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說/자작나무책꽂이63 미중 패권 대결 시대,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6) 마이클 베글리,할 브랜즈. 2023. . 부키.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게 외교의 본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한중수교 직후인 1990년대 들어 중국과 접촉을 많이 하게 되면서 중국은 위협이 아니라 그냥 후진국, 그렇지만 고도성장하고 언젠가는 옛 영광을 되찾을 수도 있는 잠재력과 기회의 땅이었다. 1990년대 한중관계가 좋았을 당시 국가주석 장쩌민이 대통령 김대중을 사석에서 “형님”이라고 불렀다는 얘기도 들은 적도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턴 미국의 전횡에 맞서는 대안세력 같은 인식도 생겨났다.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이 한중 양국의 끈끈한 우애를 강조하며 "대일전쟁이 가장 치열했을 때 양국 국민은 생사를 다 바쳐 있는 힘을 다 바쳐 서로 도와줬습니다"라고 강조한 게 9년 전이었다. 일.. 2023. 4. 22. 엉터리 번역이 망쳐놓은 추천도서(5) <마오의 대기근> 프랑크 디쾨터, 최파일 옮김, 2017, , 열린책들. 프랑크 디쾨터(Frank Dikotter)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학자다. 1961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났다는 이 역사학자는 스위스대학교에서 역사학과 러시아어를 전공했다. 1990년 런던 대학교 SOAS(동양 아프리카 연구 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중간에 중국에 2년간 체류했다고 한다. 2006년부터 홍콩 대학교 인문학 석좌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고 한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은 가히 중국현대사를 보는 우리의 시각을 뒤흔들고 뒤바꾸기에 충분하다. 특히 중국 각지에 있는 문서보관소와 공산당 기록 보관소를 뒤져서 찾아낸 다양한 1차자료를 바탕으로 국공내전부터 문화대혁명에 이르는 중국현대사의 ‘공식 역사’ 뒤에 감춰졌던 당대 사람들의 모습을 생.. 2023. 4. 12. 밥으로 풀어낸 우리네 이야기 (정은정, 2021, 한티재) “어쩌나! 벌써 커피머신을 들여놨어요.” 정은정이라는 연구자 혹은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건 몇 년 전 어느 팟캐스트였다. 당시 논란이 됐다는 ‘한국 치킨이 작은지 아닌지’ 명쾌하게 설명하는 걸 들었다. 사실 농촌사회학이라는 게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논쟁이라고 부를 수 있을진 여전히 의문인 소재를 잘 튀겨내고 양념을 버무려서 치킨산업과 식품정책까지 풀어내는 솜씨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리고는 한동안 잊고 있다 최근 우연찮게 이라는 책을 읽을 기회가 생겼다. 하룻밤만에 다 읽어 버렸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생생함과 오랜 연구에서 뿜어나오는 통찰력이 만나면 이런 책이 되는구나 싶었다. 진심으로, 샘난다. 을 읽기 전까지는 농촌사회학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는 이 분은 정말.. 2023. 4. 11. 일본 불교는 어떻게 전투기 헌납하는 종교가 되었나 이찬수, 2023, , 모시는사람들. 인권연대가 주최하는 ‘이찬수 교수의 메이지의 그늘’ 기획강좌 세번째 강좌(2월 14일)는 을 다뤘다. 이날 강의의 주제는 메이지 시대 불교와 전쟁이라는 이질적인 조합이 천황제를 매개로 결합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근대 일본 철학이 불교에 상당한 토대를 두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메이지 시대 철학과 전쟁이라고 해도 가히 틀린 말은 아닐 듯 하다. 먼저 이 교수는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에서 나타났던 국가주의의 사상적 기초를 다룬다. 오규 소라이와 함께 에도막부 시대 일본 성리학의 토대를 닦았던 모토오리 노리나가(1730~1801)는 이(理)를 ‘가짜 마음’[가라고코로]로 규정했는데, 그에 대비되는 ‘진짜 마음’은 자연스럽게 신도(神道)와 연결된다. 여기서 일본.. 2023. 2. 15. 와타쿠시(私) 죽여 오오야케(公)로, 그 뒤에 남는 건 이찬수, 2023, , 모시는사람들. 인권연대가 주최하는 ‘이찬수 교수의 메이지의 그늘’ 기획강좌 두번째 강좌(2월 7일)는 를 다뤘다. 공사 구분은 사회화의 척도이다. 공과 사 구분을 못하는 사람은 부패했거나 책임감이 없거나 못배운 사람이라는 질타를 받기 십상이다. 흥미롭게도 현대 일본의 뿌리인 메이지 시대의 그늘을 잘 보여주는 주제가 공사(公私), 일본어로는 오오야케와 와타쿠시를 바라보는 관점이라는 게 두번째 강좌의 주제다. 이 교수에 따르면 한국이나 중국에서 공(公)은 사회구성원이 모두 따라야하는 대표성이라는 의미와 함께 최고 권력자를 견제하거나 비판하는 상대화 가능성도 내포한다. 이에 비해 일본에서 오오야케와 와타쿠시는 대등하지 않다. 일본에서 ‘사’는 ‘공’에 종속돼 있고 ‘공’은 ‘사’의 은폐.. 2023. 2. 8. 중국이라는 충격, 한국의 선택이 더 걱정스럽다 (3) 한청훤, 2022, , 사이드웨이. 717호(2021년 6월)에서 중국에 관한 매우 흥미로운 여론조사가 실린 적이 있다. 외국에 대한 선호도를 ‘감정온도’라는 개념으로 조사했다. 0도는 매우 차갑고 부정적인 감정, 100도는 매우 뜨겁고 긍정적인 감정이다. 조중미일 네 나라 가운데 미국이 57.3도, 일본 28.8도, 조선 28.6도, 중국 26.4도였다(여기를 참조). 특히 20대는 50~60대에 비해 두 배 가량 반감이 심했다. 한국인들은 조선이나 일본보다도 중국을 더 차갑게 느꼈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어서 화제가 됐다. 은 한국사회 밑바탕에 흐르는 거대한 움직임을 포착한다. 한국인들이 중국을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무리 중국에 비판적인 사람이라도 중국 역사와 문화에는 한 수 접고 .. 2023. 2. 5. 일본 메이지의 그늘, '제사하는 국가'와 '천황교' “일본을 알려면 일본의 제사 문화를 알아야 합니다.” 인권연대가 주최하는 ‘이찬수 교수의 메이지의 그늘’ 기획강좌는 일본에 대한 흥미롭고도 시의적절한 분석을 제시한다. 1월 31일 첫 날 주제는 였다. 이찬수 교수는 메이지유신이 제도화한 ‘영혼의 정치’를 종교학자의 눈으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과거사를 바라보는 한국과 일본의 극단적인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에서 “진정한 사과”를 말하지만 일본으로선 그 말의 맥락을 이해하기 힘들어한다. 그러므로 한일관계 정상화는 죽음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찬수 교수는 “제사를 지내는 건 사실 한중일 공통이지만, 일본의 독특한 점은 죽은 사람은 존엄한 존재인 호토케[佛]가 되고 죽음은 생전의 모든 것을 정화하.. 2023. 1. 31. 우리는 모두 우리가 보고 싶은 환상의 포로다 [책 읽기 정책 읽기(2)] 정의길, 2015, , 한겨레출판. 세상 모든 공부 중에 가장 재미있는 건 역시나 역사(歷史) 공부다. 술자리에서 그 얘길 했더니 한 친구가 아니나 다를까 술 맛 떨어진다며 타박을 한다. 그러더니 이렇게 물었다.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 하나만 꼽아봐라. 그래서 대답해줬다.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단 한가지 교훈은, 사람들은 역사에서 배우지 않는다는 거야. 그것이야말로 역사를 공부할 때마다 느끼는 뼈저린 교훈인 동시에, 역설적으로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얘길 꺼낸 김에 싱거운 농담도 하나 덧붙여줬다. 그래서 말이야, 세상 모든 인간은 전생에 금붕어였던 게 아닐까. 역사책을 읽어 보면 세상 일은 시행착오와 착각과 오만으로 일을 그르친 이야기로 가득하다. 자.. 2023. 1. 26. 엉터리 번역이 망쳐놓은 추천도서(4) <지도 위의 붉은 선> 요즘 지정학 책을 이것 저것 많이 읽고 있다. 예전부터 지도를 좋아했고, 국제관계 역시 관심이 많이 분야다. 두 개를 결합하는 지리정치학, 지정학은 읽는 재미가 있다. 더구나 역사를 통해 지정학을 설명하는 책이라면 도저히 피해갈 방법이 없는 마법가루나 다름없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지정학 책을 번역하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생소한 나라와 발음하기도 쉽지 않은 다양한 지명, 낯선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번역하려면 품이 훨씬 더 많이 들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그렇지 이건 좀 너무했다. 이탈리아 기자 겸 작가가 쓴 (페데리코 람파니 지음, 김정하 옮김, 2022, 갈라파고스)을 번역한 건 책 표지에 적힌 홍보문구가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지도가 말하는 사람, 국경 역사 그 운명의 .. 2023. 1. 13. 이전 1 2 3 4 ···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