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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說484

고전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일까? 오늘자 경향신문에 관심을 끄는 기사가 있었다. 취업전쟁 때문에 사회과학서적 읽는 건 사치라며 ‘고전 담 쌓은 서울대생’을 주장하는 기사다. 기사의 근거가 되는 건 최근 교수신문이 국내 학회와 계간지 편집위원 1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60년 동안 한국사회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책들이 서울대도서관 대출순위(2001~2008.4.15)에서 순위에 오르지도 못했다는 거다. 이 기사는 전문가 103명의 권위에 빌어 서울대생들이 고전을 읽지 않는다는 논지를 폈다. 이유는 바로 취업전쟁과 “상업주의, 감각주의, 개인주의”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이 기사는 허점이 너무 많다. 도서관에서 대출하지 않고 직접 사서 읽어본 대학생이 더 많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일단 제쳐놓자. 90년대 대학생, .. 2016. 6. 22.
반기문은 정감록이 예언한 바로 그 정도령이다 5년마다 이 땅에는 정감록에서 예언한 바로 그 '정도령'이 강림하신다. 전체 유권자의 몇십퍼센트, 그러니까 몇백만이나 되는 신도들이 구름처럼 정도령 주위에 몰려든다. 신도들 중엔 '예수 아니면 지옥을 달라'거나 '부처믿고 성불하세요'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 그분들에겐 정도령이 예수 혹은 부처로 보일터. 선거라는 한판 굿이 끝나고 나면 정도령은 '아름다운 패배'를 하며 홀연히 우리 마음 속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5년 뒤 재림하실 새로운 정도령을 기다린다. 현직 정치인을 잘근잘근 씹는 것은 정도령을 맞기 위한 준비운동이다. 정도령이 실제 정씨냐고? 그건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정치권을 저주하고 뒤엎을 수 있는 언행만 보여주면 그걸로 족하다. 신도들이 진정 원하는 건 현실 정치를 바꾸고 개혁.. 2016. 6. 10.
진보정당 분열, 안철수랑 뭐가 다른가 휴가를 나온 사병들이 사람들로 붐비는 기차역에서 수군거리고 있다.“우와! 쟤네 군복 좀 봐라. 각이 장난이 아닌데. 각이 쫙 잡힌 게 잘못 만지면 손 베겠다.”이들이 바라보는 건 다른 부대 소속 사병이다. 뭔가 모르게 각을 잘 잡은 A급 군복을 두고 자기들과 비교도 하고 나름대로 분석도 한다.“줄을 세 줄 잡았네.”“아니야, 네 줄 잡았잖아!”여기까지는 사병들 시선이다. 기차역에 있는 민간인들 시선으로 그 상황을 정리하면 어떤 모습일까. 그냥 ‘군바리들이 있나 보다’ 딱 그 정도다. 아무리 멋져도 민간인 눈에는 그냥 군인. (출처: 대한민국 국군, CC BY SA)남들에겐 그 나물에 그 밥이지만… 남들 눈에는 그 나물에 그 밥이지만 당사자에겐 매우 중요한 차이인 게 있다. 그중에는 전북 고창이 고향이라고.. 2016. 4. 11.
진보정당 분열, 안철수랑 뭐가 다른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야권연대 문제로 지지고 볶는 것도 답답하지만 더 속터지는 건 따로 있다.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진보정당이 세개나 된다. 내가 보기엔 그닥 다르지도 않고, 합쳐서 비례 의석 하나라도 더 만들어도 시원찮을 판에 각자도생이요 각개전투다. 그 결말은 각개격파인줄 뻔히 알면서 말이다. 입만 열면 연대투쟁이요 단결투쟁이라면서 정작 쥐꼬리만한 진보진영조차 함께하질 못한다. 소선거구 단순다수제라 승자독식인걸 그리 비판하면서도 정작 분열하면 다같이 망하는 길로 각자 달려간다. 그 잘난 선명성과 진정성은 개나 줘버리면 좋겠다. 구동존이(求同存異)와 화이부동(和而不同)까진 바라지도 않겠다. 프랑스 인민전선이나 국공합작, '반파쇼 통일전선' 학습할 때 다들 단체로 졸았나? 새누리당은 열가지가 달.. 2016. 4. 3.
'태양의 후예' 우연히 봤다. 토할뻔 했다 오늘 처음으로 '태양의 후예'를 봤다. 정확히 말하면 지인이 페이스북에 공유해놓은 어떤 장면을 봤다. 주인공 유시진이 송혜교가 연기한 여주인공(극중 이름은 알고 싶지 않다)을 구출한 뒤 대통령이 나서서 작전수행에 따른 책임문제를 해결하는 2분 가량 되는 장면이었다. 뭐 대충 그런 장면인 듯 하다. 첫번째 내 반응. 씨바 토 나온다. 그러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이 장면이 정말 심각한 건 할마마마가 버젓이 버티고 있는데 대통령을 (감히) 저런 식으로 묘사했기 때문이 아니다. 최고존엄은 언제나 훌륭한 판단을 내리는 뛰어난 분이신데 옆에 있는 찌질이 간신들이 복지부동하며 지들 안위만 생각한다는 저 구도가 문제다. 이승만은 죄없다. 이기붕 등 간신배들이 제대로 보고를 하지 않고 부정선거했다. 이승만은 나중에 알았.. 2016. 4. 1.
무예24기, 조선 무사들의 기상을 엿보다 ‘무예24기’ 시범단이 과녁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짧은 소리와 함께 화살이 과녁에 꽂혔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어린이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른다. 어떤 아이들은 활 쏘는 모습을 따라하느라 야단법석이다. 환도를 꺼내 본국검 시범을 보여주자 일본인 관광객들이 “스고이”(대단하다)라며 감탄한다. 수원화성의 혼이 담겨 있는 무예24기 시범이 펼쳐지는 화성행궁 앞에서는 오전 11시가 되면 무예24기 시범 공연이 펼쳐진다. 18일에도 외국인 관광객과 어린이 관람객들이 공연에 눈을 떼지 못했다. 북이 울리자 등나무로 만든 방패인 등패를 든 무사와 칼과 활을 허리에 찬 무사들이 짝을 이뤄 무예를 보여줬다. 등패로 전방을 방어하는 사이 뒤에서는 재빨리 화살을 날린다. 곧이어 장창과 낭선, 기창, 등패까지 든 .. 2016. 3. 20.
사회연결망이 이어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이 글은 원래 2012년 3월22일 쓴 글이다. 당시 19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일하던 은수미 박사를 비례대표 후보 3번으로 발표했다. 은수미 의원과 교류가 있었고, (자칭) 친분이 있는 처지인지라 무척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최근 테러방지법(이라 쓰고 국정원강화법이라 읽는다)을 저지하기 위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에서 은수미 의원이 보여준 열정적이고 애국적인 모습은 내 사람보는 눈이 아주 엉터리는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은수미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성남시 중원구에 도전장을 냈다. 일단 경선부터 통과해야 하는데 이 또한 만만치 않은 과제라고 한다. 선거법 무서워 뭐 별달리 해줄 건 없고, 4년전 썼던 글을 다시 꺼내 은수미라는 존경하는 학자이자 정치인을 내가 알고 있.. 2016. 3. 10.
필리버스터 중단, 나는 찬성한다 처음 필리버스터 중단 소식을 들었을때는 말 그대로 '이 뭥미?'였습니다. 하지만 존경하는 블로거인 바이커님이 쓴 글을 읽고 곰곰이 생각해보고 나서 바이커님 의견에 동의하게 됐습니다. (기본적인 찬성 이유는 바이커님 글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필리버스터 중단 찬성 , 선거가 필리버스터보다 백만배 중요) 예전에 그런 의문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새학기 시작할 즈음 학자투를 하다가 이내 5.18투쟁을 하고 그 다음엔 범민족대회를 매개로 통일운동하고 2학기 들어선 다음엔 다음 학생회 선거 준비하고... 뭐 그런 정형화된 일정이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어느 것 하나 말끔하게 결론을 내는 건 없었습니다. 학자투 요구사항은 대개 일부만 관철시켜도 성공작이고 통일은... 5.18투쟁은 95년 전까진 계란으로 바위치는 .. 2016. 3. 2.
내가 기억하는 김한길 의원 2012년 총선에서 내 거주지에 나온 후보 중 한 명이 김한길이었다. 후보가 두 명 뿐이었다. 선택할 여지가 많지 않았다. 찝찝해도 소용없었다. 내가 투표한 후보가 누구라고 말하진 않겠다. 새누리당, 통합진보당, 녹색당은 아니었다. 김한길은 2013년 당시 민주당 대표였다. 그는 그해 8월 정부가 내놓은 세제개편안을 "세금폭탄"으로 규정하며 시청광장에서 천막농성을 했고 세금폭탄 저지 서명운동을 하겠다고 했다(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599067.html). 국정원 선거개입에도 시큰둥하고 정부가 독주를 해도 술에 물탄듯 물에 술탄듯 하던 분이 느닷없이 세금폭탄을 들먹이며 흥분하셨다. 사상적 정체성을 '재정민주주의자'로 설정하는 나로서는 3+1 복지정책.. 2016. 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