이 명예회복을 위해 내놓은 비장의 무기다. 잉글랜..
2025.02.16 10:43 -
선진국일수록 투표율 낮다? 그건 니 생각이고!!!
‘선진국들은 투표율이 낮다?’ 우리 주변에서 그런 ‘상식’을 가진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개인주의가 강해서’ 혹은 ‘굳이 투표 안해도 잘먹고 잘사니까’ 하는 나름대로 그럴듯한 이유가 뒤따른다. 하지만 각국 투표율을 보여주는 간단한 막대그래프만으로도 ‘상식’은 순식간에 ‘근거없는 선입견’으로 바뀐다. 오히려 ‘투표율이 높아야 선진국’이라는 말이 더 ‘사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높은 투표율은 가만히 앉아서 나오는게 아니다. 선진국들은 지금도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제도정비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역대 선거별 투표율 구 분 투표율 구 분 투표율 구 분 투표율 대통령선거 제13대(‘87) 89.2% 국회의원선거 제14대(‘92) 71.9% 동시지방선거 제14대(‘92) 81.9% 제1..
2010.06.01 07:30 -
문화재 밀반출 꼼짝마, 인천공항엔 문화재감정위원이 있다
[공무원 어디까지 아니(29)] 김종민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최근 인천국제공항을 오가는 사람들이 다시 늘어나면서 문화재 밀반출 우려도 함께 높아지게 됐다. 문화재청 소속으로 인천공항에 상주하는 문화재감정위원들은 수많은 문화재를 약탈당했던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는 임무를 맡은 공무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인사혁신처 도움을 받아 김종민 문화재감정위원을 9일 인천공항에서 만나 문화재 지킴이 이야기를 들어봤다. -문화재감정위원의 역할을 자세히 설명한다면.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있는 물건은 현행 문화재보호법으로 해외 반출을 금지한다. 따라서 공항과 항만에서 출국 승객의 수하물과 휴대품, 국제우편에 문화재가 있지는 않은지 살펴야 한다. 그 역할을 우리가 담당한다. 국내 반입을 관할하는 관세청의 요청을 받아 감정..
2022.08.10 08:38 -
남편은 차관, 아내는 국장... 부부 공무원의 세계
최근 정부부처 차관급 인사에서 양성일 보건복지부 기획조정실장이 제1차관에 임용됐을 때 축하인사가 가장 몰린 곳은 환경부였다. 양 차관의 부인이 박미자 환경부 물환경정책국장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1992년 복지부에서 함께 공직을 시작했다. 공직에 몸담은 기간이 둘이 합쳐 얼추 60년을 바라본다. 박 국장은 12일 전화통화에서 “당시만 해도 행정고시 35회 동기 150명 가운데 여성이 5명뿐이었다. 여성 공무원 자체가 흔치 않으니 부부 공무원은 더 드물었다”고 회상했다.여성 공무원 자체가 드물던 시절 부부 공무원이 된 뒤 함께 경력을 쌓다가 이제는 부부가 함께 고위공무원을 하는 사례가 속속 생기고 있다. 이강호 복지부 정책기획관과 김경희 기획재정부 행정국방예산심의관, 백일현 국무조정실 정부업무평가실장과 ..
2020.11.20 07:30 -
K리그2 1위 이끄는 든든한 뒷문… 북한 국가대표 출신 리영직
“내년에는 FC안양 유니폼을 입고 K리그1(1부리그)에서 뛰고 싶습니다.”프로축구 K리그2(2부리그) 안양은 현재 8승3무2패(승점 27)로 선두를 달리며 순항하고 있다. 그 중심에 리영직(33)이 있다. 28일 서울신문과 만난 리영직은 “안양은 K리그1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 이번 시즌 1위 우승만 생각하고 있다”며 팀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리영직은 수비형 미드필더이지만 수비수도 가능한 멀티플레이어다. 9라운드에서 보여 준 기습적인 중거리 결승골과 12라운드 선제골로 이어진 중거리 패스는 안양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리영직은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어느 포지션이든 상관없이 감독님이 원하는 축구를 수행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리영직은 일본 오사카에서..
2024.05.29 14:06 -
잠들면 안돼 거기 책이 있어...독서로 되돌아 본 2023년
2023년이 끝나고 2024년이다. 2023년을 결산해보자. 2023년 한 해 동안 책 100권을 읽었다. 2005년 120권 이후 가장 많이 읽었다. 쪽수로 보면 4만 1891쪽인데, 2005년에 3만 6353쪽이었으니까 독서기록을 작성한 이래 최고기록이라고 할 만하다. 월평균으로는 8.3권, 3491쪽이다. 2022년에는 99권을 읽어서 월평균 8.3권, 3443쪽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미세하게 더 ‘실적’이 좋다고 해야겠다. 2022년에는 논문을 17편 읽었는데 2023년에는 논문을 한 편도 읽지 못했다. 시사IN은 언제나처럼 새해부터 연말까지 나온 52호를 다 읽었다. 여전히 소설은 그다지 읽질 못했다. 새해에 별 생각없이 손에 잡은 (정은궐 지음)가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어서 꽤 흥미진진하게 읽은 ..
2024.01.14 18:01 -
방탄소년단 7명 중 3명 품은 육군 제5사단은 어떤 곳
K팝을 대표하는 방탄소년단(BTS) 소속 지민과 정국이 12월 12일 경기 연천군에 있는 육군 제5보병사단에 입대했다. 이들은 2025년 6월 전역한다. 5사단은 진이 신병교육대 조교로 복무중인 곳이라 5사단에 7명 가운데 3명이 모이게 됐다. 자연스럽게 제5보병사단도 덩달아 전 세계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 사이에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5사단은 강원 철원군에서 경기 동두천시와 의정부를 거쳐 서울로 이어지는 3번국도 방어를 핵심임무로 하는 육군 제5군단 예하 부대다. 중부전선 최전방을 지키다 보니 근무 여건이 열악하고 강도 높은 훈련을 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사단 문양은 숫자 5를 형상화한 열쇠 모양이어서 부대 별칭도 ‘열쇠 부대’이지만 장병들끼리는 휠체어를 닮았다고 해서 ‘휠체어 부대’라고 ..
2023.12.17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