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 읽은 책 99권 가운데 (내 맘대로) 10권을 엄선했습니다. 10권을 위한 짤막한 독후감을 써 봤습니다. |
<아라비아의 로렌스>(Scott Anderson, 정태영 옮김, 2017, 글항아리)
아라비아의 로렌스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같은 제목을 단 영화를 떠올립니다. 저도 딱 거기까지였습니다만 거기에 하나가 더 있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가 20세기 초 제멋대로 서남아시아를 이리 붙였다 저리 붙였다 담합하고, 당사자들을 속이고 협박한 결과물이 오늘날 우리가 보는 국경선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마당에 T.E.로렌스(1889~1935)가 멋있게 보일 턱이 없습니다. 게다가 그 영화는 똑똑하고 열정이 넘치는 영웅이 순수하고 우직한 사막의 ‘순수한’ 베두인들과 힘을 합쳐 ‘침략자’(!)를 무찌르는 내용으로만 보일 뿐이어서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면에서 보면 이 책은 분명히 다릅니다. 로렌스 개인 뿐 아니라 20세기 초 서남아시아에서 살았던 많은 이들의 흥미진진한 인생사, 거기에 각국의 음모와 외교, 전쟁이 얽히고 설키는 대하드라마를 펼쳐보입니다. 그 속에서 제국주의가 남긴 어두운 유산 뿐 아니라 자신의 신념과 국익의 희생양이 되어야만 했던 한 불행한 청년을 드러냅니다. 추천사 중에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전쟁의 개념을 새로 쓴 인물이라면, 스콧 앤더슨은 로렌스를 새로 쓴 사람이다”는 평가는 지극히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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