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지만 정작 정부가 준비중인 공공의료 확대를 위한 중기 계획에는 실질적인 공공병상 확대 노력은 빠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서울신문’이 단독입수한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안(2021~2025)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보건의료 제공 체계 전반적 부족 및 지역 의료 격차 심화” 해소를 위해 “(2025년까지) 지역 공공병원 20개 이상 확충”을 제시했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공의료 확대보다는 민간의료기관에 의존하겠다는 기존 정책의 연장선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다.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은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건복지부에서 5년마다 수립하는 중기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해 계획안을 의결한 뒤 이번달 안으로 정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계획안에선 2025년까지 공공병원 신축 3곳, 이전·신축 6곳, 증축 11곳을 제시했다. 하지만 중앙정부 차원에서 설립하는 공공병원은 하나도 없고 지방자치단체가 여러해 전부터 자체적으로 추진해온 지방의료원 관련 계획을 단순 취합한 것에 불과하다. 그나마 순수한 신축은 서부산·대전·서부경남 등 3곳에 불과한데다 이전·신축 예정인 6곳 가운데 4곳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도 나오지 않았다. 증축 역시 현재까지 확정된 건 7곳에 불과하다. 신축·이전·증축 등과 관련한 올해 예산 역시 한 푼도 반영돼 있지 않다.
지방의료원을 설립하는 지자체에 대한 지원방안 역시 생색내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계획안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와 국고보조율을 개선”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국고보조율은 현재 50%로 돼 있는 것을 도·시·군·구는 60%로 늘리겠다는 것이어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힘들고 지원기간 역시 3년간 한시적용으로 돼 있다. “보조금 지원 상한 기준 개선” 역시 “관계부처와 협의해 결정”으로 돼 있다.
한국의 공공병상은 메르스 사태로 홍역을 치렀던 2015년에도 10.5%에 불과해 메르스 대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공공병상 비중은 문재인 정부 첫 해인 2017년에는 10.2%였지만 2018년 10.0%, 2019년에는 9.7%로 오히려 박근혜 정부 당시보다도 더 감소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계획안에선 2019년이 아니라 2018년 통계를 사용했다. 공공병상 비중이 한자리로 떨어진 감추기 위한 ‘자료 마사지’인 셈이다.
나백주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은 “정부는 지역 민간병원을 책임병원으로 지정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하지만 코로나19를 통해 확인했듯이 민간병원은 공익적 기능을 기대하기에 한계가 분명하다”면서 “정부는 즉시 정책적 지원과 예산 책정으로 공공의료기관 대폭 확충을 주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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