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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4 17:15

문화부가 말하는 이론과는 어디인가

문화부 "한예종 이론과 축소, 서사창작과 폐지" 글을 올리고 나서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은게 “제가 다니는 과거 왜 이론과인가요?”입니다. 제 나름대로 이것저것 자료를 분석해보고 취재도 해봤는데요.

결국 핵심은 두가지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가 감사보고서에서 지목한 이론과는 어디인가, 그리고 왜 문화부가 말하는 이론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가 말하는 이론과가 다른가. 게으름 때문에 그동안 미뤄뒀던 일을 하려 합니다.

첫 번째 단서는 문화부가 처분요구서에서 밝힌 <2009 년도 이론학과 신입생 출신고 현황> 표에 있습니다. 문화부가 지목하는 이론과 현황이 나옵니다. ▲음악원 2명 ▲연극원 17명 ▲영상원 75명 ▲무용원 5명 ▲미술원 10명 ▲전통원 9명 ▲협동과정 15명. 모두 133명이 올해 신입생입니다.

한예종에 잇는 학과 가운데 ‘이론’이라는 이름이 붙은 학과는 영상원 영상이론과, 무용원 무용이론과, 미술원 미술이론과 등 세 곳입니다. 취재해보니 한예종 내부에서는 이 3개 학과에 더해 음악원 음악학과, 연극원 연극학과, 전통예술원 한국예술학과 등 3개 학과도 이론과로 분류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한예종이 말하는 이론학과는 6개입니다

한예종 기준대로라면 문화부가 제시한 이론학과 신입생 숫자에 턱없이 모자랍니다. 가령 올해 영상원 영상이론과 신입생은 11명인데 문화부는 영상원 이론학과 신입생이 75명이라고 했지요. 연극원 연극학과 입학생은 5명에 불과한데 문화부 자료에는 연극원 이론학과 신입생이 17명이라고 돼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한예종이 말하는 이론학과와 문화부가 말하는 이론학과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문화부가 말하는 이론학과는 한예종 내부기준 6개 학과를 포함한다고 가정할 수 있겠지요. 한예종이 이론학과라고 하는데 문화부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단서는 역시 문화부 스스로 밝힌 신입생 숫자입니다.

영상원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지요. 문화부 기준으로 75명으로 숫자가 가장 많습니다. 짐작하기로는 문화부는 영화과와 방송영상과, 영상이론과를 이론학과 범주에 포함시켰습니다. 왜냐하면 올해 영화과 입학생이 44명, 방송영상과 입학생이 20명, 영상이론과 입학생이 11명. 합계 75명이기 때문입니다. 문화부가 밝힌 75명과 일치합니다. 애니메이션과 15명, 멀티미디어영상과 15명은 숫자 조합이 안 맞습니다.

연극원도 문화부 기준 17명에 부합하게 조합해서 추정이 가능합니다. 제 글에 댓글을 달아주신 meli님은 “연극원 17명이 이론학과라면 연기과·무대미술과를 제외한 연출·극작·연극학과 신입생 모두를 말합니다.”라고 하셨는데요.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여기에 협동과정은 서사창작과와 예술경영과가 해당됩니다.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한예종이 말하는 이론학과

문화부가 추가한 이론학과

영상원

영상이론과

영화과, 방송영상과

무용원

무용이론과

 

미술원

미술이론과

 

음악원

음악학과

 

연극원

연극학과

연출과, 극작과

전통예술원

한국예술학과

 

협동과정

 

서사창작과, 예술경영과


이론학과 범위에 대해 한예종과 문화부가 서로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이제 문화부가 설정한 기준이 적절한지 검토할 순서입니다.

한예종 감사 시작 전에 결론이 있었다?

제가 보기에 문화부는 이론학과를 축소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려놓고 감사에 임했습니다. 이런 순서가 되겠지요.

한예종은 문제가 많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그 근거는 이론학과가 지나치게 많은 것에서 찾습니다. 그러기 위해 이론학과는 많아야 합니다. 이론학과가 문제라는 근거는 인문계 출신들이 더 들어오고 예술고 출신은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에서 찾습니다. 예술고 출신들이 적게 들어오는 문제는 이들이 “실기 능력을 갖”췄다는 것에서 찾습니다. 자연스레 한예종은 실기능력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는 학교가 돼 버립니다.

자 그럼 여기까지 논리를 전개한 다음에 그게 다시 환류과정을 거칩니다. 한예종은 실기만 해야 한다. 그러니까 실기능력을 갖춘 예술고 출신들만 가야 한다. 그런데 인문계가 많이 들어간다. 왜냐하면 이론학과가 많아서 예술고 출신들이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한예종이 문제라는 거다.

문화부는 기본적인 사실은 언급했을지 모르지만 진실은 숨겼습니다. 먼저 문화부는 무리하게 이론학과를 늘려잡아서 정당성을 주장하려 하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논리적 모순이 드러납니다.

문화부는 서사창작과가 이론학과라고 할지 모르지만 처분요구서조차 서사창작과가 “일반대학의 문예창작과와 유사”라고 했습니다. 중앙대 문예창작과가 이론학과라고 하면 누가 믿을까요? 그리고 문화부 스스로 서사창작과의 교육내용이 “글쓰기, 시,소설 창작 워크숍 등 주로 시,소설 창작을 위한 과목”이라고 돼 있습니다. 문화부 스스로 서사창작과 교육내용이 ‘이론’이 아니라고 인정한 꼴이죠. 

연출과나 극작과, 영화과, 방송영상과도 따져보면 실기와 이론이 모두 필요한 학과들입니다. 연출 공부 시키면서 가령 브레히트의 연출이론을 안가르친다? 극작과에서 영화 디워에서도 논쟁의 대상이 됐던 아리스토텔레스 연극이론을 빼먹는다? 이거 상상이 안갑니다. 하다못해 제가 대학시절 교양과목으로 수강한 영화 과목에서도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론에 시험준비하느라 애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출신고로 나누는 치졸함

출신고로 따지는 것도 허망합니다. 한예종 신입생 상당수가 다른 대학을 다니거나 졸업한 후에 입학합니다. 출신고만 따지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제가 전화인터뷰한 한예종 학생도 “영화과는 30대 학생이 많다. 다른 대학 다니다 온 사람들이다”라고 말합니다.

 

문화부가 설정한 출신고로 따져보더라도 허점이 많습니다. 가령 문화부의 <09년 이론학과 신입생 출신고 현황>을 보면, 인문계 출신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 영상원(56명)이고 그 다음이 연극원(15명)입니다. 영상원은 인문계 출신이 56명이고 예술고 출신이 4명, 연극원 인문계 출신이 15명, 예술고 출신이 0명입니다.

영상원은 한예종 기준과 달리 영화과와 방송영상과가 이론학과에 들어갔고, 연극원은 연출과와 극작과가 이론과에 들어갔습니다. 영화과와 방송영상과 입학생이 64명, 연출과와 극작과 입학생이 12명입니다.

문화부 자료에서 영상원과 연극원에서 문화부가 꼽은 이론학과를 빼고 나면 이론학과 입학생은 불과 42명으로 줄어듭니다. 거기다 전통원은 예술고 출신이 6명으로 인문계 출신 2명보다 더 많습니다. 여기서 저는 영상원과 연극원에서 이론학과가 늘어난 게 미리 정해놓은 결론을 입증하기 위해 나중에 넣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겁니다.

예술고 출신들은 실기능력이 있고 이들이 많이 많이 입학해야 한다는 것도 진실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아까 그 학생은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우리나라 예술고 가운데 영상을 가르치는 곳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또따른 한예종 관계자도 “연극원 연출과와 극작과는 예술고에서 가르치질 않기 때문에 예술고 출신들이 들어오기가 힘들다.”라고 귀띔했습니다.

문화부는 스스로 이론을 어떻게 정의하는지도 밝히지 않고 처분요구서에서 이론과 관련한 용어를 남발하고 있습니다. 이론분야, 이론교육, 이론 전공학과, 이론과정교육, 이론 과목, 이론 교과, 이론 교육 시스템, 이론학과 등... 문화부가 생각하는 이론이란게 도대체 뭘까요?

아까도 인용한 meli님은 연극학과 학생입니다. 그분 말씀을 인용하는 것으로 부족한 글을 마치겠습니다.

“저는 연극학과 학생이고, 당연히 연극원에서 그들이 말하는 '이론교육'이 전문적으로 이루어지는 과는 저희 과라고 생각했으며, 이론과 실기라는 접근방식에 따른 차이를 놓고 교묘히 설치령의 일부분을 빌려와 주장하는 것에 모욕감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생각하는 이론학과란 범주는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생소하고 해괴한 것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확인하고보니 모욕감을 느끼는 것도 그들에겐 과분하고 그저 헛웃음이 날 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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