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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說488

북한 신뢰 얻어낸 스웨덴한테 배우는 ‘이것이 외교다’ 세상만사, 책에서 길어올린 이야기[세책길 12]이정규. 2023. 스웨덴과 한반도: 수교 50주년에 돌아본 스톡홀름과 평양 외교 이야기>. 리앤윤호주 출신으로 북한에 유학중이던 알렉 시글리라는 청년이 2019년에 급작스럽게 체포됐다가 북한에서 추방된 적이 있다. 반공화국 행위를 했다는 이유였는데, 사건의 실체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눈길을 끄는 건 이 사건을 다룬 호주 언론이 스웨덴을 집중 조명했다는 사실이다. 시글리 억류사건을 해결하는데 스웨덴 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었다. 마침 스웨덴 정부 대북특사였던 켄트 해쉬테트가 다른 목적으로 평양을 방문하기 하루 전에 시글리가 억류되는 일이 벌어지자 호주 정부는 스웨덴에 도움을 요청했다. 해쉬테트가 백방으로 노력한 끝에 출국하는 날 예고 없이 공항에 시.. 2023. 9. 18.
국방부가 제기한 홍범도 장군 의혹들 검증해보니... "부실한 역사왜곡" 국방부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주장하는 ‘홍범도 행적 관련 의혹’이 근거가 부실한 역사왜곡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독립운동사를 전공하는 역사학자들과 그들이 쓴 논문을 검토한 결과 국방부 주장은 역사적 사실을 편협하게 취합했고 일부는 사실관계 자체가 틀린 것도 많았다. 심지어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에서 펴낸 공식자료와도 상충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국방부가 제기한 의혹은 크게 1921년 발생한 자유시 참변과 연관돼 있고, 소련공산당에 입당했으며, 빨치산 활동을 했다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자유시 참변을 주제로 박사학위논문을 썼던 전북대 사학과 교수 윤상원은 “홍범도 부대가 자유시참변에 직접 가담했다는 기록 자체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국방부 주장을 반박했다. 그.. 2023. 8. 31.
볼수록 황당한 일본군 폭망사, 우리 국군은 과연 얼마나 다를까 세상만사, 책에서 길어올린 이야기[세책길 11]노나카 이쿠지로 외, 박철현 옮김, 2009, 일본 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 - 태평양 전쟁에서 배우는 조직경영>, 주영사. 장동건과 오다기리 조가 주연한 ‘마이웨이’(2011)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2시간 25분 동안 관객들은 배려하지 않고 제 갈 길만 가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 오다기리와 장동건은 각각 일본군 지휘관과 강제징용된 부대원으로 등장하는데, 오다기리가 소련군 전차부대를 향해서 맹목적인 총검돌격을 하도록 강요하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일본군은 말 그대로 박살이 나 전멸하고 만다. 그 장면을 보면서 무척 황당했다. 아무리 일본군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의도라고 해도 그렇지 저렇게 말도 안되도록 미친놈들처럼 묘사하는 건 너무 편.. 2023. 8. 7.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의 뿌리, 예고없는 재난은 없다 세상만사, 책에서 길어올린 이야기[세책길 10]앤드류 레더바로우, 안혜림 옮김, 2022, . 브레인스토어.그날은 금요일이었다. 2011년 당시 국제부에 있었는데 남유럽 재정위기에 이집트 정권교체, 리비아 내전 등등 하루가 멀다 하고 중요한 국제뉴스가 쏟아지니 정신없이 바쁜 하루하루가 이어지다가 신기하게 그날은 조용했다. 마침 그날은 중요한 저녁 약속도 있었으니 이게 웬 횡재인가 싶었다. 국제부장이 그날 써야 할 기사를 배정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우와. 너 오늘 원고지 석장짜리 하나만 쓰면 되겠다.” 서른장이 아니라 세 장이다. 뭔가 묘했다. 부장도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 한마디 덧붙였다. “너 이러고도 월급받는구나. 밥값을 해야지. 밥값을.” 둘이서 한참 웃었다. 그렇게 평화롭던 3월 11일은 국제부 .. 2023. 7. 22.
“청년세대”라는 신기루, “기성세대”라는 허깨비 세상만사, 책에서 길어올린 이야기[세책길 9]신진욱, 2022, , 개마고원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를 보며 많은 이들이 추억에 젖었다. 그랬다고 한다. 나는 아니다. 1980년대 후반 서울 변두리, 그것도 한국민속촌마냥 그럴듯하게 취사선택한 숱한 ‘그때 그 시절’ 추억 가운데 나에게 향수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건 거의 없었다. 어쨌든 그 드라마엔 비라도 내리면 진흙탕이 돼 버리는 비포장 흙길을 고무신 신고 다니는 모습은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읍내와 읍내를 연결하는 왕복 2차선 신작로가 막 공사를 끝내고 포장도로가 됐다거나, 솥단지에 밥을 짓기 위해 장작에 불을 붙이거나, 밤마다 천장에서 들리는 생쥐 소리 때문에 층간소음에 시달리는 장면도 없다. 그렇다면 ‘응답하라 1988’을 보며 향수에 .. 2023. 7. 17.
지리는 힘이 세다, 러시아 옭죄는 ‘지정학의 멍에’ 세상만사, 책에서 길어올린 이야기[세책길 8]팀 마샬, 김미선 옮김, 2016, , 사이. 외교안보 전략 위해선 지정학적 통찰력과 상상력 필수 러시아를 우크라이나 수렁에 빠트린 지정학적 제약왜 신라였을까. 왜 고구려나 백제가 아니라 신라가 삼국통일의 주인공이 됐을까. 어떤 이들은 고구려가 됐어야 한다며 아쉬워하고 또 어떤 이들은 신라가 삼국통일을 한 덕분에 민족의 운명이 삐끗하기라도 한 것처럼 불만스러워한다. 하지만 동북아시아 지도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신라만이 가진 너무나 명확한 장점이 눈에 들어온다. 신라에겐 백두대간이라는 막강한 자연 방어벽이 있었다. 반면 백제는 애초에 상당한 지정학적 취약성에 노출돼 있었다. 신라의 최전방요새였던 삼년산성(충북 보은군)에서 백제 도읍인 웅진(충남 공주시)은 .. 2023. 7. 10.
가치외교와 사대주의, 외교에서도 내로남불인가 세상만사, 책에서 길어올린 이야기[세책길 7]신채호, 박기봉 옮김, 1948/2006, , 비봉출판사. 한 때 존경했던 인물이 어느 순간 전혀 다르게 보일 때가 있다. 반대로 한 때 꽤나 부정적으로 비치던 인물을 정반대로 재평가하게 되기도 한다. 나로서는 연개소문이 그런 경우가 아닐까 싶다. 연개소문을 빼놓고는 고구려 역사에서도 가장 파란만장했던 고구려와 당나라의 전쟁 그리고 고구려의 멸망사를 얘기하는 게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그는 존재감이 크다. 그만큼 호불호가 갈리고 평가도 제각각이다. 언제나 그렇듯, 첫인상이 절반이다. 나로선 중학교 때 학교도서관에서 우연히, 정말 우연히 집어든 ‘조선상고사’가 꽤나 큰 영향을 끼쳤다. ‘조선상고사’는 성균관에서 공부했던 청년 유학자에서 근대계몽운동가로, 마지막엔 .. 2023. 6. 19.
모병제를 다시 생각한다 세상만사, 책에서 길어올린 이야기[세책길 6]이민환, 중세사료강독회 옮김, 2014, 책중일록: 1619년 심하 전쟁과 포로수용소 일기>, 서해문집.  이민환이라는 사람이 있다. 1600년 문과에 급제한 뒤 여러 관직을 거친 그는 1619년 도원수 강홍립을 보좌해 후금(後金)을 공격하는 조명연합군에 참전했다. 조선군은 1619년 3월 당시 후금 수도였던 허투알라에서 60리 가량 떨어진 부차(富車)에서 후금 기병의 공격을 받아 전멸하고 말았다. 1만 3000명 중에서 7000명이 죽고 4000명이 포로가 됐다. 이민환 역시 포로가 됐고 17개월 동안 혹독한 수용소 생활을 견뎌야 했다. 추위와 굶주림, 학대 끝에 고국에 돌아온 사람에 3000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천신만고 끝에 1620년 7월 고국에 돌아.. 2023. 6. 17.
미중 패권 대결 시대,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세상만사, 책에서 길어올린 이야기[세책길 5]마이클 베글리,할 브랜즈. 2023.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 미중 패권 대결 최악의 시간이 온다>. 부키.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게 외교의 본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한중수교 직후인 1990년대 들어 중국과 접촉을 많이 하게 되면서 중국은 위협이 아니라 그냥 후진국, 그렇지만 고도성장하고 언젠가는 옛 영광을 되찾을 수도 있는 잠재력과 기회의 땅이었다. 1990년대 한중관계가 좋았을 당시 국가주석 장쩌민이 대통령 김대중을 사석에서 “형님”이라고 불렀다는 얘기도 들은 적도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턴 미국의 전횡에 맞서는 대안세력 같은 인식도 생겨났다.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이 한중 양국의 끈끈한 우애를 강조하며 "대일전쟁이 가장 치열했을 때 양.. 2023. 4.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