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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說

2022년 대통령선거 짧은 소감

by 자작나무숲 2022. 3. 13.

2022년 3월 9일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새벽까지 잠을 못자서 무척 피곤하다. 기록을 위해 짧은 대선 소감을 남겨둔다. 

1. 착한 척 하고 무능력한 정부에 너무나도 실망한 끝에 안 착하고 능력있는 체 하는 차기 정부를 선택했다. 

2. 혐오는 힘이 세다. 

3.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갖는, 특히 기소권은 독점하는, 살아있는 권력'이다. 쉽게 말해서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게 아니라, '살아있는 권력이 수사'하는 거다. 수십년간 '살아있는 권력'이었던 검찰 총수가 청와대까지 접수했다. 

4. 대통령제는 양당제를 부추긴다. 그 힘은 갈수록 강해진다. 그 속에서 제3정당은 끊임없는 딜레마에 빠진다. 안철수처럼 철수할 것인가, '비판적 지지' 전략을 유지하다 2중대 비난에 시달릴 것인가, 정의당처럼 독자적으로 완주하다가 '너네 때문에 졌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인가.(그래서 저는 의원내각제를 지지합니다. 일본식 말고 독일식으로.) 

5. 문재인 정부는 뭘 그리도 잘못했느냐고 항변하는 분도 있을 듯 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무능력했다는 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다른 게 죄가 아니다. 무능력한 것 자체가 죄악이다. 실력 없으면 청와대를 탐하면 안된다. 청와대는 실력 키우라고 있는 자리가 아니라 실력을 보여주는 자리 아니던가. 뭐 어쨌든 권력 잡았는데 실력이 부족하다 싶으면 마음에 안들고 정파 달라도 실력 있는 사람들 최대한 불러모아서 배우기라도 하든가 해야 할 것 아닌가.  

6. 문재인 정부는 재난 상황에서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강화해서 국민들 사이의 연대감을 고양시키지 않았다. 못한게 아니라 안했다. 코로나19 위기 2년 넘는 동안에 공공병원 새로 짓는다는 얘기 한 번이라도 들어본 적이 없다. 위기 초기의 연대감이 빠르게 고갈된 자리엔 각자도생과 혐오만 남는다. 대통령이 아름다운 말 늘어놓는 것도 자꾸 듣다보면 짜증과 냉소만 커진다. (1930년대 세계 대공황 속에서 독일 정부가 일자리 확대와 적극적 재정정책이라는 '국가의 역할'을 포기해 버리면서 생긴 커다란 빈 자리를 메운 건 히틀러였다.) 

7. 이명박 정부조차 금융위기 터지자마자 수정예산안을 편성했는데 문재인 정부는 깔짝깔짝 추경만 열심히 했다. 마른 수건 쥐어짠다고 물 나오는거 아니다. '자린고비 정부'이자 '수전노 정부'로서 최선을 다했을 때 대선 결과는 이미 나왔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번 대선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집단은 단연 기획재정부라고 생각한다. 

8. 2017년 5월 조국 민정수석 임명 소식을 들을때 옆자리에 있던 변호사에게 소감을 물었다.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문재인 정부도 검찰개혁은 끝났구만." 이유를 물었다. "조국은 무능력하니까." 조국에게 법적인 혹은 도덕적인 죄가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어떤 죄가 있는지 잘 모른다. 솔직히 관심도 없다. 내 관심은 이런거다. 어떻게 그리도 무능력한 사람을 저토록 오구오구 할 수 있나. 오구오구해서 중용했던 두 명 가운데 하나는 검찰개혁 동력을 말아먹고 다른 하나는 아예 검찰개혁을 뒤엎으려 덤비고 있다. 이 정도면 그 나이 먹고 그렇게 대책없이 착한 것도 무능력이다.  

9. 안철수는 한결같은 분이다. 아무도 이해를 못하는 '새정치'를 외친 것도 그렇고, 도대체 뭔 생각을 하며 사는지 그때나 지금이나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그나마 이제는 관심갖지 않아도 될 것 같은게 이번 대선의 성과라면 성과일 듯 하다. 그나저나 이 분 손가락은 재활용쓰레기인가 일반쓰레기인가. 

10. "대장동 그분" 녹취록이 나왔을때 특별취재팀까지 가동했던 언론은 "대장동 윤석열" 녹취록이 나오자 '주장과 반박'을 공정하게 보도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법개정에 그토록 반대했던건 2021년이었고 2022년엔 언론사 파산시켜버리겠다고 대놓고 얘기하는데도 침묵했다. 많은 이들이 언론에게 "우리편 기레기가 되거라"라고 얘기하는데 그런 말 들어도 크게 반박할 말을 못 찾겠다. 

11. 아들농사 잘 지은걸로 명성이 자자하신 분이 당선자 비서실장된걸 보니 앞으로 어떨지 알 것 같다.

12. 새 정부에 딱 한가지 바라는게 있다면 공약실천한다고 여기저기 번잡하게 만들지 않는거다. 솔직히 공약실천하는거 기대하는 국민이 몇이나 되겠나. 어차피 공약 좋아서 찍은것도 아닌데. 

13. 가령 청와대를 정부서울청사로 옮긴다는 공약을 보자. 그거 원래 안철수 대선 공약이었던걸 단일화하면서 문재인이 받았지만 검토해보니 도저히 안된다고 해서 조용히 접었던 거다. 설마 풍수한다는 자들이 "지금 청와대 자리는 터가 안좋다[凶地]"고 하니까 그 말 듣고 옮기려는건 아니겠지? 

 

2022년 3월10일 최초 작성. 이후 여러차례 추가하다가 3월13일 새로 발행. 그 뒤로도 계속 생각나는대로 추가할 예정임. 

 

댓글1

  • BlogIcon 김에밀 2022.03.16 04:53 신고

    저도 기재부가 이번 선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고, 새 당선인과 새 정부에 기대하는 건 공약을 최대한 덜 실천하시는 것입니다. 한국 사회엔 그게 더 도움이 되는 길이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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