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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따라 항일운동 투신한 중국인 '리수전'… ‘한국인’ 이숙진으로 잠들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서 도봉산 중턱으로 산길을 올라가면 혜화동성당에서 신자들을 위해 조성한 방학동 묘원이 나온다. 몇 번이고 헤매다 오솔길을 따라가다 보면 주의 깊게 봐야 눈에 들어오는 조그만 무덤이 있다. 지난 4월 묘원에서 만난 조주현(70)은 할머니를 제대로 모시지 못해 마음에 걸린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할머니 이름은 이숙진. 리수전(李淑珍)이라는 중국인으로 1900년 베이징에서 태어나 독립운동가로 한국광복군 창설에 크게 기여한 청사 조성환(1875~1948)과 결혼했다.조성환은 대한제국 육군무관학교 출신으로 1907년 안창호·양기탁·이동녕 등과 비밀결사인 신민회를 조직해 항일구국운동에 투신했다. 그는 1909년 중국으로 망명해 만주에서 무장투쟁에 참여하고 광복군 양성을 위해 애쓰는 등 해방까지 줄..
2024.07.23 07:36 -
조봉암 선생 장녀가 말하는 '아버지'
조봉암 선생 장녀 인터뷰 지시를 받은게 오후 3시. 주소와 연락처를 받고 일단 차를 타고 주소지로 가면서 전화를 아무리 해도 전화를 안 받았다. 주소로 받은 동네로 가서 부동산 중개업소 가소 위치를 대략 파악해 그쪽으로 갔다. 아뿔싸. 산 중턱부턴 차가 갈 수 없는 길이었다. 산길을 올라 주소지를 찾아 찾아 집 앞에 서니 이번엔 무섭게 생긴 개 한마리가 대문 너머에서 시끄럽게 소리지르며 으르렁거린다.초인종을 아무리 누르고 전화를 계속 걸어도 아무 반응이 없다. 인터뷰는 글렀구나 싶어 전화로 보고를 하자 마자 문이 열리고 할머니가 고개를 내민다. 손사래를 치는 할머니에게 10분만 시간을 달라고 해서 결국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개가 무서워서 대문 잠그고 집 앞 계단에서 쭈그리고 시작한 인터뷰는 이런 얘기..
2007.09.30 11:59 -
자다(Jada) - 날씨를 내맘대로
1232년 1월 당시 금나라의 서울인 개봉의 서남쪽 삼봉산(三峰山). 이 곳에서 몽골군과 15만의 금나라군이 나라의 운명을 걸고 맞붙었다. 몽골군 총사령관은 칭기스칸의 막내아들 톨로이(Tolui). 금나라는 완안합달(完顔哈達)이었다. 당시 몽골군의 병력은 1만 3천이라고도 하고, 4만이라고도 한다. 몽골군은 참호를 파고 말과 몸을 숨겼다. 계속된 폭설로 세상은 온통 눈으로 뒤덮였다. 금나라 군대는 사력을 다해 공격을 거듭했지만 큰 타격을 입히지도 못한 채 추위와 허기로 급격히 전력이 약해져 버렸다. 이 때를 놓치지 않고 몽골군은 반격을 시작했다. 금나라의 최정예 부대는 전멸했다. 금나라는 저항할 힘조차 잃어버렸다. 왜 톨로이는 참호를 파고 말과 몸을 숨기는 작전을 썼을까? 기병전은 참호전과는 영 어울리지..
2007.07.21 14:07 -
지방선거, 외면하기엔 너무 중요한
지방선거가 끝났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선거였고, 우여곡절도 많았다. 누군가 표현했듯이, 이기긴 이겼는데 진 것 같고, 지긴 졌는데 이긴 것 같은 결과가 나왔다. 누군가에겐 다 이긴 경기에서 막판 동점골을 엊어맞은 기분이겠고, 또 어떤 이에겐 패색이 짙었던 경기에서 극장골로 무승부를 만든 기분일 듯 하다. 물론 어떤 분들에겐 “오염된 선거”라 “재선거를 해야 한다”고 외쳤던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하니 기분이 오묘할 듯도 싶다. 생각해보니 내가 투표권을 가지고 나서 첫 선거는 1995년 지방선거였다. 역사적인 제1회 전국지방동시선거를 눈앞에서 놓쳤다. 어쩌다보니 구치소에 있어서 투표를 할 수가 없었다. 1996년 총선은 군대에 간 직후라 투표를 못했다. 1997년 대통령 선거는 군대에서 부재자투표를 해야 ..
2026.06.06 16:34 -
탈북자인권 소동이 탈북자를 사지로 내몬다
1. 탈북자 문제의 역설최근 탈북자 북송반대 운동이 한창입니다. 탈북자 출신 청소년들과 차인표 등 연예인들이 가세한 기자회견으로 불이 붙기 시작했죠. 곧이어 박선영(자유선진당 의원)이 단식농성에 들어갔습니다. 박선영 의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그가 단식을 하다 쓰러져서 병원에 누워있는 과정을 담은 사진들이 수십장씩 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박선영 홈페이지) 일부 신문들도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이들은 박선영 단식 소식과 탈북자들의 눈물어린 호소, 중국 당국의 처사 등을 연일 대서특필합니다. 취임 첫 해인 10월 시작한 라디오연설이 2주년 50회가 되도록 단 한 번도 ‘인권’이란 말을 입에 담은 적이 없던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4년차 기자회견에서 (내 기억으론) 처음으로 들먹인 ‘인권’이 바로 ‘탈북자 인권’..
2012.03.05 11:38 -
정수빈, 알바 갔다 깨달은 당구는 내 운명
통계학 전공 금융권 취업 목표였던… 당구 입문 4년 늦깎이 정수빈자타공인 여자프로당구(LPBA) 최강자는 김가영(42)이다. 최근 제주에서 끝난 LPBA 월드챔피언십 2025에선 김가영이 7개 대회 연속이자 개인 통산 14번째 우승을 차지한 것보다 그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져 38연승 행진이 깨진 게 오히려 뉴스가 됐을 정도다. 다만, 김가영이 이미 16강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지은 터라 큰 의미를 두긴 어려웠던 그 경기를 빼면 가장 최근 그를 제대로 이겨본 건 정수빈(25)이다. 지난해 7월 2024~25 LPBA 챔피언십 2차 투어 64강전에서 김가영에 역전승을 거뒀다. 정수빈이 김가영의 뒤를 이을 ‘차세대 퀸’으로 꼽히는 이유다. ●친구 대신 일하러 들렀다가 시작정수빈은 최근 서울신문과 만나 “경기 ..
2025.04.01 08:15 -
남편은 차관, 아내는 국장... 부부 공무원의 세계
최근 정부부처 차관급 인사에서 양성일 보건복지부 기획조정실장이 제1차관에 임용됐을 때 축하인사가 가장 몰린 곳은 환경부였다. 양 차관의 부인이 박미자 환경부 물환경정책국장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1992년 복지부에서 함께 공직을 시작했다. 공직에 몸담은 기간이 둘이 합쳐 얼추 60년을 바라본다. 박 국장은 12일 전화통화에서 “당시만 해도 행정고시 35회 동기 150명 가운데 여성이 5명뿐이었다. 여성 공무원 자체가 흔치 않으니 부부 공무원은 더 드물었다”고 회상했다.여성 공무원 자체가 드물던 시절 부부 공무원이 된 뒤 함께 경력을 쌓다가 이제는 부부가 함께 고위공무원을 하는 사례가 속속 생기고 있다. 이강호 복지부 정책기획관과 김경희 기획재정부 행정국방예산심의관, 백일현 국무조정실 정부업무평가실장과 ..
2020.11.20 07:30 -
[중앙-지방 재정갈등(5)] 전문가 좌담
연례행사가 될 정도로 심각해지는 중앙·지방 재정갈등을 풀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원인을 제대로 진단해야 한다. 서울신문은 ‘재조정’이 필요한 지방재정조정제도와, 분권교부세로 인해 지자체에서 발생하는 ‘역(逆) 전용’ 현상, 그리고 지방재정 악화의 주범이자 특혜와 로비의 대상이 돼 버린 지방세 비과세·감면 제도의 현실을 짚어봤다. 이어 중앙·지방 재정갈등을 해소하고 상생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정부와 학계, 예산감시운동단체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을 초청해 좌담회를 마련했다. 윤영진(이하 윤) 지방재정이 어렵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린다. 최근에는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에서는 ‘복지 디폴트’ 가능성을 언급했고, 교육청에선 누리과정 예산편성 거부를 거론했다. 중앙정부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지난해 국세수입이 계획 대비 ..
2014.11.09 14:35 -
6주간 9개국 주유기(5-1) 베를린에서 느끼는 분단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5월31일 19시55분에 베를린행 기차가 출발했다. 처음 이용해보는 유레일패스다. 1박2일이 걸리는 여행길이다보니 침대칸도 이용하게 됐는데 좀 좁긴 했지만 이용하기 불편하진 않았다. 여행의 묘미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란 말이 있다. 기차에서 나는 정년퇴직한 노부부를 만났는데 영어가 가능한 할아버지와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그는 자신은 독일인이고 부인은 헝가리인인데 부다페스트 인근에 있는 처가에서 열린 무슨 가족행사에 참가하고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이 할아버지는 흥미롭게도 기자, 그것도 음악전문 기자를 했는데 윤이상 인터뷰를 했던 게 지금도 기억난다고 했다. 그는 당시 인터뷰 기사에서 윤이상의 음악에 대해 동양적 정신을 서양 음악에 잘 융화시킨 음악이라 평했다고 회고했다. ..
2011.12.25 18:14 -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반서민 정책이다
한국조세연구원에서 매달 펴내는 재정포럼 2011년 10월호(184호)에 실린 란 글이다. 간략한 요약 발췌도 곁들였다. http://www.kipf.re.kr/finances/news_issue_view.aspx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이하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가 시작된 건 1999년 8월 31일 조세특례제한법 제126조 2항을 만든게 계기였다. 도입 당시에는 2002년 11월 30일까지만 한시적으로 적용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대부분 그렇듯이) 4차례 일몰 연장을 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장 최근에 일몰 연장한 건 2010년 1월 1일 개정이었는데, 여기에 따르면 2011년 말에 일몰에 도래하기 떄문에 폐지해야 한다. 올해 초 이런 사실이 보도되면서 공론화됐다. 물론..
2011.10.29 01:16 -
양들의 파업
[가카께 책 추천해주기 릴레이] 휴가철이고 비는 쏟아지는데 오랜만에 블로그 릴레이나 한번 해볼까. 바로 '가카께 책 추천해주기 릴레이' 되시겠다. 가카께서 이 책은 꼭 좀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싶은 책을 한 권씩 추천해주자는 것 되시겠다. 릴레이를 받아줄 것 같은 블로거 두 명에게 바통을 넘겨 주시면 되겠다. 그럼 나는 누구에게 바통을 넘길까. 먼저, 블로그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자랑하시는 현실창조공간(http://www.realfactory.net/)님. 그리고, 존경하는 강호 고수 바이커(http://sovidence.tistory.com/)님 되시겠다. 부디 이 릴레이가 널리 널리 퍼져 감세와 비즈니스 프렌들리, 그리고 포퓰리즘과 전쟁에 여념이 없으신 가카께 조그만 도움이라도 되길 바랄 뿐이다. 바이커..
2011.08.15 12:13 -
유럽, 유토피아도 양로원도 아닌
취재를 위해 5월 하순부터 7월 초까지 6주 동안 해외를 다녀왔다. 그 중 4주일 가량을 유럽에서 보냈다. 유럽은 뭐랄까. 수백년에 걸쳐 구축해 놓은 우수한 ‘제도’의 힘이 시스템으로 구현되는 모습에 감탄하고, 여유있는 생활태도에서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 전엔 결코 제대로 생각해보지 못했던 유럽의 한계도 눈에 들어왔다. 19세기 전부터 이어져 오던 계급구조가 지금도 소리 소문없이 자연스럽게 똬리를 틀고 있는 모습에 경악하고, ‘교육없는 복지’가 그 똬리를 강화시키는 것에 충격받았다. 존경하는 한 학자가 일전에 한 칼럼에서 이런 얘길 쓴 걸 본 적이 있다. 민주주의를 뼛 속 깊이 체화한 한 노르웨이인 교수가 한국에 가서는 일반적인 한국 교수들과 똑같이 권위주의자..
2011.07.17 1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