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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사해/여행기19

설악산 공룡능선 산행기 시작은 범 무서운줄 모르는 하룻강아지였다. 지인들이 8월 31일 설악산에 같이 가자고 하니 얼씨구나 해서 따라가기로 했다. 우리가 가는 곳이 설악산 공룡능선이길래 그런가보다 했다. 13시간짜리 산행이니 지금껏 겪어본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오래 산을 걸어본건, 그것도 오르락 내리막 뽕을 뽑는 산행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말 그대로 해뜰녁에 출발해서 컴컴해질 때가지 걷고 또 걸었다. 그만큼 기억에 남는 하루였다. 특히 설악산에서 바라본 동해는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었다. 다른 이들에게도 꼭 추천해주고 싶은 멋진 경험, 그런거 없다. 결코 추천해주고 싶지 않다. 그래놓고는 나는 다음에 또 가고 싶은 곳이 공룡능선이다. 아침 7시에 출발했다. 전날 저녁에 8km를 걸어서 도착한 백담사에서 하.. 2019. 9. 26.
철원에서, (탈)분단접근법으로 노동당사를 본다 다른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2004년 12월에 썼던 철원 기행문을 찾았다. 강원도 철원 노동당사를 비롯해 철원 지역을 둘러본 뒤 쓴 건데 추억삼아 올려놓는다. “공산치하 5년 동안 북한은 이곳에서 철원, 김화, 평강, 포천 일대를 관장하면서 양민수탈과 끌려들어가면 시체가 되거나 반 송장이 되어 나올만치 무자비한 살육을 저지른 곳이었다. 이 건물의 뒤 방공호에서는 많은 인골과 함께 만행에 사용된 수많은 실탄과 철사줄 등이 발견되었다.” 철원 노동당사 안내판에 있는 구절이다. 지난 11일 철원답사 길라잡이를 맡은 사진작가 이시우씨는 자신이 조사한 증언을 들려주며 안내문의 글이 얼마나 반공반북 이데올로기로 오염됐는지를 설명해준다. 노동당사 뒤편으로 돌아가자 구멍이 뻥 뚫린 건물 중간으로 계단이 보인다. “자 .. 2019. 5. 24.
투르크메니스탄, 한혈마(汗血馬)를 만나다 지난달 걸그룹 에이핑크의 멤버 정은지가 신곡을 소개하면서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일하는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다”고 하면서 잠깐 주목받은 정도를 빼면 투르크메니스탄은 우리에게 이름조차 생소한 게 현실이다.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투르크메니스탄을 대표하는 이미지는 유럽에서는 ‘파르티아 사법’(射法·말을 달리면서 몸을 뒤로 돌려 활을 쏘는 기술), 동아시아에선 ‘한혈마’(汗血馬·피땀을 흘린다는 천리마) 정도다. 하지만 투르크메니스탄은 파르티아 제국의 수도였던 ‘니사’ 유적지 등 헬레니즘을 대표하는 역사가 살아숨쉬는 독특한 매력으로 가득한 곳이다. 내년 9월 열리는 아시아 실내무도대회를 앞둔 투르크메니스탄을 다녀왔다. 지난 6일 투르크메니스탄 정부가 개최한 아시아 실내무도대회 개막 500일 전 기념행사에서 하이.. 2016. 5. 13.
방글라데시에서 다시 생각하는 '국가의 역할' 출근길 차량과 인력거로 꽉 막힌 방글라데시 다카 시내 도로 한 켠에서 쭈그리고 앉은 그 여인의 뒷모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 눈에 알아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몇 초 뒤, 순식간에 어색한 침묵과 당황스러움이 차 안을 채웠다. 방글라데시는 한반도 3분의 2 되는 국토에 약 1억 6000만명이 산다. 그 많은 인구 가운데 70%는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한다. 가난은 화장실 시설조차 사치스럽게 느끼게 만들어 버린다. 방글라데시 소방방재청 관계자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했던 윤명오(서울시립대 교수)가 1970년도 사이클론으로 인한 사망자 규모를 언급하면서 발표자료에 30만명으로 써 있는 걸 가리키며 “이 숫자 맞는건가요?”라고 확인차 물어봤을 정도로 방글라데시에서 재난이란 비현실적인 수치를 동반한다. 싱가.. 2014. 11. 9.
도봉산 신선대 가는길 5월18일 토요일. 지인들과 함께 도봉산에 갔다. 도봉산역에서 출발해 신선대까지. 얼추 다섯시간이나 걸렸으니 꽤나 걸었다. 올라가는 길은 무척 힘들었지만 신선대에서 바라본 세상은 정말이지 멋졌다. 대피소를 거쳐 올라가다보니 천축사라는 절이 나왔다. 가파른 산 중턱에 석축을 쌓고 그 위에 절을 세웠는데 바로 뒤로 도봉산 봉우리가 보여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독일인으로 보이는 등산객 일행들이 천축사를 보며 사진을 찍고 신기한듯 감탄사를 연발하는게 보였다. 천축사를 지나 본격적으로 신선대를 향해 길을 나섰다. 상당한 난코스였다. 한참을 올라가서 쉬는곳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한 장 찍어봤다. 신선대는 높이가 740미터나 된다. 바위 봉우리가 나타났다. 여기서부터는 철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드디어 신선대. 신선.. 2013. 6. 2.
제주도에서 서양인 해녀를 만나다 제주도에서 올레길을 찾은 와중에 제주해녀박물관도 관람했다. 해녀박물관은 올레길 21코스 출발점에 있다. 해녀에 대해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일제 식민지 시기 해녀들이 주동이 돼 항일운동을 벌였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런데 말이다. 항일운동에 나선 해녀들은 서양인일까? 아니면 서양 여성 중에 제주도에서 해녀가 된 경우라도 있단 말인가. 어떻게 된게 기념탑에 있는 해녀들은 죄다 서양인 얼굴새에 날씬한 몸매를 자랑한다. 가만히 보면 쌍꺼풀도 뚜렷하다. 미인앞에 약해지는 건 나도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다 치고 대충 넘어가기로 한다. 하지만 해녀박물관 내부에 자리한 포토존에서 마주친 해녀를 보고는 빵 터져 버렸다. 포토존이란 게 저 해녀랑 같이 찍으라는 건지 저 해녀를 찍으라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언젠가 .. 2013. 2. 1.
무작정 걸어보기, 제주 올레길 21코스 답사기 나라살림연구소는 꽤나 독특한 조직이다. 아직 사무실도 없고 법인등록도 안돼 있으니 매니아동호회같다고 해야 할까. 1주일에 한번씩 거의 쉬지 않고 1년 넘게 모여서 얼굴 맞대고 예산 얘기로 시간가는줄 모르는걸 보면 단결력은 상당하다. 그룹 채팅방은 잠시라도 조용할 날이 없다. 온작 수다와 정보교환과 정보보고가 오간다. 거의 모든 주제는 공통관심사로 모인다. 바로 '예산'이다. '온갖 예산문제치고 내 관심사 아닌게 없다'는 정신으로 묶인 오덕군자(일본어로는 오따꾸)들이 어찌어찌 제주도로 단합대회를 다녀왔다. 무작정 올레길을 걸었다. 경치가 제일 좋다는 말만 듣고 21코스로 향했다. 제주해녀박물관에서 올레길 출발점에 섰다. 조랑말을 형상화한 '간세'가 우릴 맞는다. 잠시 길을 제대로 몰라 헤매다가 이내 제 길.. 2013. 1. 29.
춘천 삼악산 등산기 산 이름에 '악'이 들어간 산 치고 등산객을 환대해주는 산이 없다고 한다. 과연 삼악산도 이름값은 확실하게 했다. 11월3일 아침 9시30분 무렵부터 12시 반까지 대략 세 시간 삼악산을 올랐다. 의암호 삼악산장에서 출발해 상원사를 거쳐 깔딱고개에 오를 때까지는 새벽까지 술도 마신데다 경사가 원체 급해 온몸이 뻐근했다. 초반부터 정신줄을 반쯤 흔들어버린다. 일행 중에 절반 가량이 상원사에서 포기해 버리고 한 명은 깔딱고개까지 간 다음 '바위산은 내 취향 아니다'며 내려가 버렸다. 결국 일행은 나 포함해 다섯명. 정예용사 다섯은 어쨌든 깔딱고개부터 정상까지 이어지는 바위투성이 산줄기를 타고 올랐다. 삼악산은 소양강, 의암호를 지나 북한강으로 흘러드는 강변을 끼고 있다. 주봉이 용화봉(645m), 청운봉(5.. 2012. 11. 4.
6주간9개국 주유기(3-3) 나일강에선 모스크와 교회가 한눈에 보인다 이집트 나일강은 첫느낌이 한강과 비슷하다. 도시를 가로지르고 폭이 엄청나게 넓다.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나일강 줄기를 바라보며 긴 상념에 잠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달리는 차 속에서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다. 나일강과 첫만남을 기억하고 싶었다. 나일강은 이집트에 엄청난 풍요를 선물했다. 나일강 퇴적물 덕분에 이집트는 한때 로마제국을 먹여살리는 식량기지 구실을 했다. 카이사르나 옥타비아누스가 군대를 이끌고 이집트에 장기간 머물렀던 것은 이집트 밀 생산이 로마제국 안보에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보여준다. 물론 아스완댐 건설 뒤 이집트 농업생산량은 급감했다고 한다. 아스완댐을 건설하자 주기적인 나일강 범람이 사라졌다. 예전엔 농지였던 곳까지 건물이 들어서면서 농지 자체가 줄어들어 버렸다. 이.. 2012. 6.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