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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보건복지분야

코로나19 겨울철 대유행 대비계획, 청와대가 묵살했다

by 자작나무숲 2021. 1. 4.

코로나19 겨울철 대유행 대응방안을 마련하라는 대통령 지지에 따라 정책기획위원회에서 6개월 가량 작성한 병상과 인력동원체계 보고서를 청와대가 묵살해 버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김윤(서울대 의대 교수)은 3일 인터뷰에서 “지난해 8월 청와대에서 김상조 정책실장에게 보고까지 했고, 김 실장은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자리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그 뒤 아무 소식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속가능한 의료체계는 공공의료 비중을 늘리고 민간의료시장의 공공성 강화에서 시작해야 한다”면서 “국립대병원이 공공의료에서 핵심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관리학을 전공한 그는 현재 정책기획위원회 포용사회분과 위원,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보건의료위원회 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코로나19 겨울철 유행에 대비한 병상동원체계 구축방안을 연구한 계기는 무엇인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차원에서 3월부터 병상동원체계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대구경북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을 겪고 나서 대규모 환자발생사태에 대비한 핵심인 병상과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고 있다. 이종구 전 질병관리본부장이 연구를 총괄했고 보건의료체계, 감염, 재난, 백신, 총괄기획 등 5개 분과로 구성해 50~60명이 달라붙어 8월까지 보고서를 만들었다. 그 가운데 내가 맡은 보건의료체계분과는 병상과 인력 확보를 포함한 의료체계 대응에 관한 것이었다.”




 -보고를 받은 청와대는 어떤 반응이었나.

 “8월에 청와대에 보고를 했다. 먼저 김연명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에게 보고를 하고 그 다음에 김상조 정책실실장에게 보고했다. 그 사이에 광화문집회로 인한 대량감염이 발생했다. 김 실장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잘 알았다, 대통령께 보고할 수 있도록 자리 마련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는데 그 뒤로 아무 소식이 없다. 결국 보고서를 발간도 못하고 지금껏 묵혀만 놓고 있다. 최근 정부가 움직이는 모양을 봐서는 문 대통령에게 보고를 안했을 것 같다. 당시 청와대에서 우리 보고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지금과 같은 혼란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 많이 아쉽다.”


 -보고서는 어떤 내용을 담았나.

 “당시 보고의 핵심은 코로나19 대규모 감염사태에 대비해 민간병상을 동원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루평균 신규확진자 1660명 규모로 2개월 지속된다고 보면 확진자 규모가 10만명까지 올라간다. 그런 상황에선 민간병원의 격리병상 40%는 동원하지 않으면 대응이 불가능하다. 그걸 위한 투자와 인력교육, 공조체계, 설득과 보상을 담았다. 결국 보건의료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만 코로나19에 맞설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는 적극적인데 병상확보엔 매우 소극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확진자를 줄이는데는 효과적이다. 하지만 부족한 병상동원능력을 국민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대체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국가의 방역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방식이다. 거리두기로 확진자 증가추세를 늦추면서 신속하게 병상동원체계를 갖췄어야 했는데 시스템은 고치지 않으면서 거리두기만 강조하니까 결국 사회적 약자들이 가장 큰 비용을 치르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소상공인이나 비정규직, 실업자들에게 제대로 보상을 해주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학력격차, 돌봄공백, 자살, 가정폭력 등 과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사회적 불평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식으론 국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여력도 고갈될 수밖에 없다.”


 -최근 정부가 민간병상 동원조치에 나서기 시작했다. 보고서에서 제시했던 걸 뒤늦게라도 반영되는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상황이 급하니까 땜질하는 수준이다. 하루 확진자 1000명 나오니까 몇주나 걸려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 1%를 동원한다는건데, 그럼 2000명 확진자 발생하면 2% 내놓으라고 할건가. 현재 상태에선 요양병원에서 확진자가 나와도 병상이 부족해 병원으로 옮기기가 벅차다”


 -K방역의 초기 성공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인상을 받는다.

 “사실 문 대통령은 공공의료 확대강화를 여러차례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하지만 실제 정부 움직임은 반대로 간다. 대통령이 병상동원체계 마련을 지시했는데 청와대에서 대통령에게 보고도 안하는 거라면 그건 참모들이 대통령 물먹인 것과 다를바 없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여전히 개발국가 시대 패러다임으로 국정을 운영한다. 한국판 뉴딜만 보더라도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공공병원 짓는 계획은 하나도 없다. 민간병상동원하는데 필요한 몇천억원 아끼려다 결국 수십조원을 날려먹게 됐다. 단순 경제논리로만 따져도 실패다.”


 -지속가능한 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새로운 정책담론은 어떻게 구성해야 한다고 보나.

 “의료제도가 잘 작동하려면 병상과 인력이 체계적으로 구성돼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민간에게 맡겨서 나타난 결과는 지역별 의료 양극화와 대형병원 독과점, 과잉진료와 중복 검사다. 병상과 장비는 공급과잉이고 인력은 공급부족이다. 감염병 대응은 언감생심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공공의료 비중 확대와 민간의료시장의 공공성 강화다. 공공병상 비중을 늘리되, 규모를 키워서 전체 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높여야 한다. 일단 올해엔 사실상 민간병원처럼 움직이는 국립대병원이 공공의료에서 핵심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의료장비와 병상은 공급 과잉, 의료인력은 공급 부족.’ 

 최근 코로나19 대유행 와중에 불거진 병상 부족 사태는 한국 의료체계의 가장 약한 고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병상 자체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많은데도 정작 환자를 치료할 병상이 부족하다는 언뜻 모순돼 보이는 상황이 계속됐다. 비밀은 전체 병상은 많은데 그 가운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공병상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환자를 돌보고 치료할 의사·간호사 등 의료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부조화에 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보건의료통계를 살펴보면 한국은 2017년 기준 인구 1000명당 병상이 12.3개로 일본(13.1개)에 이어 두번째다. OECD 평균(4.7개)과 비교하면 세 배 가량 차이가 난다. 자기공명영상(MRI)과 컴퓨터단층촬영기는 인구 100만명당 각각 29.1대와 38.2대로 모두 OECD 평균(17.4개와 27.8개)을 웃돈다. 

 의사는 2017년 기준으로 1000명당 2.3명(한의사 포함)으로 OECD 평균 3.4명에 한참 못미친다. 간호인력 역시 1000명당 6.9명으로 OECD 평균(9.0명)보다 적다. 전체 병상 가운데 공공병상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7년 기준 10.2%에 불과해 다른 나라와 비교 자체가 민망한 수준이다. 그마저도 2020년엔 9.2%로 더 떨어졌다. 결국 그동안 한국 의료체계에서 가장 취약한 두 영역만으로 1년을 버텨온 셈이다. 

 개개인이 아무리 열심히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정부가 아무리 신속한 확진검사와 역학조사를 하더라도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K방역은 모래성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최근 병상 부족 사태는 지속가능한 의료체계와 감염병 대응을 위한 개선 과제를 보여준다. 결국 지속가능한 의료체계를 위해 올해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결국 공공의료와 사람으로 모인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현재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돌볼 숙련 간호사가 부족해 치료에 애를 먹고 있다”면서 “공공보건의료인력을 확충하는게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한국이 인구대비 병상 자체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병상 마련할 여력은 충분하다”면서 “경영이 어려워 매물로 나온 준종합병원이 여럿 있다. 그걸 매입하거나 스페인처럼 임시 국유화 선언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보건의료 연구자는 “공공병원을 늘리려고 하면 당장 예비타당성조사에 몇 년이 걸리고 그나마 통과도 힘들다”면서 “병원 짓는 것과 고속도로 놓는걸 같은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다른 기준을 적용하거나, 경제성 평가 항목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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