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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낮은 ‘백신휴가’마저 '돈 없다'며 손사래치는 정부

by 자작나무숲 2021. 5. 14.

 백신 유급휴가를 도입 논의 과정에서 취약층은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형평성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완벽한 해법을 내놨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나 자영업자 등 취약층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 아무도 혜택을 못받게 하면 된다. 


 백신 접종을 한 이들에게 유급휴가를 지원하도록 하는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질병관리청 관계자들이 국회 보건복지위원들을 찾아다니며 재정부담 등을 이유로 재검토를 요청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백신 접종 뒤 이상반응 발생 논란 등으로 백신 불신이 높아지는 가운데 백신 접종률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논의하는 유급휴가 방안을 사실상 정부가 반대하고 나선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자칫 논의가 지지부진해지면 백신 휴가 도입 자체가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11일 국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재부와 질병청은 전날(10일) 오후 국회 복지위원들을 방문했다. 최근 국회 복지위에서 논의중인 백신 유급휴가를 법제화하면 정부 예산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정부가 틈날 때마다 ‘아프면 쉬라’고 강조하면서도 정작 상병수당은 고사하고 백신 접종 뒤 유급휴가를 지원하는 것조차 ‘돈 많이 든다’며 반대하는 꼴인데, 이럴 거라면 정부가 세금을 뭐하러 걷는건지 모르겠다”고 정부 행태를 비판했다. 


 백신 휴가 조항은 지난달 27일 국회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백신 접종 뒤 아픈 이들을 위해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해서 백신 접종을 맘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취지다. 백신 휴가를 의무화하라는 여론이 일자 더불어민주당 전용기·김원이·장철민·김정호·신현영 의원,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이 관련 내용을 담은 감염병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복지위 법안심사소위는 지난달 27일 회의에서 의무조항이 아니라 “감염병 예방접종을 받은 근로자에게 유급휴가를 줄 수 있다. 이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필요한 경우 사업주에게 (백신) 유급휴가를 위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고 임의조항으로 바꿨다. 대신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으로서 … 유급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고 해서 취약층 지원을 위한 근거를 마련했다. 


 복지위 검토보고서와 법안심사소위 회의록을 보면 정부부처는 백신 휴가 자체는 동의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비용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태도를 보였다.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질병청은 “법적 근거 마련 필요성에 동의함”이라면서도 “(사업주에) 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음”이라고 했다. 기재부 역시 “휴가부여 필요성에 공감하나 유급휴가 비용의 국비지원 근거 마련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꾀병’을 걱정하기도 했다. 기재부는 검토의견서에서 “휴가비용을 국가가 지원할 경우 이상반응과 무관한 신청인원 증가 가능성도 존재”라고 했고, 나성웅 질병청 차장은 법안심사소위에서 “(백신휴가 사용자 1인당) 일률적으로 7만원을 지원한다면 아마 모든 분들이 이상반응을 신고할 것이다. 7만원씩 두 번 접종했을 때를 상정하면 7조가 넘게 들어간다”는 말까지 했다. 

당초 기재부가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 당시 ‘모든 근로자에게 백신휴가를 부여하면 하루 7만원으로 가정할때 1.5조원 소요’라고 했던 것을 전국민으로 확대해서 액수를 과장한 셈이다. 이에 대해 정춘숙 민주당 의원이 “굉장히 실망스럽다”며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당국이 가지고 와야지, 오셔서 ‘이게 어려워 못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곤란하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복지위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감염병 개정안 대안의 조항을 ‘유급휴가를 부여해야 한다’는 의무조항 대신 ‘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으로 넣은데 대해 “실제 적용시 어려움을 고려해 의원들이 낸 여러 법안과 정부 의견을 참조해 조정안을 만든 것”이라며 “국가나 지자체가 지원을 해야 한다면 얼마가 들지 계산을 해야 하는데, 이상반응의 정도, 휴가 기간 등 비용 추계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보건의료계에선 백신 휴가보다는 건강보험에 상병수당을 도입하자고 주장해왔다. 상병수당이 있으면 아프면 누구나 쉴 수 있게 되고 백신휴가 도입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7월 ‘한국판 뉴딜’에 상병수당 도입 방침을 밝혔지만 그 뒤 진척이 없다가 지난 3월이 되어서야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인과관계’가 환자들과 언론의 주요 관심사였던 이유는 치료비 보상 때문”이라면서 “유럽에서 치료비 보상이라는 쟁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플때 치료받고 생계지원을 받는 것은 보상이 아니라 ‘권리’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 주목해야 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중병에 걸리면 엄청난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2021-05-11 11면에 실린 기사를 바탕으로 수정보완했습니다.>

2109353_보건복지위원회_검토보고서.pdf
1.86MB
국회회의록_21대_386회_1차_제2법안심사소위원회 (1).pdf
0.73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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