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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사회연결망분석

참여연대와 경실련은 무엇이 다른가

by 자작나무숲 2007. 3. 30.



진보,신생 단체일수록 참여연대와 '연대'
시민단체연결망분석(3)
2006/1/16

한국 시민단체는 ‘허브’구실을 하는 극소수 단체와 지역이나 분야에서 ‘주변부’에서만 활동하는 단체들로 분절돼 있다. ‘허브’ 단체조차도 보다 개방적인 '참여연대 유형'과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경실련 유형’으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참여연대와 녹색연합이 전자, 경실련과 여성연합이 후자의 특성을 보인다. 양자는 경쟁력 측면에서 장단점이 있다. 전자는 폭넓은 연결망을 통해 인지도를 높일 수 있고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후자는 밀도높은 연결망을 유지하면서 자기혁신과 대안제시를 계속할 수 있다. 폐쇄적 연결망은 ‘분파적’이라는 뜻이 아니다.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이 두 단체는 한국 시민단체를 상징하는 단체로 회자되는 단체들이다. <시민의신문>과 장덕진 서울대 교수, 은수미 박사(노동연구원 연구위원)가 ‘시민단체연결망’을 분석한 결과 참여연대와 경실련은 상당한 차이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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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진 서울대 교수가 게임이론에 입각해 제시한 참여연대와 경실련의 차이. 이하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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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시민사회) 한복판에 참여연대와 경실련 주유소(허브단체)가 있다고 가정할 때 마을 오른편(보수성향)보다 왼편(진보성향)에서 대중교통 이용자(시민단체에 무관심)들이 마이카족(시민단체 활동 참여)으로 바뀌면서 시민단체지형도가 참여연대에 유리하게 형성됐다.
경실련 주유소는 마을 오른편에 사는 1/3만을 상대로 영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마을 왼쪽 끝에 있는 고객들은 참여연대 주유소가 너무 멀어지는 문제가 있다. 새로운 주유소가 생긴다면 마을 왼쪽 끝과 참여연대 주유소의 중간에 생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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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주유소는 마을 오른편에 사는 사람들을 마이카족으로 변화시키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지금보다 조금 더 오른쪽으로 이전하는 것도 고려해 봄직 하다.

분석 결과 참여연대는 진보와 중도로부터 모두 선택받고 있지만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은 경실련을 외면한다. 상대적으로 조직연령이 젊은 단체들은 경실련을 별로 선택하지 않았다. 한국 시민단체는 이념적으로는 진보, 시대적으로는 87~97년 설립, 지역적으로는 서울이 중심에 있다.

경실련을 선택한 단체들은 이 세가지 면에서 모두 벗어나 있다. 따라서 1단계에서 경실련을 선택한 단체들이 17개로, 참여연대를 선택한 13개 단체보다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2단계에서는 경실련의 파급효과가 현저하게 줄어드는 것이다.

참여연대만 선택한 단체들은 경실련만 선택한 단체들에 비해 비공식·공식·공조·평가 연결망 모두에서 지위(Status)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국 시민단체 사이에서 높은 지위에 있는 단체들이 참여연대를 선택한 것이다.

참여연대와 경실련으로부터 1단계 떨어져 있는 단체들의 성향을 비교해 보면 참여연대만을 선택하는 단체들의 이념적 성향이 더 진보적이었다. 구체적으로 참여연대만을 선택하는 단체들은 진보에서 중도에 걸쳐 있는 반면 경실련만 선택하거나 두 단체를 모두 선택하는 단체들은 중도 단체들이다.

신생조직일수록 참여연대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경실련만 선택한 단체들은 절반이 1987년 이전에 설립된 단체들이었으며 특히 87년에서 97년 사이에 설립된 단체들은 경실련을 선택하지 않았다.

참여연대만 선택한 단체의 80%가 서울에 있는 단체들이며 경실련만 선택한 단체들은 호남>서울=강원에 걸쳐 퍼져 있었다. 회원 수가 가장 많고 연간 예산이 훨씬 많으며 조직연령이 가장 오랜 단체들은 참여연대와 경실련을 모두 선택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분석은 경로거리 1단계에서 참여연대만 선택한 단체와 경실련만 선택한 단체, 둘 다 선택한 단체, 2단계에서 참여연대만 선택한 단체만 선택한 단체와 경실련으로만 연결된 단체를 구분한 다음 그 단체들의 특징을 속성변수를 중심으로 확인했다.

1단계에서 참여연대만 선택한 단체는 13개였으며 2단계에서 참여연대로만 연결되는 단체는 26개였다. 1단계에서 경실련만 선택한 단체는 17개였으며 2단계에서 경실련으로만 연결되는 단체는 5개였다. 참여연대와 경실련을 모두 선택한 단체는 1단계에서 3개, 2단계에서는 4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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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교수는 이번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경실련의 향후 전략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조금 더 진보적으로 이동하거나 오히려 보수 입장을 강화함으로써 ‘합리적 보수’ 단체의 핵으로 떠오르는 두가지 방안이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장 교수는 이어 “이념·지역·시대적으로 다양한 허브가 필요하다는 결론의 연장선에서 보면 후자가 더 적절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기획 당시 장덕진 교수가 자신의 분석결과를 보내온 편지 전문>
상세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전문을 게재합니다. 장덕진 교수는 본인 말씀으로는 시민단체에 문외한이라고 하셨지만 연결망분석 자료를 근거로 시민단체를 전공한 학자 못지 않은 식견을 보여주셨습니다. 연말에 열과 성을 다해 분석을 해주신 장덕진 교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은 선생님:


상세한 해석과 자료 감사합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NGO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현장에 대한 감이 없어서 순전히 데이타 분석을 통해 느껴지는 것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참여연대와 경실련의 차이에 대해 혼자 막연히 생각하던 것과 은 선생님의 해석을 비교해보니 더 재미있네요.

데이타 분석을 하면서 느낀 감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경실련이 89년에 설립되었고 참여연대가 94년에 설립되었으니 89-94 기간은 경실련의 독무대였겠지요. Voting이나 Political Alignment 연구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듯이 정치적 지지란 어차피 "땅 따먹기" 게임이라고 본다면, "유권자(여기서는 다른 시민단체들로부터의 지지)"라는 땅에 누가 많은 깃발을 꽂느냐의 문제이겠지요.

혹은 다른 예로는 게임이론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정사각형으로 생긴  마을에 주유소를 내려고 할 때 최선의 입지는 마을의 한복판이고(그래야 어디 사는 사람이든 쉽게 오니까), 두번째로 주유소를 내려고 하는 사람의 최적 입지는 기존 주유소의 맞은 편(그래야 마을의 수요를 반씩 나눌 수 있으니까)이라는 결론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이미 경실련이 독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참여연대는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연대가 경실련을 추월하여 지배적인 위치에 서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이 궁금했습니다.

물론 참여연대 자체의 탁월한 능력이라든가 조직력, 이슈발굴 등등 참여연대의 “속성”도 중요한 몫을 했겠지만, 사회학자로서 특히 연결망 연구자로서 궁금했던 것은 이러한 속성보다는 연결망으로부터 오는 “관계성”, 혹은 참여연대와 경실련이 속해 있는 “환경”의 특성으로부터 설명을 찾을 수 없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데이터 분석 과정에서 얻은 감은 이것입니다. 위의 주유소 예는 그 마을의 경계선이 변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성립하는 것인데, 우리나라 시민단체의 경우 경계선 자체가 지속적으로, 그리고 참여연대에 유리하게 변화했다는 것입니다. 위의 게임이론 예에서처럼 정사각형 마을이 있고, 그 마을의 가운데 부분에는 자기 차를 몰고 다니는 “마이카 族”들이, 그리고 마을의 바깥쪽에는 대중교통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하지요.

여기서 마이카 족이 된다 함은 시민단체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것은 시민단체 활동에 무관심하다는 뜻입니다. 원래 경실련이라는 주유소가 마을의 한복판에 있었고, 그 바로 맞은편에 참여연대라는 주유소가 세워졌다고 하지요. 진보-보수의 비유를 쉽게 하기 위해 둘 다 마을의 한복판이기는 하지만 경실련은 복판의 대로에서 우측에, 참여연대는 좌측에 세워졌다고 할까요. 처음에는 마을의 수요를 두 개의 주유소가 반씩 나누거나 혹은 이미 잘 알려진 주유소인 경실련이 더 유리했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마을의 인구 중에서 마이카 족이 늘어났는데, 그것이 마을의 우측이 아니라 좌측에 집중적으로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참여연대 주유소가 처음 세워질 때는 경실련과 참여연대가 모두 마을의 한복판에 있었지만, 몇 년 지나면서 마이카 족이 마을의 좌측을 중심으로 늘어나다 보니 이제는 (자가용 인구를 기준으로 볼 때) 마을의 제일 왼쪽 끝으로부터 3분의 2쯤 되는 지점에 두 개의 주유소가 마주 보고 있는 꼴이 되었다는 것이지요.

참여연대 주유소가 혹시라도 문을 닫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한 이제 경실련 주유소는 마을의 우측에 사는 3분의 1의 인구만을 상대로 영업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참여연대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이 주유소의 서비스에 만족하고, 마을의 제일 왼쪽 끝에 사는 사람들은 참여연대 주유소까지 가려면 불편하기 때문에 불만이 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경실련 주유소보다는 가까우니까 할 수 없이 참여연대 주유소에 갈 수 밖에 없고...

이번 분석 결과를 보면 최근에 생긴 단체일수록 더 진보적이고, 참여연대를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반면 경실련을 선택하는 단체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고 경실련은 87년 이후 생긴 단체로부터 외면받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어서 위의 비유와 잘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분석의 연장선에서 보면 향후의 변화방향 혹은 전략을 예측하는 것도 어느 정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마을의 왼쪽 끝에 사는 사람들은 참여연대 주유소에 불만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안이 없으니까 계속 간다고 했는데, 최근 참여연대의 한계에 대한 지적들이 나오고 활동가들이 떠나고 있다는 상황(강국진 기자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이겠지요. 참여연대 주유소가 현재 간혹 오고있는 마을 오른쪽 손님들을 크게 잃지 않는 선에서 약간 왼쪽으로 옮겨서 확장개점을 하거나(비유가 너무 적나라한가요...), 아니면 마을 왼쪽 끝으로부터 참여연대 주유소까지 거리의 중간 지점에 또 하나의 주유소가 생기든가...

경실련 주유소는 왼쪽으로 이전하는 전략은 별 가망이 없어 보입니다. 경실련 주유소가 참여연대 주유소보다 왼쪽으로 가버리면 가뜩이나 얼마 안되는 현재 손님 중 일부를 참여연대 주유소에 빼앗겨야 하고, 또 손님들도 브랜드 네임의 정체성 때문에 헷갈려 할테니까요. 그렇다면 가능한 전략은 마을의 오른쪽 끝에 살면서 아직 자동차를 타지 않는 사람들을 설득해서 마이카 족으로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어쩌면 현재보다 조금 오른쪽으로 이전하든가 혹은 자동차 제조사나 카드회사와 제휴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을의 오른쪽 대중교통 이용자 중에서 새로 자동차를 구입하시는 분에게는 할인혜택을...” 뭐 이런 식의 영업전략이 필요할지도 모르지요. 아마도 경실련 주유소와 제휴를 해줄 자동차 회사나 카드회사라면 최근 활성화 조짐을 조금씩 보이고 있는 보수단체들이 되겠지요?

참여연대가 출범하던 10년 전 상황과 현재의 상황, 그리고 향후 변화방향을 주유소를 예로 들어 나타낸 것이 다음 네 개의 그림입니다. 말이 되나요...? 아니면 완전히 소설인가요?

은 선생님과 좀 더 토의를 해보고, 서로의 해석이 잘 들어맞는 것 같으면 공동작업으로 논문을 하나 써보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제가 보기에 위의 해석은 은 선생님의 해석과 모순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 해석을 좀 더 구체화해서 처음에는 참여연대 주유소가 마을의 복판에서 약간 왼쪽에 있었는데 손님을 찾아 이동하다 보니 결국 마을 복판까지 오게 됐다고 하면 되니까요... 이상 데이터에 근거한 소설 마칩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6년 1월 16일 오전 9시 28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32호 8면에 게재

"시민-노동운동 연대 시급"
시민단체연결망분석 참여한 은수미 박사

참여연대와 경실련의 차이는 어디에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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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미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나의 조직이 생성발전하는 과정에서 정체성이나 활동양식 등이 과거의 경험에 의존하게 되는 일종의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 효과가 아닌가 싶다”고 지적한다.

경실련은 좌파적, 급진적 성격에 대응하는 새로운 운동을 하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1989년 설립됐다. 새로운 운동이라는 것은 당시로서는 보수적인 성격이었다.

참여연대는 1994년 출범하면서 “진보적인 시민운동”을 표방했다. 참여연대가 생기면서 참여연대와 경실련이라는 형태로 상호 상이한 관계를 형성했다.

은 박사는 “1997년 당시에는 참여연대를 매개로 하지 않으면 경실련과 노동조직간 연계가 전혀 없었다”며 참여연대가 이후 점차 진보에서 중도 쪽으로 활동이 이동했다고 분석한다.

은 박사에 따르면 IMF 경제위기 이후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2000년 이후에 중도좌파 성향의 시민단체가 우세해졌다.

“상대적으로 보수적 성격을 가진 경실련은 축소되고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노동조직과 근거리 관계를 유지하던 참여연대는 점차 시민조직 쪽으로 옮아가고 경실련은 그대로 있었다. 사회양극화를 반영하면서 형성되는 시민조직의 자원을 참여연대가 흡수했지만 경실련은 그렇지 못했다.”

은 박사는 장 교수가 제시한 경실련의 활동전략에 대해 동의하면서 “참여연대도 일정하게 선택을 해야 할 시기가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지적한다.

“시민운동에서 진보성향과 참여연대의 연관관계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 비정규직, 차상위계층과 빈민층, 여성, 이주노동자, 장애인 등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내려면 참여연대가 노동운동과 적극적으로 연계를 맺거나 혹은 ‘그렇지 않고 있는 자원을 내적으로 활성화시키는 방식’을 더 강화해야 한다.”

은 박사는 “현재로서는 비정규직, 사회적양극화를 매개로 노동운동과 적극적인 연계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울산건설플랜트 투쟁이나 순천 현대하이스코 투쟁에서 보듯 지역단위에선 시민운동 조직이 노동진영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자신의 주장을 다시 강조한다.

그는 이어 “최근 몰락하는 중산층, 재벌문제, 사회건강성과 합리성 쪽으로 비중을 뒀던 참여연대로서는 상당한 정책선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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