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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사해/여행기

6주간 9개국 주유기(4) 헝가리 부다페스트

by betulo 2011.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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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국제공항에서 오전 11시30분 비행기를 타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14시 50분 도착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창문 밖에 보이는 부다페스트를 바라봤다. 부다페스트는 원래 부다와 페스트라는 두 도시를 합쳐 부르는 말이다. 도나우강 서쪽이 부다, 동쪽이 페스트다. 내 숙소는 페스트에 있다. 아래 사진은 그러니까 페스트 시내 모습인 셈이다. 




부다페스트에 돡한 날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렸던 날이기도 했다. 한국인 운영하는 헝가리식당에서 맥주를 벗삼아 경기를 봤다. 결국 일방적으로 경기가 끝나면서 맥주만 더 축내게 됐다. 식당 한켠에 영국에서 왔다는 노인관광단 열명 가량이 경기를 봤는데 이들 역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윔블던에서 FC바르셀로나에 그렇게 당하는게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닌 듯했다.

딱 한명만 빼고. 하얀 수염으로 얼굴을 반쯤 덮은 이 할아버지는 자신이 FC바르셀로나 열혈팬이라며 경기 시작 전부터 지조를 지키더니 경기가 계속될수록 바르셀로나 응원가를 부르며 흥겨워 어쩔 줄 몰라했다. 

어쨌든 박지성이 속한 팀이 그리 당하는걸 보려니 경기 자체가 흥미가 떨어졌다. 하여 식당 밖에 잠깐 나가서 도나우 강바람이 쑀다. 그 식당은 강 바로 옆에 위치해 있었다. (식당 이름은 잊어벼렸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운행을 마치고 정차해 있는 전차. 그 다음은 식당 바로 뒤편에 위치한 옛 성당이었다. 이 식당이 참 독특한 곳인데, 무엇보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성당의 한켠 부속건물을 개조해 운영하고 있다. 당국에서 임대해서 운영하는건데 자연스레 운치있고 풍광도 좋은 곳에 자리잡게 됐다.

식당을 운영하는 이범규 사장님은 10여년 전에 헝가리로 이주온 뒤 공생끝에 자리를 잡은 분이다. 그분의 인생역정을 듣는 재미도 부다페스트 여행의 또다른 묘미였다. 이 분이 운영하는 식당 음식도 맛있지만 현지 가이드도 겸업하시는 덕분에 부다페스트 시내구경을 잘 할 수 있었다. 이 글을 빌어 이 사장님께 꾸벅~~~ 




부다페스트 시내 한쪽에는 영웅광장이라는 꽤 넓은 공원이 있다. 이 공원에는 Vajdahunyad Castle이라는 성이 유명하다. 성 곳곳엔 지금도 쓰이는 정부 청사 건물과 성당 건물이 운치를 더한다. 


헝가리 농업박물관(Magyar mezogazdasagi muzeum) 아시안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증거를 많이 볼 수 있는 농기구나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다.



야키 수도원교회(Jaki templom) 1256년경 건축된 베네딕토회 수도원 교회. 현재도 결혼식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 헝가리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장소중 하나.




아노니므스(Anonymvs) 동상. 익명의 역사가로 일컫는 동상인데 오른손에 쥐고 있는 펜촉이 유난히 광채가 난다. 헝가리 사람들 사이에선 이 펜을 잡으면 공부도 잘하고 명석해 진다는 속설이 있어서 너도 나도 문지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전거를 활성화하는건 자전거도로만 여기저기 만든다고 되는게 아닐게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사람들이 자전거를 탈텐데, 안타깝게도 서울에선 생명의 위협을 느꼈던게 한두번이 아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바쁜 탓도 있겠지만 차는 많고 자전거가 한 구석에서 눈칫밥 먹으며 페달을 밟아야 하는건 정말이지 곤욕이다. 부다페스트 시내에서 자전거 통행을 위한 별도 신호등이 있는 걸 보고 무척이나 부러웠다.

삶의 속도랄까. 이곳에선 전차가 아주 많은데 속도는 서울 기준에서 보면 상당히 느린 편이다. 여유가 있는 셈이다. 새 빌딩 짓느라 바빠서 예전 건물 있는데로 부수지 않아서 아직도 고풍스런 건물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적어도 이방인 시각에서 보면, 경제위기 어쩌고 저쩌고 해도 부다페스트는 서울보다 훨씬 따사롭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우연히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볼 기회를 얻었다. 시위대의 정체는? 바로 경찰들이다. 경찰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시위대 옆에서 질서유지 하고 있는 사람들도 경찰이다. 국회의사당 건물 옆 공원 한켠엔 농성자들이 만들어놓은 천막도 있다. 우리로 치면 국회의사당 경내에서 천막농성을 하는 셈이다. 

경찰도 노동자니까 경찰노조도 당연하거 아니겠나. 경찰노조 못만들게 막는게 몰상식인게지. 최소한 대다수 경찰들이 노조원이 되면 노조집회에서 용역깡패들이랑 한편먹고 조합원 때리는 일은 없어지지 않을까...하는 순진하기 짝이없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헝가리 국회의사당은 조금 있다 설명해드리리고 하고 일단 부다페스트의 명물 중앙시장을 감상하시기 바란다. 100년을 바라보는 이 시장은 우리로 치면 남대문시장 정도 되려나. 큰 건물 안에 시장을 세워놨고 이 안에서 중소상인들이 저마다 장사에 열심이다.





도나우 강변에 위치한 헝가리 국회의사당은 1885년부터 1904년까지 걸쳐서 건립됐는데 신고딕양식 건물로 지금도 건축학적으로 인정받는 건축물이다. 당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으로 최고 전성기를 누리던 헝가리를 대표하는 건축가가 설계했다고 하는데, 건물 안에는 대형 얼음을 이용해 찬 공기를 회전시키는 에어컨 시설까지 갖춰져 있었다고 한다. 그 에어컨은 20세기 후반까지도 사용했을 정도였다니 당대 헝가리가 얼마나 잘나갔는지 짐작이 간다. 

길이 268m, 폭 123m로 규모가 크고 691개의 방이 있으며 돔의 높이는 96m나 된다. 의사당 앞 광장에는 헝가리의 영웅인 코슈트(Kossuth)와 라코지(Rakoczi)를 기념하는 동상이 세워져 있는 코슈트 라요슈광장(Kossuth Lajos Ter)이 있다. 

 


헝가리의거 추모비 묘비 안에는 헝가리국기 아래 짓밟는 붉은별,낫과 망치의 모습이 담겨 있다


구멍난 국기 1956년 10월23일 헝가리의거 당시 소련 지배에 저항한 노동자,학생들이 공산당의 상징물인 국기안에 붉은별을 찢어낸 모습을 재연했다.


56횃불. 1956년 헝가리 의거를 추모하고 잊지 않는 교훈을 담은 꺼지지 않는 횃불.




의사당 한켠에선 복원 공사가 한창이다. 건물 벽이 불에 탄 것처럼 까만 것은 건물 벽에 사암을 썼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암은 세월이 지나면 저렇게 까많게 된다고 들었다.


헝가리의 전성기를 회고하는 또다른 기념물은 바로 영웅광장이다. 1896년 헝가리 건국 1000년을 기념해 만들기 시작해 1929년에야 완성했다고 하는데 지금도 중요행사가 있으면 꼭 들르는 곳이라고 한다. 5월30일 오전에도 경찰들이 삼엄하게 순찰을 돌고 있어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총리 등 정부 관계자들이 이곳을 방문해 헌화했다고 한다.

영웅광장 가운데에는 높이가 36미터나 되는 원주기둥이 서 있는데 꼭대기에는 대천사 가브리엘이 서 있다. 그 주위 받침대에는 마자르족을 구성하는 7대 족장들이 말을 타고 있다. 바깥으로는 헝가리 역사를 대표하는 지도자와 장군 등 근대 지도자 14명 동상이 있다.  










부다페스트에 왔다면 부다 왕궁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아래 사진을 보면 도나우강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고 저 멀리 페스트가 펼쳐진다. 이렇게 전망이 좋은 곳이 어디일까. 바로 부다성(헝가리어: Budai Vár)이다.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선정됐다. 

부다성은 도나우강 바로 옆 구릉 위에 세운 왕성이다. 주변 지세가 워낙 평탄해서 낮은 구릉이라 성 자체가 실제보다 굉장히 높고 위압적으로 비친다. 적의 움직임을 살피기에 좋아서 군사적으로도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헝가리 벨라 4세는 1242년 바토(Batu; 칭기스칸의 큰아들 조치의 둘째아들)가 이끄는 몽골군을 피해 이곳으로 피신한 뒤 도나우 강변 언덕에 성과 요새를 세웠다고 한다. 이후 여러차례 파괴와 재건축을 되풀이했단다.  







아래 보이는 건물은 마차슈 성당(Mátyás templom)인데 부다 성 안에 자리잡고 있다. 13세기 중반 벨라4세가 지었고 이후 몇 차례 증축했다고 하는데 700여년 동안 대관식을 비롯한 각종 국가행사를 이곳에서 거행했다고 한다. 



총리 관저. 관광객들이 건물 바로 앞을 지나다니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



헝가리는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측에 가담했다. 부다 성에는 사령부가 들어섰다. 그 대가로 엄청난 공습에 시달려야 했고 많은 건축물이 파괴됐다. 지금도 복구가 끝나지 않은 폐허와 건물 곳곳에 남아 있는 총탄자국에는 헝가리가 겪어야 했던 질곡많은 근현대사가 숨어 있다. 






바다 성에서 바라본 도나우강. 저 멀리 의사당이 보인다.



어부의 성채(Halászbástya)라는게 있다. 부다 성 주변으로 고깔 모양을 한 첨탑 일곱 개가 있는데 이는 헝가리를 처음 세운 마자르족을 구성하는 7대 부족을 상징한다고 한다. 왜 이름이 어부의 성채일까. 위키피디아에는 두가지 설이 나오는데 하나는 지역방위를 위하여 18세기에 어부들이 축조하여 놓았기 때문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옛날에 어시장이 있던 장소 때문이라고 한다. 






이슈트반 대왕(Istvan kiraly) 997년에 왕위에 올라 1000년도에 헝가리를 기독교국가로 세운 왕이며,유럽국가 문화에 동화시키는 기본을 정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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