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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깝다 한 권, 독서로 되돌아 본 2022년

자작나무책꽂이

by betulo 2023. 1. 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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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라는 건 참 오묘합니다. 99와 100 사이에는 단지 1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지만 우리는 99와 100을 굉장히 다르게 느낍니다. 99와 100은 98과 99는 물론이거니와 999와 1000과도 사뭇 달라 보입니다. 물론 0과 1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우리 머리는 특정한 숫자를 듣는 순간 그 숫자에 담긴 상징과 터부, 역사적 기억을 떠올립니다. 인천국제공항에는 4번과 44번 게이트가 없고 유럽 항공기엔 13번째 줄이 없습니다. 한국인이라면 416이나 518, 미국인이라면 911, 대만인이라면 228, 버마인이라면 8888이라는 숫자를 들었을 때 즉각 특정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맞습니다. 숫자는 숫자일 뿐이라고 아무리 자기 세뇌를 걸어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12월31일과 1월1일은 그냥 하루 차이일 뿐이지만 또한 심대한 의미가 없을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올해도 2022년 한 해를 되돌아봅니다. 어떤 책을 언제 어떻게 읽었는지 살피면서.

지난해 독서결산을 하면서 ‘드디어 100권을 읽었다’며 의기양양했습니다. 하지만 독서일지와 통계를 차분히 정리하다가 엑셀에서 월별통계 설정에 사소한 착오가 있었고 그 덕분에 제가 읽은 책이 100권이 아니라 99권이란 걸 알게 됐습니다. 사실 한 권 차이인데다, 99권도 요 몇년간 가장 많이 읽은 것이긴 하지만 제 마음은 100권을 못채웠다는 자괴감을 (10초동안)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놈의 숫자가 뭐라고 말입니다. 이건 마치 <장길산> 끝자락에 등장하는, 물을 건넌 여우가 그만 꼬리에 물이 묻은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2022년에는 모두 99권을 읽었습니다. 한 달에 평균 8.3권(3443쪽)입니다. 논문은 17편, 시사IN 52호를 읽었습니다. 쪽수로 계산해보니 4만 1314쪽, 한달에 3443쪽을 읽은 셈입니다. 가장 많이 읽은 건 여름입니다. 7월엔 11권(5112쪽)으로 쪽수로는 최고기록이고, 8월과 9월은 12권씩 읽었습니다. 7월에는 좋은 기회를 얻어서 키르기스스탄에 다녀왔는데 여행의 풍미를 돋우기 위해 관련 책들을 여럿 읽었습니다. <몽골 평화 시대 동서문명의 교류> <몽골제국, 실크로드의 개척자들> <몽골 제국 기행: 마르코 폴로의 선구자들>같은 책들입니다. <나는 걷는다>와 <당신에게 실크로드> 같은 여행기도 읽었고요.

가장 적게 읽은 건 5월(5권, 2811쪽)과 6월(6권, 2422쪽)입니다. 왜 그런가 보면 5월에는 <독도 1947>이나 <청와대정부> <슬픈 중국>같은 책들을 읽느라 아무래도 속도가 더뎠고, 6월엔 세권짜리 <나는 걷는다>에 보름 가까이 완전히 푹 빠져 있엇기 때문입니다.

2021년에 94권(3만 8842쪽)과 비교해도 꽤 준수합니다. 2020년에 77권(3만 7665쪽)과 비교하면 말할 나위가 없겠습니다. 2020년 9월부터 시작해 2021년 3월까지 <마스터스 오브 로마>라는 21권짜리 대하소설을 읽었는데 한 권에 보통 400~500쪽씩 하다보니 2020~21년 독서에 꽤 큰 영향을 미쳤는데 2022년엔 특별히 소설을 읽은 게 없는데도 오히려 더 많이 읽었다니 대견하기도 합니다.

그러고보니 저는 참 소설을 많이 읽지 않습니다. 2022년에 읽은 소설이라곤 <바리데기> 딱 하나 뿐입니다.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같은 에세이까지 포함해도 문학작품을 거의 읽질 않았습니다. 그 빈자리를 채운 건 역사, 사회과학, 그리고 최근 열심히 탐독하고 있는 <지정학의 포로들>이나 <지리의 이해> <국경전쟁>, <지리의 힘>2권 같은 지정학 책이 채우고 있습니다. 책꽂이 한켠에는 <파운데이션> <뒷골목 로켓> <아라리난장>이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며 외면받고 있습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이렇습니다. 소설을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소설이란 한 번 붙잡으면 중간에서 끊기가 쉽지 않습니다. 재미있는 소설이란 생활리듬 파괴자요, 숙면의 적이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2005년에 세웠던 120권 기록을 넘기긴 쉽지 않겠지만 역대 두번째는 되겠고, 쪽수(4만 1314쪽)는 2005년(3만 6353쪽)은 물론이고 역대 최고인 2021년(3만 8842쪽)을 갱신했습니다.

2022년에 읽은 책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고 주변에 추천해주고 싶은 책 10권을 골라보았습니다. 후보로 고른 책이 20권 가까이 되는데 그 중에서 10권을 추리려니 머리가 지끈지끈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내 맘대로 기분 내키는대로 골라본 10권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Scott Anderson, 정태영 옮김, 2017, 글항아리)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조)

<그런 세대는 없다>(신진욱, 2022, 개마고원)(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조)

<독도 1947: 전후 독도문제와 한미일 관계>(정병준, 2010, 돌베개)(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조)

<청와대정부: '민주정부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박상훈, 2018, 후마니타스)(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조)

<나는 걷는다>(베르나르 올리비에, 임수현.고정아 옮김, 2003, 효형출판)(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조)

<슬픈 중국: 문화대반란 1964~1976>(송재윤, 2022, 까치)(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조)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 핵무장국가 북한과 세계의 선택>(이삼성, 2018, 한길사)(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조)

<지정학의 포로들-세계의 패권 싸움은 지정학의 문제다>(정의길, 2018, 한겨레출판)(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조)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정은정, 2021, 한티재)(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조)

<지리의 힘>2권(팀 마샬, 김미선 옮김, 2022, 사이)(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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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권에는 들지 못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추천해줄 만한 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토 요코, 양지연, 2018, <왜 전쟁까지: 일본 제국주의의 논리와 세계의 길 사이에서> 사계절
서동만, 서동만저작집간행위원회 엮음, 2010, <북조선 연구; 서동만 저작집>, 창비
차용구, 2022, <국경의 역사: 국경 경관론적 접근>, 소명출판
미할 비란 등, 이재황 옮김, 2021, <몽골제국, 실크로드의 개척자들>, 책과함께
오구라 키조, 2017,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理와 氣로 해석한 한국 사회>, 모시는 사람들
국립진주박물관 엮음, 2022, <화력조선>, 국립진주박물관
길윤형, 2021, <신냉전 한일전>, 생각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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