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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빠논쟁, 대통령이 묻고 뉴라이트가 답하다
책이란 많이 읽는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엉뚱한 책 잘못 읽었다가 오랫동안 오해와 착각 속에 빠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여러 책을 두루 읽으며 다양한 관점을 비교하면서 자기 관점을 정립하지 않고 한가지 책에 너무 빠져 버릴 때 발생한다. 대통령 이재명이 촉발시킨 난데없는 ‘환빠논쟁’이 딱 그런 경우가 아닐까 싶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지난 12일 업무보고에서 이재명은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박지향에게 ‘환빠논쟁’을 물었다. 이재명은 "역사교육과 관련해 무슨 '환빠 논쟁' 있지 않으냐... 환단고기를 주장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을 보고 비하해서 환빠라고 부르잖느냐. 고대 역사 부분에 대한 연구를 놓고 지금 다툼이 벌어지는 것이잖느냐"고 말했다. 박지향은 "역사는 사료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기본적으..
2025.12.14 19:56 -
방탄소년단 7명 중 3명 품은 육군 제5사단은 어떤 곳
K팝을 대표하는 방탄소년단(BTS) 소속 지민과 정국이 12월 12일 경기 연천군에 있는 육군 제5보병사단에 입대했다. 이들은 2025년 6월 전역한다. 5사단은 진이 신병교육대 조교로 복무중인 곳이라 5사단에 7명 가운데 3명이 모이게 됐다. 자연스럽게 제5보병사단도 덩달아 전 세계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 사이에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5사단은 강원 철원군에서 경기 동두천시와 의정부를 거쳐 서울로 이어지는 3번국도 방어를 핵심임무로 하는 육군 제5군단 예하 부대다. 중부전선 최전방을 지키다 보니 근무 여건이 열악하고 강도 높은 훈련을 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사단 문양은 숫자 5를 형상화한 열쇠 모양이어서 부대 별칭도 ‘열쇠 부대’이지만 장병들끼리는 휠체어를 닮았다고 해서 ‘휠체어 부대’라고 ..
2023.12.17 09:00 -
대머리 놀리면 천벌 받는다, 증거는 성경에 있습니다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고대 로마뿐 아니라 인류 역사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존재감을 뽐내는 인물이다. 천재적인 군사 지도자이자 위대한 정치가, 심지어 고전의 반열에 오른 ‘갈리아 전기’를 저술한 작가였다. 로마 어디에 내놔도 떨어지지 않을 뼈대있는 귀족 가문 출신에 천재, 당대 최고의 미남, 숱한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부러울 것 하나 없는 카이사르조차도 가질 수 없었던 딱 한 가지가 있었다. 카이사르는 대머리였다. 카이사르는 공식 석상에서 항상 월계관을 쓸 수 있게 해 달라고 원로원에 요청했는데 갈수록 휑해지는 앞머리를 가리기 위해서였다는 말이 있다. 개선식에서 병사들이 총사령관을 놀리는 전통에 따라 “시민들이여, 마누라를 숨기시오. 대머리 난봉꾼이 지나간다”라는 노래를 부르자 ‘난봉꾼’ 대목엔 웃어넘..
2022.03.02 10:18 -
억누르는 자와 저항하는 자, 검열과 암호편지
광복80주년, 편지에 담긴 좌절과 희망을 다시 읽다‘청포도’를 쓴 시인으로 유명한 독립운동가 이육사는 1932년 4월 대구를 떠나 홀연히 만주국으로 떠났다. 펑톈(현재 선양)에서 의열단 핵심이었던 윤세주를 만났다. 이육사는 그해 6월 경북 영일군(현 포항시)에 살던 8촌 동생 이상흔에게 보낸 엽서에 이렇게 적었다. “뜻한 바를 뜻한 대로 표현치 못하는 나의 고뇌여. 짐작이나 하여 주겠지?”넉 달 뒤 이육사가 향한 곳은 중국 난징이었다. 의열단이 중국 국민정부 지원을 받아 설립한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에 입학해 군사교육을 받았다. 이육사로선 뜻한 바를 제대로 밝힐 수가 없는 사정이 있었던 셈이다. 일제 강점기는 곧 검열과 감시의 시대였다.일제는 편지를 통해 독립운동 정보를 전달하거나 저항의지를 북돋는 편지..
2025.08.11 13:25 -
이덕일의 '정신승리 사관'과 과대망상 어디까지 갈 것인가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것은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되새기기 위해서도 아니고, 부동산 투기를 고대사까지 확장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서울신문에서 벌써 11회나 연재중인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가 딱 그런 경우다. 명색이 동북항일연군(이북에서 말하는 조선인민혁명군) 연구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근대사 전공 역사학자가 역사학의 기본인 사료비판은 깡그리 무시하며 '정신승리 사관'과 '우리 할아버지 집 크고 넓었다' 두가지로 서울신문 지면을 연초부터 도배하고 있다. 1월 9일자 첫 연재부터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사회가 중심이 없고 혼란스러운 가장 큰 이유는 역사관이 바로 서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정신은 유아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훈계를 늘어놓는다. 역사관을 바로..
2018.03.28 09:09 -
이란혁명으로 축출된 팔레비 왕가, 끝나지 않은 비극
1979년 이란 혁명으로 축출된 무하마드 레자 팔레비 국왕의 적통을 이은 두 왕자 가운데 막내인 알리레자 팔레비가 2011년 1월 4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의 자택에서 자살했다. 향년 44세. 알리레자의 친형 레자 팔레비는 이날 자기 홈페이지에 “알리레자 팔레비 왕자가 죽었다는 슬픈 소식을 동포들에게 전한다.”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보스턴 경찰 대변인은 그가 자기 몸에 총을 쐈다고 전했다. (http://www.rezapahlavi.org/details_article.php?english&article=485) 자신의 아버지를 타도하자고 외치는 혁명과 뒤이은 망명 등 이란을 뒤흔든 정치적 격변은 10대 초반이었던 알리레자에게 큰 정신적 상처로 남았다. 레자는 “다른 수백만 이란 젊은이들처럼 알..
2011.01.06 11:47 -
별빛 쏟아지던 키르기스스탄, 아름다운 꿈을 꾸었다
키스탕? 키르기스스탄에 다녀왔다고 했더니 잘못 알아들은 친구가 엉뚱한 말을 한다. 키르기스스탄이라고 재차 말했더니 이번엔 키르기스탄으로 잘못 말하더니 한 마디 덧붙인다. 근데 키르기스탄이 어딘데? 어딘지 알려줘도 별로 감흥이 없는 듯 하길래 한마디 더 해줬다. 우리가 해방되고 지금까지 대통령 두 명 쫓아냈는데 이 나라는 독립한지 30여년에 벌써 대통령 세 명을 갈아치웠지. 그제서야 관심을 보인다. 그렇게 실없는 얘기를 했던 게 벌써 2년 전이다. 이제는 우리도 느자구없는 대통령 셋을 쫓아내 키르기스스탄과 맞먹을 수준으로 올라섰으니 기특한 노릇이다. 중앙아시아에 스탄으로 끝나는 이름을 가진 나라가 다섯인데 어쩌다보니 세 나라를 가봤다. 세번째로 간 곳이 키르기스스탄인데, 운이 좋아서 일주일 동안 이 나라..
2025.11.09 21:41 -
윤석열 절친의 ‘천부경’ 부적
2022년 대통령 선거가 난데없이 굿판이 돼 버렸다. 명색이 대통령 후보 부인, 그러니까 영부인을 꿈꾼다는 사람이 “도사”니 “무당”이니 하는 말을 거침없이 하는 사람이라는 게 드러났다. 거기다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극도로 친하다는 무슨 법사니 도사니 하는 사람들의 이름까지 거론되고 보니 개판과 굿판 중 어느 게 더 좋은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나로선 그 법사들의 신통력을 검증할 방법도 없고, 王이 될 생각도 없으니 손바닥에 낙서할 일도 없겠다. 더구나 똥침이란 함부로 장난치다 큰일난다(그리고 보복당한다)는 건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법인데 무려 자기한테 했다고 하니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진다. 그런 와중에도 매우 걱정되고도 끔찍한 건 따로 있다. 국민의힘이 네트워크본부를 허겁지겁 해산하는 계기가 됐다는..
2022.01.20 17:00 -
고향세탁의 달인 한덕수와 '악의 평범성'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 끔찍한 악행을 저지르는 모순은 역사에서 꽤 자주 볼 수 있다. 한나 아렌트는 이라는 책을 통해 그런 모순을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으로 제시했다. 물론 너무나 교활하게도 ‘아무 생각없는 공무원’ 행세를 하는 아이히만에게 아렌트가 깜빡 속았다는 얘기도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의 평범성’ 자체는 여전히 두고 두고 곱씹어야 할 통찰력이 아닐까 싶다. 그걸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한덕수. 만화 캐릭터 라바를 닮은 하버드 졸업생, 대통령 권한대행, 중요내란임무종사자. 공교롭게도 한덕수와 두 번 만나봤다. 그는 처음 만났던 2007년에 국무총리 내정자였는데 두 번째 봤던 2023년에도 국무총리였다. 두 자리 모두 한덕수가 한 시간 넘게 하는 얘기를 들었다. 대..
2025.11.05 07:59 -
‘홍명보 나가’를 외치는 분들께
오랜 준비 없인 월드컵도 없어...차분한 응원 팬 문화가 아쉽다최근 축구대표팀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브라질·파라과이와 연달아 친선경기를 했다. 두 가지가 무척 기억에 남았다. 휑한 관중석, 전광판에 홍명보 감독이 등장할 때마다 들리는 야유.축구대표팀은 내년 6월 열리는 2026 북중미월드컵까지 시간이 빠듯하다. 전술을 가다듬고 선수들을 점검하고 상대 팀 분석도 해야 한다. 그런 와중에도 월드컵 열기는 고사하고 기대와 응원조차 찾아보기 쉽지 않은 건 예전과 꽤 달라진 풍경이다. 축구대표팀 관련 기사에는 지금도 홍명보를 불신하고 조롱하고 경질을 요구하는 댓글이 넘쳐난다. 홍명보를 쫓아내는 게 월드컵 성공을 위한 첫 단추라고 생각하거나, 아예 모든 기대가 사라지고 냉소만 남은 사람들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
2025.11.02 00:32 -
김일성 개인숭배가 뉴노멀이 된 평양의 결정적 하루
세상만사, 책에서 길어올린 이야기 [세책길(32)]김재웅 지음, 2024, 예고된 쿠데타, 8월 종파사건>, 푸른역사.각종 K시리즈가 유행하다보니 한국의 문화와 지리, 더 나아가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런 속에서 전세계 많은 이들은 여전히 그 많은 K시리즈를 한반도 북쪽에 있는 또 다른 K와 혼란스러워하거나 비교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싶다. 사실 이 문제는 남과 북 모두에게 아주 오래된 숙제나 다름없다.분명 수천년을 동일한 정치사회문화 속에서 살았는데 왜 이렇게나 다른 나라가 돼 버렸을까. 정치체제는 하늘과 땅 차이인데, 경제 시스템과 성적표는 더 크게 차이가 난다. 무엇보다도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구성하는 국민 혹은 인민들의 사고방식이 무척이나 달라져 버렸다. 무엇이..
2025.09.19 18:13 -
AI와 저널리즘,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만들 수 있을까
자동차가 등장했다.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 사라졌을까.이정환 슬로우뉴스 대표는 오랫동안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기술적 발전이 저널리즘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해왔다. 그 자신이 ‘얼리어답터’인 이정환은 저널리즘학연구소가 주최한 월례강연에서 ‘인공지능과 저널리즘,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발표했다. 이 강연에서 자동차의 등장과 달리기 비유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동차가 등장하고 달리기의 경제적 효용은 극적으로 감소했지만 그렇다고 달리기라는 행위가 사라진 건 아니다. 달리기는 여전히 중요하다. 자동차와 달리기를 인공지능과 저널리즘에 비유하면 이런 질문이 가능하다. “인공지능 이후,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공론장: 누가 규칙을 만드는가 이정환이 말하는 핵심 질문은 이런 것이다. 우리는 이미 ..
2025.07.25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