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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사회연결망분석

어떤 활동전략이 ‘허브’단체를 만드나

by betulo 2007.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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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시민행동의 네트워크 전략 주목해야"
시민단체연결망분석 2편 시민의신문 2006년 1월9일자에 게재.


네트워크에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네트워크와 폐쇄적인 네트워크가 있다. 폐쇄적인 네트워크는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자기들끼리만 관계 밀도가 높고 특정한 이익을 대변한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네트워크는 비슷한 단체들끼리 모이는 것 보다는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주력한다.

서로 다른 단체들끼리 모인다면 서로 다른 정보와 자원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낸다. 성격이 다른 단체와 연계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일정기간 이상 지속해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허브’ 단체가 탄생한다.

시민단체 연결망분석에서 가장 눈에 띄는 단체는 바로 함께하는시민행동이다. 상대적으로 역사가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연결망 중심에 자리잡은 시민행동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스스로 “우리는 ‘등 단체’”라고 불렀다.

언론이 주요단체 몇 곳을 열거한 다음 ‘등 몇 개 단체’로 표현하면서 유래한 ‘등 단체’는 통상 사회적으로 주목을 별로 못 받는 단체를 가리킨다. 어떤 점들이 시민행동을 ‘등 단체’에서 ‘허브 단체’로 만들었을까. 시민행동의 활동전략은 여타 시민단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참여연대와 협력적인 관계를 설정하고 있는 점”을 시민행동의 연결망에서 눈여겨 볼 점으로 꼽았다. “새롭게 부상하는 조직이나 사람이 기존 허브와 협력적인 관계를 맺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부분은 경쟁관계로 설정하지요. 그럴 경우 경쟁에서 이기더라도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너지 효과를 잘 활용하는 경우는 기존 ‘허브’를 인정하면서 기존 ‘허브’가 하지 못했던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것을 고민합니다.”

정선애 시민행동 정책실장은 장 교수의 지적에 동의하면서 “그것이 바로 시민행동이 추구하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1999년 창립한 시민행동은 초기부터 예산감시운동을 통해 부문, 성향, 지역과 상관없이 다양한 단체들과 관계를 맺었다. 특히 “단체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일을 하는가를 중요하게 보면서 어떤 단체와도 경쟁관계를 구축하지 않으려 한 점”이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성인지적 예산’이라는 매개를 통해 여성운동단체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면서 양자 모두 발전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에서 보듯 시민행동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한 셈이다.

“지도부를 자임하거나 주도하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구성원들이 단체 설립 당시부터 확고하게 갖고 있었습니다. 역할로 기여하겠다는 생각이 강했죠. 이름이 날 일이 있거나 성과가 날 일이 있거나 했을 때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을 의식했습니다. ‘등 단체’가 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다른 단체가 하지 않거나 별반 주목하지 않았던 예산감시운동과 정보인권운동을 시민행동의 주력활동으로 벌인 것은 시민행동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하승창 시민행동 사무처장은 “우리가 참여연대와 똑같이 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비슷한 활동을 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는 게 더 좋다고 본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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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연결망에서 함께하는시민행동의 위치를 표시했다. 함께하는시민행동은 예산감시운동과 정보인권운동을 중심으로 성향,분야,지역 등에 구애받지 않고 연결망을 구축하는 활동전략을 구사한다. 특히 예산감시운동과 정보인권운동은 여타 단체에서 미진한 활동분야라는 점에서 독자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구실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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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행동 비공식연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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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행동 공식 연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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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행동 공조연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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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행동 평가 연결망


“몸 대주기 연대운동은 안 한다”

시민행동은 연대운동에만 주력하는 단체가 아니다. 이름만 빌려주는 연대운동은 배제하고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연대운동은 적극적으로 나선다. 하 처장은 “시민행동을 처음 만들 때 기존 연대운동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결국 한 단체가 다 하는 그런 운동은 단체간 민주주의에도 좋지 않으니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시민행동은 “하 처장의 친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하는 연대체 하나를 빼고는” 언론개혁을 주제로 한 연대운동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다. 참여하더라도 특별히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고 스스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 처장은 “당장엔 욕먹을지 몰라도 결국엔 그게 전체운동에도 더 좋다”고 자신한다.

정 실장은 “근본적으로는 전술전략 차원에서 파워게임하듯이 연대가 이뤄지는 것은 결코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힘들다”며 “자꾸 그렇게 하다보면 그 방식에 의존하는 경향만 강화되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단체간 네트워크는 구체적이고 분명한 사안별 네트워크가 돼야 한다”며 “참여하는 단체와 사람들이 사안에 대한 관심과 열정 때문에 자기 역할을 만들어 내는 연대운동”을 주장했다.

그는 “이라크 파병반대운동을 위해 수백개 단체가 모이는 것 보다 몇몇 단체가 벌였던 피스몹이 더 의미있다고 봤다”며 “자유롭게 모인 사람들이 피스몹을 위해 기획을 같이 하고 시간을 내고 열정을 보탰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창조적 에너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하 처장은 “영향력 있는 단체, 큰 단체를 생각하지 않는다. 시민행동은 몇 등이 되겠다는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다”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가 잘하고, 해보고 싶은 활동을 중심으로 나름대로 성과를 내는 운동을 해보고자 했다”며 “그게 결국은 시민운동가가 운동을 하는 이유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하 처장은 “처음에는 시민행동이라는 이름이 언론에 덜 나오는 걸 불만스러워 하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그게 나중에는 발전에 도움이 더 많이 되었다”고 말한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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