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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사회연결망분석

"지금은 진보 재구성 병목 지점"

by 자작나무숲 2007. 3. 30.
"지금은 진보 재구성 병목 지점"
미리 보는 한국사회포럼 좌담(1)
주체, 리더십, 동력, 재생산 부재...
2006/3/2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오는 3월 23일부터 25일까지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열리는 한국사회포럼2006을 맞아 <시민의신문>과 한국사회포럼 조직위원회는 공동기획 ‘미리 보는 한국사회포럼’ 좌담을 4회에 걸쳐 마련했다. 한국사회포럼에서 토론할 주제 가운데 선정한 이 주제들은 한국시민사회운동의 지평을 넓히고 고민을 나누는 자리를 통해 ‘운동의 소통’을 꾀하자는 의도로 기획했다. 그 첫 순서로 지난 23일 열린 ‘한국의 사회운동 위기인가’는 한국사회운동이 위기인지, 위기라면 원인은 무엇인지, 대안은 무엇인지를 진단한다. /편집자주

☞ 1회. 한국 사회운동은 위기인가
2회. 사회운동과 진보정당의 관계설정, 어떻게 볼 것인가
3회. 반(反)운동을 말한다: 뉴라이트와 신보수주의 비판
4회. 사회운동 내부 민주주의를 말한다

일시: 2월 23일 2시
장소: 시민의신문 회의실

사회: 조희연 한국사회포럼 집행위원장

참석자:
유영주 참세상 편집국장
김어진 다함께 활동가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
이원재 문화연대 공동사무처장









조희연 한국사회포럼 집행위원장.
양계탁기자
조희연 한국사회포럼 집행위원장.

△조희연: 시민사회운동진영에서 위기라는 말이 상당히 회자되고 있다. ‘뉴라이트’의 반발, 민주노총 선거를 둘러싼 잡음 등을 접하면서 대중들 사이에서도 위기에 대한 인식이 있는 것 같다. 오늘은 위기인가 아닌가에서 시작해 위기라면 무엇이 원인인가, 그리고 사회운동이 자기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를 논의했으면 한다. 먼저 현재 한국 사회운동의 객관적 상황을 점검해보자.

△유영주: 노동운동의 우기라는 말은 많이 하지만 사회운동의 위기라는 용어는 약간 낯설다. 노동운동 위기 논쟁은 물론 10여년 전부터 있었다. 최근 다시 일고 있는 노동운동 위기론은 오히려 자본 쪽에서 제기하는 부분이 크다. 노동운동을 바라보는 자본이나 사용자 등 지배계급이 노동운동을 위기로 주장하면서 왜곡된 진단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사회운동 위기론이 사회운동 ‘주체의 위기’인가 아니면 담론지형이나 전망과 관련한 ‘내용의 위기’인가를 구분해야 한다.

△김어진: 노동운동을 포함해 사회운동 전체를 놓고 볼 때 위기는 맞다. 하지만 그것을 운동의 에너지가 소모된 것과 동일시하는 건 잘못이라고 본다. 내가 보기엔 ‘지도력의 위기’라는 측면이 더 크다. 주위를 둘러보자. 3월 19일은 이라크전쟁반대집회에서 보듯 국제주의적 반전운동같은 새로운 운동이 출현하고 있다. 양극화에 대항하는 새로운 운동과 급진적인 운동이 성장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운동은 여전히 강력하고 강력해지고 있다. 운동의 위기가 아니라 ‘지도력의 위기’라는 게 내 입장이다. 주체적 노력이 형성된다면 위기는 해결가능하다고 본다.

이원재 문화연대 공동사무처장.
양계탁기자
이원재 문화연대 공동사무처장.

△이원재: 위기로 치면 사실 언제나 위기였다. 내가 관심을 갖는 건 담론이 갖는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최근 진보진영의 위기담론은 운동에 대한 욕망을 반영한다. 최근 나오는 위기담론을 통해 욕망에 주목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변화 속에서 어떻게 운동을 변화시켜 갈 것인가에 대한 욕망이다. 위기론이 맞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물꼬를 틀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욕망을 전략적으로 잘 담론으로 이끌고 실천과 접목시키는 게 필요하다. 어쨌든 체감온도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사회변화에 대응하는 것이나 운동가 재생산에서 위기는 분명히 있다.

주체의 위기? 내용의 위기? 동력의 위기?

△이태호: 솔직히 나 자신은 요즘 혼란스럽다. 확실히 나는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사회운동 전체로 보더라도 위기는 위기다. ‘동력의 위기’는 아니라고 보지만 그것도 의심은 해봐야 한다. 단순히 변화하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해서 생기는 위기가 아니라 한국사회가 겪는 위기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민주화 이후 20년 가까이 지났다. 많은 일이 일어났다. 분단체제도 흔들리고 세계적으로 탈냉전이 확산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대테러전쟁과 신자유주의도 기승을 부린다. 이런 흐름들에 한국 시민사회는 얼마나 준비가 돼 있는가. 모순이 있다고 운동이 성장하는 게 아니다. 모순이 있고 준비가 있을 때 운동이 성장한다. 지금 사회운동이 겪는 위기는 분명히 전환기에 나타나는 위기인 건 분명하다. 전환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라는 점에서 동력과 전망에서 위기를 겪고 있다고 본다.  

유영주 참세상 편집국장.
양계탁기자
유영주 참세상 편집국장.

△유영주: 87년 이후 한국이 민주주의를 이룩하는데 가장 크게 이바지한 세력 중 하나가 이태호 실장같은 자유주의자들이다. 자유주의자들이 가지고 있던 비전과 전망의 대부분은 실현됐다고 본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급속히 결탁하면서 자유주의자들은 가치혼란에 빠져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자유주의 활동가들에게는 분명 위기이다. 정책이나 지도력, 전망 모두에서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라 본다.

△이태호: 일정부분 동의한다. 자유주의 비전의 문제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위기는 자유주의 진보주의 보수주의처럼 우리가 생각했던 구획들 모두에 걸쳐 있다. 단순히 자유주의만 위기라고 볼 순 없다. 각각의 내용들에서 건설적인 대안이 안 나오거나 나오더라도 동력을 얻지 못하기 때문에 위기다. 자유주의는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급진적 전망에선 어떤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가. 그 전망들이 대중들에게 얼마나 호응을 얻고 있는가. 운동이 운동이고자 한다면 사회적 논쟁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 사람들을 의제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런데 지금 시민사회운동은 그 힘을 잃고 있다. 그러다보니까 오히려 ‘뉴라이트’는 구심력을 강화하는 반면 개혁세력의 의제는 계속 주변으로 밀리고 있다.

△조희연: 운동의 위기를 어떤 개념으로 정리할 것인가. 나는 ‘전환적 위기’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두 측면이 있다. 하나는 87년 체제에서 이른바 시민운동으로 상징되는 중도자유주의적 개혁운동이 제기한 의제가 하나씩 실현되면서 나타나는 의제고갈, 다시 말해 ‘성공에 따른 위기’다. 다른 하나는 신자유주의, 양극화 등 새로운 도전에 대응해 기존 운동들이 충분히 새로운 응전질서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진통이다. 민주화를 선도했던 것이 중도자유주의적 개혁운동이기 때문에 위기가 그쪽에서 많이 보이긴 한다. 하지만 새로운 조건에서 나오는 진통의 위기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
양계탁기자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

△이태호: 썩 성공적이지는 않지만 탈냉전 이후 전세계적으로 진보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계사회포럼을 보더라도 여전히 고민은 진행형이다. 한국사회도 마찬가지다. 북핵·북한인권·대테러전쟁 등을 예로 든다면 한국 진보세력의 비전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답이 명료하지 않다. ‘자유주의냐 진보주의냐’가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진보를 재구성해야 하는 병목지점이다. 그리고 대중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략부족이 아니라 소통부족이 위기

△유영주: 정책의제적 측면과 주체의 측면에서 위기를 봐야 한다. 먼저 정책의제적 측면에서 현재 우리사회가 어떤 모순을 안고 있는가를 냉정하게 봐야 한다. 대표적으로 모순은 노동유연화, 양극화, 제국주의와 전쟁, 남북문제다. 이들 모순에 대해 사회운동이 새로운 비전과 전망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면에서 ‘정책의제의 위기’라고 본다.

△이태호: ‘재생산 위기’ 즉 ‘동력 위기’도 분명히 짚어야 한다. 대학사회는 갈수록 탈정치화되고 빠른 속도로 신자유주의에 포섭되고 있다. 자라나는 세대들이 건강한 시민교육을 받고 있지도 못하다. 지역사회는 더 심각하다. 풀뿌리 보수주의가 갈수록 위력을 떨치고 운동단체들은 상근자 구하기도 힘들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가 위기를 느낄만한 객관적 상황은 존재한다.

△이원재: 재생산에서 위기는 분명히 있다. 고령화도 운동진영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직업운동으로 바뀌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본다. 그 속에서 전문화, 의사소통문제, 운영 문제 등이 생겨난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연대활동을 부담스러워 하는 경향이 있다. 운동사회의 소수자들은 주도하는 단체에 대한 비판의식이 강해지고 후자는 일방적 책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불행히도 자기정체성을 찾아가면서 차이와 연대를 모색하는 게 아니라 제각각 조각나고 고립되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

김어진 다함께 활동가.
양계탁기자
김어진 다함께 활동가.

△김어진: 대학사회를 보면 대학생들이 탈정치화된다는 말이 일면 맞다. 하지만 그들이 받는 억압과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하다. 운동 주체들이 계기를 잘 만들면 얼마든지 분출할 수 있다고 본다. 재생산 구조를 위기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에 대한 반감을 시민사회단체가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가령 환경단체가 내는 월간지 광고가 에너지기업 광고로 가득차 있는 역설이 존해한다. 줄어드는 회원수는 그런 부분과 연관되는 것도 있지 않을까.

△유영주: 주체 동력이 위기의식을 느낄 수 있고 분명 위기를 느낄만한 약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운동 위기, 노동운동 위기’라고 하는 것은 조심스럽게 봐야 한다. 노동운동을 위기라고 먼저 얘기한 사람들은 노동운동가들이 아니다. 친자본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이론가들이었다. 노동운동을 낡은 유산으로 몰아붙이기 위한 공격이다. 분명 운동이 어려움은 겪고 있다. 아까 얘기한 네 가지 의제와 관련한 위기는 주체가 대안을 못 내놓기 때문이 아니라 지배계급이 겪는 위기를 표현한 것이다. 나는 그 네가지 위기의 책임을 사회운동이 져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위기의 핵심주체는 지배세력이다. 주체의 위기와 ‘사회운동을 호명하는 사람들의 위기’를 구분해야 한다.

△조희연: 정책, 동력, 지도력, 주체 등 다양한 측면에서 위기론을 거론했다. 운동의 동력이 넓어지는데 운동이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진단도 있었고 운동의 저변이 약해지고 있다는 관점도 있다. 이른바 위기적 상황에 대해 시민운동, 민중운동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각 부문별로 느끼는 위기의 원인에 대해 말해보자.

△유영주: 내가 바라보는 위기는 ‘주체의 위기’라는 측면과 ‘누가 호명하는가’를 전제로 한다. 사실 87년 이후 사회운동이 동원할 수 있는 의제는 대부분 동원했다. 2004년에는 4대 개혁입법이라는 법제도적 방식까지 동원했다. 상당 부분 실현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와 관련한 우리사회의 위기에 의제를 동원하지 못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주체의 위기’라는 것이다. 민중운동은 분명 ‘주체의 위기’다. 신자유주의를 반대해야 한다는 얘기는 많이 하는데 그걸 극복하기 위한 담론은 매우 유치하다. 현실진단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시민운동에 대해 말한다면 나는 솔직히 시민운동이 신자유주의에 대응하려는 의지가 별로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태호: 비전 혹은 이념은 현실을 엮어 내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 시민운동은 쟁점을 따라가다 보니 일에 치였고 종합적으로 성찰하는 데 게을렀다. 그건 반성해야 한다. 하지만 시민운동과 민중운동 모두 ‘컨텐츠’라는 면에서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진보건 자유주의건 87년 이후 한국사회를 어떻게 바꾸자 하는 구상들이 마무리되고 있는 지금 개혁의제 컨텐츠를 누가 제공하고 있는가. 내가 보기엔 잘 안나온다. 양극화반대, 노동유연성 반대라는 구호는 그 자체로는 컨텐츠로서 의미가 없다.

비정규직법안을 예로 들어보자. 사회운동은 비정규직 문제를 종합적으로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운동 일반의 책임이 있다. 과거 국가인권위법 제정을 보면 법안이 모자라느냐 남느냐는 중요 쟁점이 아니었다. 중요한 건 그걸 둘러싼 사회적 기획이다. 결국 운동의 위기는 기획 부족에서 나온다.

△유영주: 솔직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사회적 의제설정에 게을렀다고 했는데 그 원인이 무엇인가. 활동을 게을리 하는 건 아니다. 새롭게 제기되는 쟁점에 대해 대응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비정규직법안 문제에서 핵심은 노동유연화이다. 나는 비정규직 문제의 대안은 법안을 잘 만드는 게 아니라 비정규직을 없애는 것이라고 본다. 비정규직법안이 나오지 않도록 비정규직법안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우리 대안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몇몇 시민사회단체들의 절충안은 비정규직 입장에선 노동유연화를 받아들이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태호: 이념은 현실과 만나야 비전이 된다. 이념과 현실 사이에서 어떤 일감을 찾느냐. 참여연대는 그걸 찾아서 나름대로 열심히 일해 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가 게을렀다는 것은 그걸 엮어내는 전체적인 논의, 그리고 다같이 논의하는 것에서 부족했다는 것이다. 고민들을 통합적인 사회적 대안으로 만들어야 한다. 개혁세력도 다양하게 분화되고 있다. 그건 순기능이다. 분화를 모아내는 게 중요하다.

△조희연: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공간에서 어느 수준에서 타협할 것인가가 핵심이라고 본다.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극복으로만 환원할 수는 없는 지점이 있다.

△김어진: 쟁점을 종합적으로 엮지 못했다는 것과 컨텐츠 부족을 지적한 이태호 실장 말에 동의는 않지만 이해는 한다. 컨텐츠가 부족하다고 말하는데 과연 어떤 컨텐츠냐고 물어보고 싶다. 세계사회포럼을 봐도 쟁점이 너무 많다. 그런 운동들을 어떻게 엮어서 어떻게 전략적으로 풍성하게 할 것인가, 어떤 힘을 모으고 어떻게 연결망을 구축할 것인가에서 시민운동이 미진했던 것은 사실이다. 민중운동과 시민운동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시급하다. 하지만 그것은 ‘근본적 반대’를 통한 방식이어야 한다. 비정규직에 관해서는 근본적 입장이 가장 구체적인 입장이다.

민중운동, 시민운동 구별짓기는 허상

△이원재: 노골적으로 말하면 ‘전략 부족’이 아니라 ‘전략에 대한 소통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전략은 다를 수 있지만 소통이 안되니까 역할 분담이 안 되는 것이다. 거기서 불신이 싹트고 첨예한 쟁점에 대해 운동 진영 차원에서 이해수준이 낮아진다. 거기서 위기가 싹튼다. 분화가 문제가 아니라 배타성이 문제다. 운동주체들 간에도 논쟁이 없다. 그러니까 사회적 비전이나 대안이 안 나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시민·민중운동 분류는 아무런 실체가 없다. 한국에 도대체 근본주의자가 얼마나 있느냐. 민중·시민운동 모두 제도개혁운동을 한다. 그 중에서도 민중운동이 가장 많이 한다.

△유영주: 소통부재는 정확한 지적이다. 시민·민중운동 구분이 옛 잣대라는 지적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변명하자면 좌파가 대안없이 반○○ 식으로 환원론으로만 접근하는 건 아니다. 비정규직법안의 대안은 비정규직 입법을 안 하는 것이다. 기업도시법 독소조항을 문제 삼는 게 아니라 기업도시법 입법을 막는 게 대안이다. 좌파가 반대하는 건 환원론이 아니다. 컨텐츠에 대해 말한다면 기본 지형을 반자본으로 두는지 여부가 대단히 중요하다. 다시 말하지만 시민운동은 열심히 한다. 하지만 그건 과거 민주화 의제에서 열심히 할 뿐이다. 대안을 말하는 전제는 반자본의 지평을 넓히느냐 아니냐에 있다.

△이태호: 가장 중요한 제도개혁 싸움을 하는 건 민주노총이다. 이런 운동들을 신자유주의 반대라는 맥락에서 접근하자고 하지만 제도개혁은 결국 개량이고 타협의 문제다. 오히려 시민운동의 위기는 이해관계자가 뚜렷한 상황에서 시민운동의 역할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불가피하게 통과해야 할 개량의 지점, 제도개혁의 지점이 있다. 앞으로 한동안 제도개혁 쟁점이 한국사회를 이끌 것이다. 민중운동은 이 문제에 대해 개량을 어떻게 현명하게 다룰 것인가라는 고민에 봉착할 것이다. 개량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비현실적이다. 시민운동은 여러 주제의 운동이다. 그 주제에서 민주주의를 급진화하고 내용을 풍부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법제도개선에만 신경쓴 면이 있었다. 양자가 그런 점에서 수렴해야 한다고 본다.

△조희연: 반자본주의 입장이라 하더라도 다양한 당면의제를 개발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본다. 민주주의를 급진적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게 내 입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도개혁을 급진적으로 포착해야 한다. 제도개혁을 하지만 반제도적 급진적 정신도 있어야 한다.

△김어진: 대중투쟁을 활성화시키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딱히 없다. 정부를 협상테이블로 끌어어려면 대중투쟁을 해야 한다. '2중대‘ 표현까지 들어가면서 지금까지 얻은 게 과연 무엇인가도 이제는 고민해야 한다. 자본주의의 위기, 우리가 개량을 위한 투쟁이 승리하기 위해서도 상당히 급진적인 방식을 동원해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

△이원재: 제도개혁운동의 제도화, 이권화 경향에 대한 반성과 비판이 필요하다. 주체가 제도화되는 것과 내용을 구체화하는 것을 혼동해선 안 된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지 못하는 것이 문제고 주체의 실행능력이 빈곤한 것이 문제다. 다른 측면에서 반자본주의 운동은 실체화가 필요하다. 반세계화운동집회·시위를 빼고 일상적인 차원에서 운동을 했는가.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실천이 없는 상징투쟁은 위험하다. 반자본주의 운동이 대안은 맞지만 그게 필요한 것은 일상적 삶 속에서 이뤄지는 공공성 투쟁이어야 한다. 그게 안되면 실패할 것이다.

△이태호: 참여연대는 내부에 진보를 재구성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움직임과 권력감시 역할을 더 강화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사회운동에서도 두 가지 축이 있다고 본다. 분화전문화라는 욕망과 아직 해명되지 않은 것에 대해 대안을 만들자는 욕망. 이 두 욕망을 조화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정리=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6년 2월 27일 오후 13시 42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38호 6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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