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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2 14:39

필리버스터 중단, 나는 찬성한다


처음 필리버스터 중단 소식을 들었을때는 말 그대로 '이 뭥미?'였습니다. 하지만 존경하는 블로거인 바이커님이 쓴 글을 읽고 곰곰이 생각해보고 나서 바이커님 의견에 동의하게 됐습니다. (기본적인 찬성 이유는 바이커님 글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필리버스터 중단 찬성 ,  선거가 필리버스터보다 백만배 중요


예전에 그런 의문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새학기 시작할 즈음 학자투를 하다가 이내 5.18투쟁을 하고 그 다음엔 범민족대회를 매개로 통일운동하고 2학기 들어선 다음엔 다음 학생회 선거 준비하고... 뭐 그런 정형화된 일정이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어느 것 하나 말끔하게 결론을 내는 건 없었습니다. 학자투 요구사항은 대개 일부만 관철시켜도 성공작이고 통일은... 5.18투쟁은 95년 전까진 계란으로 바위치는 느낌이었죠. 어찌보면 여론전과 의식화/조직화를 위한 '과정'이죠. 


누군가 나서서 비리재단 몰아낼 때까지 말 그대로 몰빵하자고 하는건 구호로는 어떨지 몰라도 정말로 그렇게 무작정 덤비는건 자칫 전체 대오를 수렁에 빠뜨릴 수도 있는 문제죠. 간단치 않습니다. 사실 1학년때는 왜 별다른 성과도 없이 다음 단계로 그렇게 너무나 자연스럽게 넘어가나 의문과 회의도 있었습니다만 차츰 경험이 쌓이면서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는 '내일 세상이 망하더라도 오늘 하룻밤 멋진 투쟁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투쟁하는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항상 길게 보고 장기적인 전망 속에서 개별 투쟁을 배치해야 합니다. 물론 개별 상황에 따라서는 온 힘을 다해 사생결단식으로 싸워야겠지요. 제가 보기엔 1995년 가을 5.18동맹휴업이 거기에 해당하는 사례였습니다. 


지금 상황에선, 당연히 총선입니다. 바이커님도 지적했듯이 총선이 필리버스터보다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선거연기는 법적으로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권한입니다. 선거구획정 안됐을때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 나올지 뻔히 짐작 가능한 상황입니다. 능력은 없으면서 사내정치만 잘하는 막가파와 싸울때 똥 집어던지는걸 일부러 다 뒤집어쓰면서 '나는 열심히 싸우고 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위안을 삼는건 '정신승리'에 불과합니다. 프랑스와 미국 군대와 싸워 이겼던 보응우옌잡 장군이 남긴 교훈을 기억해야 합니다. 


"적이 원하는 곳에서 싸우지 않는다. 적이 원하는 시간에 싸우지 않는다. 적이 예상하는 방식으로 싸우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게 있겠지요. 개별 투쟁을 통해 여론전에서 승리하며 '사람'을 남기는 문제입니다. 그걸 위해서는 적절한 출구전략과 이행전략이 필수입니다. 가령 5.18투쟁은 정권이 조그만 양보도 할 생각이 없었지만, 감동적인 투쟁을 통해 여론을 환기시키고 대오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반드시 패배라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1995년에 전두환과 노태우는 감옥에 갔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필리버스터는 패배까진 아니지만, '전술적 퇴각을 위한' 좀 더 정교한 출구전략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은 아쉬움이 듭니다. 물론 앞으로가 더 중요하겠지요. 


그나저나 이번 필리버스터 정국의 초대 패배자는 안철수가 될 듯 하군요(여기). 언제쯤 힘센놈이 막가파일때 협상이 얼마나 허무한 노릇인지(내가 기억하는 김한길 의원), 그런 상황에서 양비론은 또 얼마나 공허한지 깨닫게 될까요. 자신이 번짓수를 잘못 짚고 있다는 걸 빨리 느끼길 바랄 뿐입니다. 안타깝습니다.(정당공천은 낡은 정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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