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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사회연결망분석

“밀도 낮고 허브 역할 단체도 적다"(2006.1.9)

by betulo 2007.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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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전문가 장덕진 교수가 본 시민단체연결망
“한국 시민단체들은 아직까지 제대로 된 네트워크가 성숙하지 않았습니다. 끼리끼리 노는 것보다도 혼자 노는 양상이지요. 시민단체 연결망의 주변부로 갈수록 다른 단체와 연계를 강화하려는 노력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민단체 연결망은 상당히 이원화돼 있습니다.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나는 몇 개 단체와 전혀 그렇지 않은 대부분 단체라는 전혀 다른 두 매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건 결국 발휘할 수도 있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하지요. 특히 지역단체로 갈수록 고립돼 있거나 같은 지역에 있는 단체와 최소한의 관계만 갖고 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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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신문>과 ‘시민단체연결망분석’을 같이 한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왼쪽 사진)는 시민단체 연결망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을 ‘조각난 네트워크’로 표현했다. 그는 “17대 국회의원들은 386운동권, 6·3세대, 긴급조치세대 등 6개 그룹을 중심으로 하나의 덩어리로 연결되지만 시민단체는 무려 44개 그룹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이와 함께 “시민단체 네트워크는 몇 단계를 거치든 서로 연결되는 단체는 80%정도이고 나머지 20% 정도는 고립돼 있다”며 “그 20%는 말 그대로 ‘혼자 노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조각난 네트워크’라는 양상은 시민단체 연결망이 얼마나 취약한가를 보여주는 단초가 된다. 그는 “글로벌 허브 몇 개를 빼버리면 연결망 자체가 붕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참여연대, 경실련, 환경연합 등 중심에 있는 몇 개 단체가 동시에 문을 닫는다고 가정합시다. 그럴 경우 시민단체들은 고립된 섬이 돼 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심이 되는 발전소 몇 곳이 가동을 멈추면서 그 영향이 미국 동부 전역에 미쳤던 2003년 8월 미국 동부지역 정전사태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겁니다.”

취약한 연결망을 보여주는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서울 중심’에 있다. 참여연대, 경실련, 환경연합, 시민행동, YMCA 등을 ‘허브’ 단체, 즉 일상적으로 시민운동의 중심에 있는 단체로 지목한 장 교수는 “학술적으로 볼 때 허브에는 글로벌 허브와 로컬 허브가 있다”며 “시민단체에서는 글로벌 허브는 있어도 로컬 허브는 없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서울 이외 지역에서,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서 허브가 많이 생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하면서 “허브가 없는 것보다는 허브가 있는 게 좋다”고 밝혔다. 중심에 있는 단체라도 없으면 시민단체가 파편화되고 시민사회 전반이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이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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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시민단체 연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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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시민단체 연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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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역 시민단체 연결망. 그림에 오류가 일부 있다.연결망 중심에 있는 인천연대와 윗부분에 있는 민주개혁인천시민연대가 뒤바뀌었다.인천지역 연결망의 중심에 있는 단체는 민주개혁인천시민연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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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시민단체 연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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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역 시민단체 연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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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경실련, 녹색연합, 여성연합, 시민행동, YMCA를 제외한 연결망.


문제는 시민단체 연결망을 하나로 이어주는 단체가 극소수에 불과하면 특정한 사안에 대해 특정 단체의 입장이 전체를 좌우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데 있다. 장 교수는 이를 미일무역편중현상에 비유하기도 했다. 장 교수는 “지금 상태가 계속되면 다양한 민주주의 활성화라는 시민사회의 본래 목표를 잃어버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정 단체, 특정 그룹의 의견이 시민사회 전체 의견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는 구조입니다. 그걸 막으려면 가능하면 현재 중심이 되는 단체와 다른 이념성향, 다른 세대, 다른 지역 뭐든 간에 다른 특성을 가진 단체들이 허브로 많이 생겨야 한는 것입니다. 그게 시민사회 역동성을 유지하면서 위험을 방지하는 효과를 가져 올 것입니다.”

장 교수는 여기에 더해 한 가지를 더 지목한다. 그는 “한국에서 서울 중심이 나타나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그런 분절이 서울과 지방 사이에만 있는 게 아니라 단체설립연도에 따른 차이도 있다”고 지적했다. “YMCA나 흥사단처럼 역사가 상대적으로 깊은 단체들이 규모는 제일 크지만 80년대 이후 생긴 단체들과 단절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관련 기사들>
대한민국 시민운동 ‘허브’는 어디일까 (2006.1.2)
한국시민단체 연결망 ‘분절’ (2006.1.2)
어떤 활동전략이 ‘허브’단체를 만드나(20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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