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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說

영화 '이터널스' 짧은 소감

by 자작나무숲 2022. 3. 11.

마블답게 '이터널스는 다시 돌아온다'는 자막과 함께 끝났다. 그 자막을 보면서 '그냥 안돌아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블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든 건 처음이다. 2시간반이 넘는 시간이 너무 지루해서 온몸을 비틀어가며 본 첫 마블 영화였다. 한마디로 마블답지 않은 마블 영화였다. 그나마 얼마 전 '샹치'는 시작하고 5분도 안돼 영화 보는걸 포기해 버렸으니까 '마블답지 않은 첫번째 마블영화'로 기억에 남진 않게 됐다.(축하한다 샹치. 근데 샹치는 사람 이름인가? 뭐 그러거나 말거나.)  

흔히 MCU라고 하는 마블 세계관 영화로 처음 본 건 당연하게도 아이언맨이었다. 사실 별다르게 큰 감흥은 없었다. 적어도 내겐 그냥 대충 재미있게 만든 시간때우기 오락영화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MCU 원천이라고 하는 그래픽노블도 크게 흥미가 없었다. 어린 시절 슈퍼맨이나 배트맨에 열광했던 적이 잠깐 있었지만 어른이 된 뒤 슈퍼히어로 장르에 꽤나 적대적으로 변해버린 영향도 컸던 것 같다. 

미국에는 슈퍼히어로 영화가 유독 많다. 슈퍼맨, 배트맨, 아쿠아맨 등 갑빠로 승부하는 각종 '~맨'들은 기본이고, 무슨 무슨 '우먼'도 즐비하다. 내 눈엔 그냥 미국이라는 수퍼파워를 은유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관심은 고사하고 은근한 거부감까지 있었다. 

생각이 완전히 달라진 건 '윈터솔저' 때문이다. '힘'을 가지면서 발생하는 한계와 책임감, 그리고 '힘'을 이용한 폭주가 맞부딪치는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과 고민을 이토록 멋드러지게 표현한 영화라니. 거기다 시간가는줄 모르게 사람을 빨아들이는 빠른 전개와 반전까지. 슈퍼히어로 영화가 재미있게 느껴지면서 자연스럽게 마블유니버스도 가깝게 느끼게 됐고 MCU에 속한다는 이런저런 영화도 찾아보게 됐다. 

이제는 헤어질 때가 된게지. 이터널스는 어느 유튜버 말마따나 너무나 길고 지루한 터널이고, 그 터널 뒤에는 허무함과 허탈함만 남게 된다. 전개는 느려터지고, 배경과 등장인물은 꼭 풍경화에 물감으로 낙서해놓은 것처럼 안 어울린다. 무엇보다 줄거리 자체가 공감은 커녕 납득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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