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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국제사회는 버마 문제에 관심 많은 '척'만 한다"

by betulo 2007.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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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경씨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예전 시민의신문 있을 때였습니다. <아시아여행기>를 연재하게 되면서 연락담당이 됐지요. 수시로 이메일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원고를 받고 교정을 하곤 했습니다. 원고를 읽을 때마다 새로운 세계를 훔쳐보는 기쁨을 누리기를 3년을 했습니다. 잠깐씩 한국을 방문했을 때 들려주는 아시아 얘기를 듣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구요.

노트북이 고장나서 한국에 들른 이유경씨를 지난주 금요일 다시 만났습니다. 제 결혼 선물로 인도에서 구입한 <카마수트라>를 선물했던 그 '감각'과 '유쾌함'이 여전히 번뜩이는게 참 보기 좋았습니다.

비록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지만 이유경씨의 앞날에 건투를 빌며 이 작은 글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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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버마를 방문했을 때는 민주화운동가들이 너무 많이 외국으로 망명해서 정작 버마 국내에서는 여력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이번같은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지요. 지금은 갈림길입니다. 민주화운동을 주도하는 지도력을 얼마나 발휘하느냐, 그것이 변수가 될 것입니다.”

아시아 분쟁지역이 보금자리

‘비자 없는 세상’을 꿈꾸며 어느 날 한국을 떠나 서쪽으로 서쪽으로 아시아 여행에 나선 전직 시민운동가 이유경(35)씨. 2004년 4월 태국에서 첫 발걸음을 뗐을 때 1년을 계획했던 아시아 여행은 어느덧 3년 6개월째로 접어들었다.

그 동안 겪었던 아시아의 다양한 모습을 사진과 글로 모아 ‘
아시아의 낯선 희망들: 끊이지 않는 분쟁, 그 현장을 가다’(인물과사상사)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행운인지 불행인지 이씨는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노트북이 고장나는 바람에 잠시 한국에 들러 재충전을 하고 있다.

1년 계획이 벌써 3년 6개월 접어들어

이유경씨는 분쟁전문기자를 꿈꾼다. 그동안 방문했던 분쟁지역만 해도 버마, 태국 남부, 네팔, 스리랑카, 카슈미르와 아프가니스탄 등 일일이 세기가 힘들 정도다. “벌써 햇수로 5년을 바라보네요. 최종 목적지인 발칸반도까지 가는데 1-2년을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많이 늦어졌죠. 아시아 여행을 마치면 남미 대륙도 여행하고 싶어요. 그런 다음엔 한 곳에 둥지를 틀 생각입니다. 물론 그 곳은 분쟁지역이 되겠지요. 일단 노트북을 고치고 나면 제헌의회 선거가 있는 네팔로 날아갈 겁니다.”

이씨는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곳으로 주저 없이 꼽는 곳이 바로 무장항쟁을 벌이는 버마 민주화운동세력과 함께한 12일을 꼽는다. “활동가들과 함께 국경근처 웨지 본부에서 사흘 동안 걸어서 파푼 전선까지 갔어요. 비가 쉬지 않고 내려 몸은 무겁고 길도 안좋고… 정말 힘들었어요. 버마 친구들이 싫은 내색도 없이 헌신적으로 나를 도와주더라구요. 지금도 그 때 기억이 눈에 선합니다.”

이씨는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가 버마에 많은 관심을 가져 줄 것을 촉구했다. “평화적으로 대화해라, 양쪽 모두 자제해라… 한국을 포함한 외국 정부들은 속편하게 그런 얘길 하는데 그게 정말 싫어요. 국제사회는 언제나 버마 문제에 관심이 많은 ‘척’ 해왔죠. 그건 전부 면피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87년 6월 당시 외국에서 ‘한국 시민들과 정부는 자제하고 대화로 해결하라.’는 성명을 냈다면 기분이 어땠을까요?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는 속담이 있지요. 한국이 그런 개구리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밑바닥에서 느끼는 아시아

이씨는 스스로 “아시아여행을 하기 전엔 아시아에 대해 아무 관심도 없고 아는 것도 없었다.”고 말한다. 그런 그가 4년 가까이 여행하면서 느낀 것은 무엇일까. “아시아는 빈부격차에 따라 나라마다 서열이 존재합니다. 한국인은 태국에 우월감을 갖고 태국 사람은 버마나 캄보디아 사람을 깔보거든요.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라는 선입견이 정서적․문화적 서열의식, 우월감과 열등감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또 하나 그가 주목한 것은 “불안한 지역”이라는 점. “발 뻗고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는 나라가 별로 없는 게 아시아입니다.”

이씨는 이렇듯 많은 문제를 가진 아시아에서 여행하는 즐거움을 느낀다. “가난하고 불안하고 열등감과 우월감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게 아시아죠. 뒤집어 생각하면 아주 재미있는 곳이잖아요. 저마다 무척 다양한 문화를 갖고 있고요. 나라마다 부족마다 오랜 세월 지켜온 문화에 서열을 매길 수는 없을 겁니다. 다양한 모습을 가진 아시아. 그게 제가 아시아를 여행하면서 느낀 아시아입니다.”

기사일자 : 2007-10-01    27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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