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雜說488

정여립과 기축옥사에 담긴, 우리들의 욕망 혹은 결핍 세상만사, 책에서 길어올린 이야기 [세책길(18)]오항녕, 2024, 사실을 만난 기억 - 조선시대 기축옥사의 이해>, 흐름출판사.전라도 선비 1000명이 죽었다?시작은 오래 전에 신문에서 본 책광고였다. 정여립(鄭汝立, 1546~1589)을 다룬 역사소설이었는데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출판사에서 책을 홍보하기 위해 써 놓은 광고문구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대략 1589년 발생했던 정여립 모반 사건과, 이 사건이 촉발한 이른바 기축옥사(己丑獄事)가 조선시대 전라도 차별의 시발점이 됐다고 했다. 이 광고가 나온 시점에서 현실이었던 전라도 차별의 뿌리를 정여립이라는 ‘혁명가’와 연결시켰다.수십년만에 정여립을 다시 떠올린 건 얼마전 지도교수와 얘기를 나눌 때였다. 지도교수는 최근 충남 논산에서.. 2024. 7. 22.
미중경쟁시대 주목받는 베트남 ‘대나무외교’…그 뿌리가 궁금하다면 세상만사, 책에서 길어올린 이야기 [세책길(17)]유재현, 2003, , 창비. 전세계에서 한국과 가장 ‘닮은’ 나라를 찾는다면 어느 나라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가장 많을까. 물론 북한은 빼놓고. 외국인들이라면 십중팔구 일본을 떠올릴 듯 싶다. 거기다 하나를 더 꼽는다면 단연 베트남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일단 한국과 베트남은 유교적 가치관을 공유한다. 사실 천년 넘게 과거시험으로 관료를 선발하는 제도를 운영한 게 전세계에서 한국, 중국, 베트남 세 나라 뿐이다. 전통시대에는 둘 다 한자문화권에 속해 있었고, 그러면서도 불교도 발달했다. 쌀농사문화에서 오는 공동체 중심, 마을문화도 그렇다. 대외관계에서 보면, 중국과 국경을 맞댄 역사적 경험에서 오는 애증을 공유하고, 반도라는 지정학적 위치, 거기다 식민.. 2024. 7. 6.
지역신문은 지속가능한가 지역신문 위기론은 꽤 오래된 얘기다. 미국의 경우 지역신문 폐간이 급속히 이뤄지고 있다는 경고음이 언론학계에서 울려퍼지고 있다. 한국은 좀 독특하다. 종이신문의 위기론은 익숙하다못해 식상한 얘기다. 인쇄 비용은 늘어나다보니 인쇄 비용조차 부담이 커진다. 신문지국조차 줄어드니 신문 배송도 어려움을 겪는다. 더 나아가 그런 어려움을 감수하고 신문을 돈내고 구독하는 독자 자체가 급감하고 있다.  미스테리는 그런 속에서도 신문 숫자는 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신문이 많다고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지역에 신문이 어느 정도 있어야 지역 여론 다양성이 잘 구현된다고 할 수 있을까. 강원도 지역 일간지는 2개다. 전북은 15개가 있다. 인구는 비슷한데도 지역신문시장은 천차만별이다. 그렇다면 전북은 강원도.. 2024. 7. 2.
잠들면 안돼 거기 책이 있어...독서로 되돌아 본 2023년 2023년이 끝나고 2024년이다. 2023년을 결산해보자. 2023년 한 해 동안 책 100권을 읽었다. 2005년 120권 이후 가장 많이 읽었다. 쪽수로 보면 4만 1891쪽인데, 2005년에 3만 6353쪽이었으니까 독서기록을 작성한 이래 최고기록이라고 할 만하다. 월평균으로는 8.3권, 3491쪽이다. 2022년에는 99권을 읽어서 월평균 8.3권, 3443쪽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미세하게 더 ‘실적’이 좋다고 해야겠다. 2022년에는 논문을 17편 읽었는데 2023년에는 논문을 한 편도 읽지 못했다. 시사IN은 언제나처럼 새해부터 연말까지 나온 52호를 다 읽었다. 여전히 소설은 그다지 읽질 못했다. 새해에 별 생각없이 손에 잡은 (정은궐 지음)가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어서 꽤 흥미진진하게 읽은 .. 2024. 1. 14.
2024년을 앞두고 詩 한 수 읊어봤다 고발사주한거니 민원사주한거니 깐죽대면 멋있어 보이는거니 이런거니 저런거니 석렬인 거니지 김중배의 디올빽이 그리 좋았던 거니 왜 말이 없는거니 내년 사주 보느라 바쁜거니 2023. 12. 27.
‘지당하신 말씀’만으로 굴러가는 정부는 없다 세상만사, 책에서 길어올린 이야기[세책길 16]강명관, 2023, 노비와 쇠고기>, 푸른역사정부가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강력대응”이니 “원점재검토”니 하는 말이 붙곤 한다. 그리고 그런 강력한 발언이 붙는 정책치고 제대로 뒷수습이 되는 모습을 못본지 꽤 됐다. 강력한 정책을 내놓으면 얼마 안가서 피해갈 방법이 나오기 마련이고, 그 뒤엔 “엄청 강력한 대책”이 나오고 또 얼마 뒤에는 “진짜 겁나게 강력한 대책”이 나온다. 그리고 잊을 만 하면 도돌이표다.마약대책에 저출산대책에 균형발전정책에 킬러문항 대책까지. 예를 들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은 강력대책과 용두사미 시리즈를 보고 있노라면 항상 떠오르는 말이 두가지가 있다. 중국에서 이런 상황을 표현하는 ‘위에 정책이 있으면 아래에는 대책이 있다(上有政策.. 2023. 12. 11.
‘공존’없는 ‘공정’의 시대, 정치의 역할을 묻다 세상만사, 책에서 길어올린 이야기[세책길 15]나임윤경, 2023, 공정감각>, 문예출판사. 대학교 캠퍼스에서 청소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였다. 요구조건은 꽤 명확했다. 시급, 그러니까 1시간 일하고 받는 급여를 400원 올려달라, 일하고 씻을 수 있는 샤워실을 만들어달라. 이 시위는 시위 자체보다 시위 참가자들이 학생들한테 고소를 당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2022년 5월 한 대학생이 시위 때문에 시끄러워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며 청소노동자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6월에는 다른 학생 두 명을 더해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계속되는 시위로 학습권을 침해받았다며 수업료와 정신적 손해배상, 정신과 진료비 등등 638만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고소사건 자체는 경찰이 반년쯤 지난 지난해 .. 2023. 11. 4.
‘민주 대 반민주’는 틀렸다…‘참여민주주의’ 열정이 ‘팬덤정치’ 괴물 만들어 세상만사, 책에서 길어올린 이야기[세책길 14]박상훈, 2023, 혐오하는 민주주의>, 후마니타스.  많은 이들이 직접민주주의를 더 우월한 혹은 더 순수한 주주의라고 생각한다. 고대 그리스에서 총회를 통해 직접민주주의를 구현했다는 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함께 모여 논쟁을 거듭한 끝에 결론을 이끌어내는 모습은 충분히 멋지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주민참여예산이 법제화되고 더 나아가 국민참여예산까지 제도화되는 건 민주주의가 더 높은 수준에서 구현된다는 인상을 줬다. 실제 굴러가는 모습을 직접 보기 전까지는.적어도 초기엔 그랬다. 서울시주민참여예산을 처음 시행한 2012년만 해도 오랜 토론과 집단지성을 통해 단순히 도로짓고 건물짓는 일회성 예산이 아니라 작은 도서관이나 공원처럼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더.. 2023. 10. 20.
‘강력한 지도자’가 강력하다는 착각 세상만사, 책에서 길어올린 이야기[세책길 13]아치 브라운, 홍지영 옮김, 2017, 강한 리더라는 신화>, 사계절.“이거 해라 저거 해라 명령하겠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불쌍한 아이크.”훌륭한 지도자의 자질이라는 주제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해리 트루먼이 남겼다는 한마디다. 1952년 대통령 선거에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후임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직전에 했다는 이 말은 결국 아이크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아이젠하워 임기 8년을 상징하는 말이 돼 버렸다. 트루먼이 “나는 온종일 여기 앉아서 굳이 설득하지 않아도 알아서 일해야 할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시간을 다 보낸다…대통령이 가진 권력이란 그게 전부다(36쪽)”라고 말했던 것과 연관시켜 생각해보면 말 그대로 ‘대통령 리더십’의 본.. 2023. 9.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