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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사해/여행기25

방글라데시에서 다시 생각하는 '국가의 역할' 출근길 차량과 인력거로 꽉 막힌 방글라데시 다카 시내 도로 한 켠에서 쭈그리고 앉은 그 여인의 뒷모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 눈에 알아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몇 초 뒤, 순식간에 어색한 침묵과 당황스러움이 차 안을 채웠다. 방글라데시는 한반도 3분의 2 되는 국토에 약 1억 6000만명이 산다. 그 많은 인구 가운데 70%는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한다. 가난은 화장실 시설조차 사치스럽게 느끼게 만들어 버린다. 방글라데시 소방방재청 관계자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했던 윤명오(서울시립대 교수)가 1970년도 사이클론으로 인한 사망자 규모를 언급하면서 발표자료에 30만명으로 써 있는 걸 가리키며 “이 숫자 맞는건가요?”라고 확인차 물어봤을 정도로 방글라데시에서 재난이란 비현실적인 수치를 동반한다. 싱가.. 2014. 11. 9.
도봉산 신선대 가는길 5월18일 토요일. 지인들과 함께 도봉산에 갔다. 도봉산역에서 출발해 신선대까지. 얼추 다섯시간이나 걸렸으니 꽤나 걸었다. 올라가는 길은 무척 힘들었지만 신선대에서 바라본 세상은 정말이지 멋졌다. 대피소를 거쳐 올라가다보니 천축사라는 절이 나왔다. 가파른 산 중턱에 석축을 쌓고 그 위에 절을 세웠는데 바로 뒤로 도봉산 봉우리가 보여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독일인으로 보이는 등산객 일행들이 천축사를 보며 사진을 찍고 신기한듯 감탄사를 연발하는게 보였다. 천축사를 지나 본격적으로 신선대를 향해 길을 나섰다. 상당한 난코스였다. 한참을 올라가서 쉬는곳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한 장 찍어봤다. 신선대는 높이가 740미터나 된다. 바위 봉우리가 나타났다. 여기서부터는 철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드디어 신선대. 신선.. 2013. 6. 2.
제주도에서 서양인 해녀를 만나다 제주도에서 올레길을 찾은 와중에 제주해녀박물관도 관람했다. 해녀박물관은 올레길 21코스 출발점에 있다. 해녀에 대해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일제 식민지 시기 해녀들이 주동이 돼 항일운동을 벌였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런데 말이다. 항일운동에 나선 해녀들은 서양인일까? 아니면 서양 여성 중에 제주도에서 해녀가 된 경우라도 있단 말인가. 어떻게 된게 기념탑에 있는 해녀들은 죄다 서양인 얼굴새에 날씬한 몸매를 자랑한다. 가만히 보면 쌍꺼풀도 뚜렷하다. 미인앞에 약해지는 건 나도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다 치고 대충 넘어가기로 한다. 하지만 해녀박물관 내부에 자리한 포토존에서 마주친 해녀를 보고는 빵 터져 버렸다. 포토존이란 게 저 해녀랑 같이 찍으라는 건지 저 해녀를 찍으라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언젠가 .. 2013. 2. 1.
무작정 걸어보기, 제주 올레길 21코스 답사기 나라살림연구소는 꽤나 독특한 조직이다. 아직 사무실도 없고 법인등록도 안돼 있으니 매니아동호회같다고 해야 할까. 1주일에 한번씩 거의 쉬지 않고 1년 넘게 모여서 얼굴 맞대고 예산 얘기로 시간가는줄 모르는걸 보면 단결력은 상당하다. 그룹 채팅방은 잠시라도 조용할 날이 없다. 온작 수다와 정보교환과 정보보고가 오간다. 거의 모든 주제는 공통관심사로 모인다. 바로 '예산'이다. '온갖 예산문제치고 내 관심사 아닌게 없다'는 정신으로 묶인 오덕군자(일본어로는 오따꾸)들이 어찌어찌 제주도로 단합대회를 다녀왔다. 무작정 올레길을 걸었다. 경치가 제일 좋다는 말만 듣고 21코스로 향했다. 제주해녀박물관에서 올레길 출발점에 섰다. 조랑말을 형상화한 '간세'가 우릴 맞는다. 잠시 길을 제대로 몰라 헤매다가 이내 제 길.. 2013. 1. 29.
춘천 삼악산 등산기 산 이름에 '악'이 들어간 산 치고 등산객을 환대해주는 산이 없다고 한다. 과연 삼악산도 이름값은 확실하게 했다. 11월3일 아침 9시30분 무렵부터 12시 반까지 대략 세 시간 삼악산을 올랐다. 의암호 삼악산장에서 출발해 상원사를 거쳐 깔딱고개에 오를 때까지는 새벽까지 술도 마신데다 경사가 원체 급해 온몸이 뻐근했다. 초반부터 정신줄을 반쯤 흔들어버린다. 일행 중에 절반 가량이 상원사에서 포기해 버리고 한 명은 깔딱고개까지 간 다음 '바위산은 내 취향 아니다'며 내려가 버렸다. 결국 일행은 나 포함해 다섯명. 정예용사 다섯은 어쨌든 깔딱고개부터 정상까지 이어지는 바위투성이 산줄기를 타고 올랐다. 삼악산은 소양강, 의암호를 지나 북한강으로 흘러드는 강변을 끼고 있다. 주봉이 용화봉(645m), 청운봉(5.. 2012. 11. 4.
6주간9개국 주유기(3-3) 나일강에선 모스크와 교회가 한눈에 보인다 이집트 나일강은 첫느낌이 한강과 비슷하다. 도시를 가로지르고 폭이 엄청나게 넓다.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나일강 줄기를 바라보며 긴 상념에 잠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달리는 차 속에서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다. 나일강과 첫만남을 기억하고 싶었다. 나일강은 이집트에 엄청난 풍요를 선물했다. 나일강 퇴적물 덕분에 이집트는 한때 로마제국을 먹여살리는 식량기지 구실을 했다. 카이사르나 옥타비아누스가 군대를 이끌고 이집트에 장기간 머물렀던 것은 이집트 밀 생산이 로마제국 안보에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보여준다. 물론 아스완댐 건설 뒤 이집트 농업생산량은 급감했다고 한다. 아스완댐을 건설하자 주기적인 나일강 범람이 사라졌다. 예전엔 농지였던 곳까지 건물이 들어서면서 농지 자체가 줄어들어 버렸다. 이.. 2012. 6. 13.
한국가구박물관, 그곳에선 휴식도 호사스럽더라 지난달 23일 방문했던 곳을 이제사 소개하는 걸 보니 시간이 참 잘가긴 잘간다. 한국가구박물관은 표를 구해서 둘러보는 식으로 운영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왠만해선 그냥 구경하긴 힘든 곳이라는 얘기다. 다행히 희망제작소 목민관클럽이 주최하는 포럼 취재차 갔다가 단체장들과 함께 둘러볼 기회를 얻었다. (記者라서 행복해요~~~) 워낙 인상적인 곳이라 꼭 블로그에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국가구박물관에서 만나본 한옥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곳이다. 너른 전망과 넓직한 마당을 거니는 건 그 자체로 휴식이다. 2012. 4. 6.
6주간 9개국 주유기(6-2) 하이델베르크, 역사가 도시를 살아숨쉬게 한다 하이델베르크에선 1박2일밖에 머물지 못했다. 사실 두고 두고 그 점을 후회했다. 기왕 가는거 하다못해 2박3일이라고 할껄. 하이델베르크는 내게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도시였다. 도시 곳곳에 살아숨쉬는 역사의 흔적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다. 취재도 무척 알찼다. 취재일정을 짜주고 통역과 안내까지 맡아준 심가영님께 큰 도움을 받았는데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심가영님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 꾸벅~ 하이델베르크에선 대략 4년만에 반가운 이들을 만났다. 토마스 케른 박사와 남상희 박사 부부였는데 2006년에 두 분이 한국 시민운동 현지조사를 하러 왔을때 만난게 인연이 됐다. 두 분 덕분에 하이델베르크 옛 시가지와 고성을 둘러볼 수 있었고 셋이서 멋진 저녁도 먹을 수 있었다. 심가영님을 소개해준 .. 2012. 3. 2.
6주간9개국 주유기(6-1) 하이델베르크에서 맛본 독일음식 품평회  순회특파원에 가기 직전 환송회에서 국제부장이 내게 말했다. "여기 저기 가는데 음식기행 같은 칼럼도 한번 써보는게 어떠냐?" 나는 흔쾌히 대답했다. "좋죠.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뭔데?" "저는 입맛이 '절대미각'이라 모든 음식을 맛있다와 맛없다로만 구별합니다. 문제는 95% 이상 음식이 맛있다는거죠." 부장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음식칼럼은 쓰지 말자." 사실 농담이 아닌게 난 음식맛을 잘 모른다. 자취생활을 15년 넘게 해서 입맛이 저렴한 탓일수도 있고, 음식에 별다른 관심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심지어 매운것과 짠 것도 별 구별 없이 먹을 정도여서 가끔 주변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만든 때도 있다. 한가지 다행인건 왠만한 음식에는 별다른 거부반응이 없다는 점. 해외출장 갔.. 2012. 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