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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문화부가 우기는 한예종 이론학과 실제 교과과정은

by betulo 2009.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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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감사전문가 "문화부 감사보고서는 함량미달") 통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말하는 한예종 이론학과는 한예종 스스로 인정하는 이론학과(영상원 영상이론과, 무용원 무용이론과, 미술원 미술이론과, 음악원 음악학과, 연극원 연극학과, 전통예술원 한국예술학과)에 영상원 영화과․방송영상과, 연극원 연출과․극작과, 협동과정 서사창작과․예술경영과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밝혔다.

그리고 나서 불현듯 궁금해졌다. 실제 어떤 교과목을 가르치고 있길래 문화체육관광부가 6개 학과를 이론학과라고 주장하는 걸까. 한예종 홈페이지에서 6개 학과 학과소개와 교과과정을 검토해봤다. 상호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 글에서 ‘이론’이라 함은 교과목에 이론이라고 써 있거나, 뭔가 손이나 몸으로 하지 않고 펜대로 끄적이거나 머리를 굴리는 종류의 공부로 ‘조작적 정의’를 하도록 한다.

먼저 문화부가 대놓고 폐지하라고 요구한 협동과정 서사창작과를 보자. 서사창작과는 자기 학과를 이렇게 소개한다. “서사창작과는 사소한 것을 사소하지 않게 여기는 감수성과 현상을 통찰하는 인문학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정확하고 개성적인 언어로 스스로를 표현하는 ‘창의적인 픽션 작가’를 육성한다.”

서사창작과는 기존 장르의 문법과 관성의 틀에 갇힌 전통적 문예창작 교육을 지양하고 다양한 예술적 체험을 통해 예기치 못한 발상과 도전적 실험정신을 갖춘 작가를 육성하고 있다. 6개원으로 포진된 본교의 풍부한 자원을 적극 활용해 타 예술과의 학제 간 교과 교류를 적극 지원하여 장르간 역동적 피드백이 활성화되는 장르융합 교육을 특성화한다.

전통적인 소설, 시 창작에 그치지 않고 타 예술과의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학생 스스로 찾아내어 이전에 없었던 ‘New Fiction Writing', ’Mixed of Creative Writing'을 실험하고 실현시킨다. 전공필수를 최소화하여 학생들이 관심에 따라 본교의 다양한 예술교육프로그램을 선택하여 자신의 교과내용 밑그림을 스스로 디자인하도록 한다.

출처: 한국예술종합학교 홈페이지 서사창작과 소개

이론을 잘하는 학생을 육성한다는 말은 안 나온다. 그럼 실제 교과과정은 어떨까.

2009~2010 협동과정 서사창작과 교과과정(예술사)을 보자. 전공필수가 13과목이다. 이 중 글쓰기가 4과목, 플롯구성워크숍, 성격창조워크숍, 시창작 워크숍과 소설창작워크숍이 각 2과목, 졸업작품 2과목 등이다. 전공선택은 10과목인데 △한국문학의 현재 △아시아적 전통의 탐구 △한국현대시연구 2과목 △한국현대소설연구 2과목 △창작연습 2과목 △취재연습 △영화와 소설 등이다.

이론과목으로 짐작할 수 있는 건 △한국문학의 현재 △아시아적 전통의 탐구 △한국현대시연구 2과목 △한국현대소설연구 2과목 △취재연습 △영화와 소설 등이다. 이 정도면 이론학과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솔직히 서사창작을 하는 사람이면 이 정도 이론과목은 배워야 하는거 아닌가? 만약 문화부가 말하는 ‘일반’ 대학 문예창작학과에서 이 정도도 가르치지 않는다면 그건 그 대학들이 문제가 있는거다.

2009~2010 협동과정 서사창작과 교과과정(2년제 전문사)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전공필수과목은 △픽션창작세미나 △시창작세미나 △장르융합 글쓰기 △Thesis 창작 워크숍 등 4과목이다. 전공선택 10과목 가운데 이론 쪽으로 보이는 건 현대문학이론과 영상문학론 뿐이다.



다음으로 영상원 영화과를 보자.

[용어설명] 예술사와 전문사

예술사(대학)과정: 예술실기와 예술이론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4년제 대학과정으로서 이 과정을 이수한 자는 고등교육법 제59조 제4항 및 본교 학칙에 의거 학사학위를 수여합니다.

예술전문사(대학원)과정: 고도의 전문예술인을 양성하기 위한 대학원에 상당하는 2년제 및 3년제의 교육과정으로서 이 과정을 이수하고 예술전문사 증서를 취득한 자는 한국예술종합학교설치령 제12조에 의해 상급학교 입학에 있어서 석사학위의 학력을 인정받게 됩니다.

출처: 한예종 홈페이지


한예종 홈페이지에서 찾은 교과과정(전문사 2년과정)은 전공별로 연출, 촬영, 편집, 음향, 극영화시나리오, 프로듀싱 등으로 구분했다. 무슨 무슨 이론이라는 과목이 얼마나 될까. Ctrl+F 누르고 ‘이론’으로 검색을 해봤다. 편집전공 전공선택에 편집이론, 극영화시나리오 전공선택에 서사이론세미나가 나온다. 달랑 두 개다. 그러고도 ‘…론’으로 돼 있는 이론과목이 있다고 할까 싶어 그것도 검색해봤다. 없다. 아까 나온 두 개가 전부다.

영화과에서 가르치는 과목이라고는 전공필수조차 영화연출분석, 초급프러덕션 워크숍, 촬영초급, 촬영중급, 편집, 영화음향기초, 음향공학, 대사편집, 시나리오 워크숍, 마케팅과 배급… 뭐 이런 것들 뿐이다.

서편제 조감독 출신이자 직접 영화를 감독한 적도 있는 영화과 교수를 비전공자로 몰아세웠던 문화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 영화과를 감사했길래 한예종 영화과를 이론과라고 하는걸까.


연극원 극작과 교과과정(예술전문사 3년 과정)도 댜를게 없다.

공통과목은 △현장실습 △공연 △모의제작 △예술철학 △연출가연구 △연출세미나, 전공필수과목은 △희곡쓰기 1~4 △창작포럼 △극작법세미나 1~3 등이다. 백보를 양보해도 예술철학 정도가 이론과목에 해당한다.  


검토결과 다른 학과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나씩 하나씩 모두 얘기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학과소개는 맨 아래 일괄 소개하고, 교과과정은 파일을 첨부할테니 직접 보고 판단들 하시라.


그래도 결론은 내놓아야 할 것 같다. 문화부는 처분요구서 어디에도 이론학과가 어디어디라고 명시적으로 얘기한 적 없다. 다만 문화부 스스로 밝힌 입학생 현황 자료를 통해 문화부가 말하는 이론학과가 한예종이 스스로 인정하는 학과들 말고도 영상원 영화과․방송영상과, 연극원 연출과․극작과, 협동과정 서사창작과․예술경영과 등을 포함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문화부는 이 학과들이 이론학과가 아니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럼 문화부가 답해야 한다. 문화부가 “축소하라”고 처분요구서에서 요구한 이론학과는 어디인가?

그 다음으로, 문화부는 무슨 근거로 한예종이 이론학과를 과다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했는지 근거를 밝혀야 한다. 적어도 교과과정만 봐서는 문화부가 말하는 이론학과들은 이론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결국 문화부는 이론학과로 볼 수 없는 학과들을 이론학과라고 우기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막무가내로 우기는 내용을 근거로 한예종은 문제가 많다고 또 우기고 있는건 아닌가?

맨 앞에 있는 사진이 생뚱맞아 보였을 걸로 짐작한다. 호박 사진을 올린 이유는 이거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는거 아니다."

그냥 재미로 올려봤다.



극작과

극작과는 삶의 섬세한 결, 인간의 감춰진 심층을 예민하게 꿰뚫어 볼 수 있는 통찰려과 어떠한 소재도 ‘사소하지만 의미심장하게’ 극화시킬 수 있는 구성력에 의해 인간의 삶에 언제나 새로운 형식의 질문을 던지는 극작과 배출에 교육 목표를 두고 있다.

한 편의 희곡을 학생 스스로 완성할 수 있는 극작적인 Making 능력, 작품의 형식과 내용에 있어서 자기만이 낼 수 있는 개성, 독창성과 관련된 Creativity 능력, 그리고 세계에 내놓아도 경쟁력 있는 연극의 한국적 전형과 관련한 Identity 교육을 향하여 설계되어 있다.
 
출처:
한예종 홈페이지


연출과

연출가는 글자에 생명을 불어넣는 무대의 설계자이자 상상력의 출발자이다...연출과는 무대기술자로서의 연출가가 아니라 연극의 새로운 세대를 담당할 ‘연극작가’를 길러내는 곳이다.


저학년 과정은 공연 창작과정의 기본과 실제를 훈련하는 것이 중심이고, 고학년과 전문사 과정은 공연을 통해 연극작가로서의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의 작품을 완성해가는 과정이 중심이다. 예술사는 두 차례의 졸업 작품 연출, 전문사는 세 차례의 공연 연출 기회를 가진다.

영화과
영화과는 급변하는 영상시대에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감성과 능력, 그리고 프로페셔널한 기술적 지식과 경험을 지닌 전문 영화 인력을 양성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연화연출, 시나리오, 촬영, 편집, 음향, 기획 등 전공별 철저한 실기위주의 교육을 실시하며 치밀한 이론적 사고력을 강화시켜줄 다양한 강좌가 함께 마련되어 있고 ...


방송영상과


체계적인 교과과정의 운영

기본적으로 본과의 커리큘럼은 다수의 워크숍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술사의 경우, 이야기 구성의 기본 규칙을 습득한 학생들은 학년을 올라가면서 스튜디오 워크숍, 다큐멘터리 워크숍 등 체계적으로 마련된 워크숍 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이러한 창작 워크숍을 통해 연마된 학생들의 실력은 졸업작품 제작을 통해 최종적으로 정리, 표현된다. 전문사의 경우에도, 2년 동안의 수업은 워크숍과 졸업 작품 등 작품 창작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제작 워크숍을 보완하기 위해 촬영, 편집, 사운드, 사나리오 및 구성, 이론 등 다양한 과목들이 제공된다.


제작과 이론교육의 결합을 통한 현장감각 제고

프로듀서, 연출, 촬영, 편집, 음향 등 텔레비전 콘텐츠 창작의 제 측면 및 세부적 과정을 심도 있게 습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작교육과정을 마련해 두고 있다. 또한 진정한 TV 콘텐츠 창작자 배출을 위해 문화 및 사회 현상을 깊이 있고 비판적으로 통찰할 수 있는 이론 및 방법론 교육도 중시된다. 이를 위해 영상 미학은 물론 현대 사회에 대한 인문 사회학의 포괄적인 이해, 다채널 다매체로 대변되는 디지털 매체환경의 이해, 편성 등 다양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교과를 제공한다.


예술경영과

예술경영과는 공연예술에서의 창작 및 수용의 전 과정을 매개하고 이를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경영할 전문 예술경영 인력을 양성하고자 한다. 본 과정은 예술과 경영을 함께 이해하는 공연기획자, 공연행정가, 극장운영자, 나아가 관련 예술 분야에 폭 넓게 기여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배출하는 것을 교육목표로 하며, 이로써 공연예술의 수요를 창출하는 동시에 양질의 공급을 확대하여 궁극적으로 공연예술의 활성화를 도모한다.


예술경영과는 공연예술 전반을 이해하는 과정과 공연예술 및 관련 조직에 관한 실제적인 경영방법을 익히는 과정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공연예술에 대한 기본 소양과 판단력, 어학능력 등을 전제로 공연예술의 실제를 체험하고 그에 관한 다양한 지식과 이론을 습득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며, 후자는 공연예술경영 관련 제반 분야의 학문을 탐구하는 이론학습과, 공연장운영실습? 현장워크숍 등의 실기과정으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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