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 읽은 책 99권 가운데 (내 맘대로) 10권을 엄선했습니다. 10권을 위한 짤막한 독후감을 써 봤습니다. |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정은정, 2021, 한티재)
“어쩌나! 벌써 커피머신을 들여놨어요.”
정은정이라는 연구자 혹은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건 어느 팟캐스트에 출연해 당시 논란이 됐다는 ‘한국 치킨이 작은지 아닌지’ 명쾌하게 설명하는 걸 들었을 때였습니다. 농촌사회학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분이 치킨에 진심이구나 싶어 기억에 오래 남았습니다. 우연찮게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을 읽을 기회를 얻었습니다. 하룻밤만에 다 읽어 버렸습니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생생함과 오랜 연구에서 뿜어나오는 통찰력이 만나면 이런 책이 되는구나 싶습니다. 진심으로, 샘이 납니다.
사회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차가운 예리함을 함께 느끼게 하는 대목으로 카페 이야기를 꼽고 싶습니다. 저자는 미혼모 시설을 운영하는 수녀님들을 만나서 “진심으로 만류했다(107쪽)”고 합니다. “키피를 팔아 도저히 생계가 꾸려가지 않기 때문(107쪽)”이라며 직접 경영했던 카페 재무재표까지 보여줬건만 돌아온 건 이미 기계까지 사놨다는 대답이었습니다. 사회적기업이나 자선을 위해 카페를 하는 물결 속에서 저자는 “그 어떤 지원도 없이 오로지 커피 한 잔에 생계를 구해야 하는 ‘골목 카페’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다(108쪽)”는 걸 지적합니다.
직접 카페를 운영해본 경험에 더해, 십 년 전만 해도 대형 교회 근처 카페 상권은 웃돈의 권리금까지 줘야 했지만 이제는 교회가 직접 운영하는 카페 덕에 파리만 날리기 일쑤라는 관찰까지 더해졌기에 이런 따뜻한 마무리가 단순한 훈계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공공 기관이나 종교 시설에서 생각해야 할 이웃들 중에는 영세 자영업자들도 존재한다. 커피가 필요하다면 이웃의 작은 카페에서 마시면서 그들과 상생하는 방법을 고민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1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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