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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보건복지분야

코로나19, 공공의료 시스템 재구축 기회로 삼아야

by 자작나무숲 2020. 3. 23.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뒤 2개월을 거치는 동안 코로나19는 한국 사회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투명한 정보공개와 신속한 행정처리, 연대와 협동 등은 세계적인 모범국가라는 찬사와 주목을 끌고 있다. 반면 공공의료의 적나라한 민낯 역시 고스란히 드러냈다. 코로나19 60일을 지나는 지금, “붕대 투혼”과 “정신력”이 아니라 언제라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춰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보건의료통계 자료는 한국 의료제도의 냉정한 현실을 살피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22일 윤강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연구센터장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OECD 회의국 가운데 인구 1000명당 병상수가 가장 많은 건 일본(13.1개)이고 바로 다음이 한국(12.3개)이다. OECD 평균(4.7개)보다 2.6배나 많다. 윤 센터장은 “공급과잉이 우려된다”고 표현했다


게다가 1995년만 해도 4.4개에서 2007년 10.2개로, 2011년에는 12개로 꾸준히 늘고 있다(여기). 하지만 정작 코로나19 과정에서 환자를 이송할 병원이 없어 집에서 대기하던 확진자가 사망하고, 급히 마련한 각종 시설을 교민 임시생활시설이나 경증환자 생활치료센터로 동원해야 했다. 


 원인은 우리나라 병원의 약 90%가 민간병원이기 때문이다. 2018년 기준 공공병상 비중은 10%에 불과하다(세종시 공공병상 하나도 없어… 공공의료기관 비중 OECD 최하위). 공공병상 부족으로 곤욕을 치렀던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10.5%보다도 오히려 감소했다. 인구 1000명당 공공병상은 2017년 기준 1.3개로 OECD 평균 3.0개의 절반도 못미친다(여기). 전체 병상과 공공병상의 괴리는 여타 OECD 회원국과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런 현실은 문재인 정부가 2017년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의료공공성 확보”를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던 것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2017년 2월 국립중앙의료원이 중앙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2017년 8월 조선대병원이 호남권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됐지만 영남권 등 다른 권역은 지금도 지정조차 안되고 있다. 중증 환자를 격리치료할 수 있는 국가 지정 음압병상 역시 161병실 198병상으로 박근혜 정부 당시 119개 병사과 비교해 1.5배 늘어나는 데 그쳐 민간병원에 부랴부랴 협조요청을 해야 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에선 “예비타당성조사를 비롯해 계획부터 완공까지 최소 5년은 걸린다”는 현실적인 한계를 언급했다. 재정지출이 500억원이 넘는 사회복지, 보건 분야 사업은 예타를 거쳐야 한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공공청사나 초중등학교는 예타 대상이 아닌 반면 국민의 건강권이 비용-편입 평가 대상인 것 자체가 불합리하다고 지적한다. 예타 기준 자체가 교통비나 이용시간만 편익으로 포함시킬 뿐 시민들의 건강상태는 편익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공의료원을 설립하려 해도 예타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여기). 


 최근 들어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의료공공성을 위한 실험에 나서는 건 긍정적인 대목으로 꼽힌다. 서울시가 2017년 설립한 공공보건의료재단이 대표적이다. 재단은 서울시에 있는 12개 시립병원과 25개 자치구 보건소를 지원하고, 연구기능도 수행한다. 특히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는 공공의료자원의 효율적 운영과 방안을 위한 정책 지원 역할을 담당한다. 부산, 광주, 경남 등에서도 재단 설립을 논의중이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공중보건 재난상황에서 신속하게 동원할 수 있는 자원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공공병상과 민간병원을 어떻게 연계하고 역량을 재배치할지 등 공공시스템이 부족하다는 것도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윤 센터장은 보고서에서 ”다수의 긴급환자가 발생하면 일차적으로 대응해야 할 ‘책임의료기관’을 사전에 지정하고 공공보건의료기관을 먼저 활용하되,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수용력을 초과하는 환자 발생 시에는 민간병원을 활용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국립대 병원과 지역 거점 공공병원에는 음압병상 수 확대를 의무화하거나 최소한 이동형 음압기를 일정 대수 이상 확보하도록 의무화하되, 이에 따르는 손실분을 ‘착한 적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공의료 확대를 주장해온 이들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국가지정 음압병상 300개 확충과 감염병 환자 이송을 위한 음압구급차 확대,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가 바이러스·감염병 연구소 설립 등을 빼고는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빠졌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추경의 성격상 이해는 하지만 정부가 의료공공성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신호를 내놓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평가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부실운영으로 집단 감염사태를 초래한 경북 청도대남병원을 매입해 지역거점 공공병원으로 바꾸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그런 면에서 보면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안은 정부가 의료공공성 확대에 얼마나 의지가 부족한지 확인시켜줬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 역시 ”추경의 성격상 이해는 하지만 정부가 의료공공성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신호를 내놓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평가했다. 

<2020년 3월23일자 서울신문 5면에 실린 기사를 바탕으로 수정보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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