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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5도위원회, 존재 이유를 잊은 채 존재하는 곳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인 정원호와 진재수를 각각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에 임명했다. 조선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에서 이런 보도가 나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는 건 하나도 어렵지 않다. 온갖 욕이 난무할 것이고 일부는 김정은 규탄집회도 열 것이다. 사실 평양에서 서울시장을 임명하는 건 누가 봐도 말이 안된다. 그건 서울에서 평양시장을 임명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게 상식이다. 하지만 현실은 자주 상식을 배반한다. 행정안전부 산하에는 이북5도위원회라는 정식 정부조직이 있다. 평안남북도와 함경남북도, 황해도 등 도지사 5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이고 이를 보좌하는 사무처가 이북5도청이다.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 번듯한 청사 건물까지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60년 넘게 평안남도 도지사를..
2026.02.28 17:51 -
촌철살인 시사만평에 담긴 땀과 눈물...권범철 화백 이야기
한겨레신문에서 가장 먼저 보는 건 ‘한겨레 만평’이다. 하루 동안 있었던 각종 사건사고에서 추려낸 주제를 네모 안에 펼쳐 보이는데 눈길을 주고 1초 안에 빵 터지는 게 매력이다. 그 만평을 그리는 주인공이 화백 권범철이다. 저널리즘학연구소가 주최하는 월례포럼에 초청강사로 온 권범철을 만났다. 그는 '공론장과 시사만화'라는 발표를 통해 자신이 시사만화가가 된 계기로 시작해 오랜 기간 시사만화를 그리면서 느꼈던 시대변화, 그리고 시사만화가 직면한 도전에 대해 말했다. 그가 말하는 ‘시사만화가 직면한 도전’을 듣다보면 그것이 ‘한국사회가 직면한 도전’과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권범철은 시사만화계에서 막내다. 정식으로 만화를 공부한 것도 아니다. 심지어 색맹까진 아니어도 색약이다. 대학 시절 동아리에..
2025.06.27 19:45 -
이북5도위원회, 이경남씨 증언
이북5도위원회 동화연구소 소장으로 오래 재직하다 정년퇴직한 이경남이 있다. 그는 고향이 황해도 안악군이고, 한국전쟁이 일어날 당시 평양사범대학 2학년을 다니다 조선인민군 장교로 징집됐는데 10월 자신의 소대원들을 모두 이끌고 국군에 귀순했고 그 뒤 켈로부대에서 활동했다. 구월산 유격대 참모장을 지내다 1953년 7월 휴전 직후 철수했다. 해방 이후 이북5도위원회와 이북5도민회 관련 활동을 계속했기 때문에 관련 역사를 줄줄 꿰는 분이었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있는 한강이 잘 보이는 아파트에서 2007년에 긴 시간 인터뷰를 했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를 기록 차원에서 옮겨본다. -이승만 대통령은 1949년에 이북5도지사 5명을 임명했다. 직함, 임무 등을 시행령으로 만들었다. 법률근거 없이 도지사 임명하다..
2026.02.23 08:23 -
정수빈, 알바 갔다 깨달은 당구는 내 운명
통계학 전공 금융권 취업 목표였던… 당구 입문 4년 늦깎이 정수빈자타공인 여자프로당구(LPBA) 최강자는 김가영(42)이다. 최근 제주에서 끝난 LPBA 월드챔피언십 2025에선 김가영이 7개 대회 연속이자 개인 통산 14번째 우승을 차지한 것보다 그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져 38연승 행진이 깨진 게 오히려 뉴스가 됐을 정도다. 다만, 김가영이 이미 16강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지은 터라 큰 의미를 두긴 어려웠던 그 경기를 빼면 가장 최근 그를 제대로 이겨본 건 정수빈(25)이다. 지난해 7월 2024~25 LPBA 챔피언십 2차 투어 64강전에서 김가영에 역전승을 거뒀다. 정수빈이 김가영의 뒤를 이을 ‘차세대 퀸’으로 꼽히는 이유다. ●친구 대신 일하러 들렀다가 시작정수빈은 최근 서울신문과 만나 “경기 ..
2025.04.01 08:15 -
무예24기, 조선 무사들의 기상을 엿보다
‘무예24기’ 시범단이 과녁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짧은 소리와 함께 화살이 과녁에 꽂혔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어린이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른다. 어떤 아이들은 활 쏘는 모습을 따라하느라 야단법석이다. 환도를 꺼내 본국검 시범을 보여주자 일본인 관광객들이 “스고이”(대단하다)라며 감탄한다. 수원화성의 혼이 담겨 있는 무예24기 시범이 펼쳐지는 화성행궁 앞에서는 오전 11시가 되면 무예24기 시범 공연이 펼쳐진다. 18일에도 외국인 관광객과 어린이 관람객들이 공연에 눈을 떼지 못했다. 북이 울리자 등나무로 만든 방패인 등패를 든 무사와 칼과 활을 허리에 찬 무사들이 짝을 이뤄 무예를 보여줬다. 등패로 전방을 방어하는 사이 뒤에서는 재빨리 화살을 날린다. 곧이어 장창과 낭선, 기창, 등패까지 든 ..
2016.03.20 14:05 -
조봉암 선생 장녀가 말하는 '아버지'
조봉암 선생 장녀 인터뷰 지시를 받은게 오후 3시. 주소와 연락처를 받고 일단 차를 타고 주소지로 가면서 전화를 아무리 해도 전화를 안 받았다. 주소로 받은 동네로 가서 부동산 중개업소 가소 위치를 대략 파악해 그쪽으로 갔다. 아뿔싸. 산 중턱부턴 차가 갈 수 없는 길이었다. 산길을 올라 주소지를 찾아 찾아 집 앞에 서니 이번엔 무섭게 생긴 개 한마리가 대문 너머에서 시끄럽게 소리지르며 으르렁거린다.초인종을 아무리 누르고 전화를 계속 걸어도 아무 반응이 없다. 인터뷰는 글렀구나 싶어 전화로 보고를 하자 마자 문이 열리고 할머니가 고개를 내민다. 손사래를 치는 할머니에게 10분만 시간을 달라고 해서 결국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개가 무서워서 대문 잠그고 집 앞 계단에서 쭈그리고 시작한 인터뷰는 이런 얘기..
2007.09.30 11:59 -
트럼프가 세계에 던진 화두, 제국은 어떻게 망하는가
세상만사, 책에서 길어올린 이야기 [세책길(33)]피터 헤더·존 래플리 지음, 이성민 옮김, 2024, , 동아시아.미국에서 보낸 1년, 전혀 다른 기억언젠가 동생과 어학연수 당시 경험을 얘기한 적이 있었다. 나는 상쾌했던 시카고 날씨, 공부생각이 절로 나게 만드는 대학 도서관, 친절했던 사람들과 개방적인 분위기를 얘기하며 추억에 젖었다. 가장 즐거웠던 건 세계 각지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서 얘기하는 일이었다.미국으로 이민 온 새 미국인들을 만나고, 조상이 미국으로 건너 온 미국인들을 만나며 세계를 보는 눈이 확 넓어지는 걸 느꼈다. 그들은 일자리와 성공, 기회를 찾아 미국으로 건너온 사람들이었다. 미국을 새 고향으로 삼았고, 미국은 그들을 받아들였다. 이런 게 미국이 가진 힘이 아닐까 싶었다.동생..
2025.10.15 10:42 -
“창동에 한국 첫 대중음악 전문공연장… 도봉을 케이팝 메카로”
서울 도봉구 창동역에 ‘서울아레나 복합문화시설’을 짓는 야심 찬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고 있다. 서울아레나는 창동역 인근 문화체육시설 부지에 면적 5만 102㎡ 규모로 민간자본 5284억원을 투입해 만 1만 8000석 규모의 아레나 공연장, 2500석 규모의 전문공연장 등 복합문화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도봉구에선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에서 진행 중인 민간투자사업 적격성 검토 결과가 나오는 대로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서 2023년 완공을 목표로 삼고 있다. 도봉구에서 아레나 공연장을 공론화하고 나서 무려 12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되는 셈이다. 그 중심에는 집념과 끈기로 도봉구 역사에 한 획을 긋는 프로젝트를 여기까지 끌고 온 이동진 도봉구청장이 있었다. 2011년 7월 아..
2018.11.12 09:44 -
외환위기 20년, "감기걸린 사람을 악성폐렴환자 취급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가 제조업보다는 금융과 서비스업을 중시한 것이 오히려 성장과 분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가 금융과 서비스업을 중시해 왔지만 근본적인 체질 강화를 위해서는 허약해진 제조업을 다시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이 제조업 투자를 늘리고 중소기업과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산업금융 시스템 복구가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4차 산업혁명 논의가 ‘제조업 패싱(건너뛰기)’으로 흘러가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에 대해서도 일반적인 ‘상식’을 비판하며 “감기환자를 수술대에 올리는 바람에 위기를 확대재생산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와 함께 외환위기 과정을 ..
2017.11.21 19:00 -
인천시, '큰 거 한 방'만 찾다 살림 거덜난다
인천시 재정이 어렵다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12/04/05 - 인천시가 불안하다2012/04/05 - 인천시 파산 주의보 "아시안게임 반납하자"2012/07/23 - 체육대회 좋아하다 자치단체 재정 거덜낼라 그런 와중에도 인천시는, 특히 송영길 시장은 다양한 '한 방'을 노린다. GCF 유치와 아시안게임 욕심이 대표적이다. 그것 말고도 사람들이 잘 모르는게 몇 개 더 있다. 송영길은 인천 국제공항에서 남쪽으로 영흥도를 지나 충남 서산시까지 이어지는 도로 건설을 공약으로 제시했고 아직 그 욕심을 버리지 않았다. 사업비만 4조원이 넘는다. 그 돈이면 인천시 부채문제를 상당부분 해소할 수도 있을텐데 송영길은 생각이 다른가 보다. 그 뿐이 아니다. 송열길은 사업비가 무려 317조원이나 되는 초대형 ..
2013.01.07 13:39 -
K리그2 인천 선두 이끄는 몬테네그로 킬러 무고사
“이번 시즌 목표요? K리그2 우승과 득점왕입니다. 하나만 선택하라면, 당연히 우승컵이죠.”유럽 발칸반도에 있는 몬테네그로에서 인천으로 건너온 푸른 눈의 스트라이커 스테판 무고사(33)는 지난 시즌 프로축구 K리그1 득점왕(15골)을 차지했다. 하지만 소속팀 인천 유나이티드가 최하위를 하며 K리그2(2부)로 강등되는 아픔에 빛이 바랬다. 사실 더 놀라운 뉴스는 그 다음이었다. 모두가 인천과 무고사의 결별을 예상했지만 무고사는 인천에 남았다. K리그2 우승과 승격을 위해 뛰는 무고사를 10일 인천 연수구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득점왕도 좋지만 K리그1 승격이 먼저”무고사가 처음 인천에 온 건 2018년이다. 2022년 여름 비셀 고베(일본)로 이적했다가 1년 만에 인천으로 복귀했다. 인천과 함께하는 8번..
2025.07.12 22:02 -
세상을 넓고 깊게 되돌아보기, 대하소설 읽는 시간
세상만사, 책에서 길어올린 이야기 [세책길(31)]켄 플릿, 2015, 거인들의 몰락>, 문학동네.문학중년이 삶의 목표라고 할 수 있는 한 지인과 얘기를 할 때였다. 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고 했더니 이유를 묻는다. 솔직하게 대답해줬다. 소설을 싫어하는 건 아냐. 근데 잘 안 읽게 돼. 왜 그러냐고? 생각해보라고, 소설이라면 대하소설이지. 단편소설은 감질나게 몇 장 읽으면 끝나버려. 재미없잖아. 근데 대하소설은 분량이 엄청나잖아. 길게는 몇 달 동안 붙잡고 있던 적도 있었지.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눈을 떼질 못하겠어. 진짜 문제는 말이야. 세상에는 소설 말고도 읽고 싶은 책이 길게 줄을 서 있잖아. 결국 해법은 하나 뿐이지. 어지간하면 대하소설을 아예 손에 잡지 않는 거야.자연스레 책꽂이에는 언젠가 읽어야..
2025.06.01 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