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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이주노동자투쟁, 정부 조치 불구 불씨 남아 (2004.2.5)

by betulo 2007.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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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투쟁, 정부 조치에도 불구하고 불씨 남아
성공회 성당, 1백주년기념관 등 농성 풀기로
명동성당 농성단 농성 계속 결의
2004/2/5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정부가 2월말까지 자진출국기한을 연장하고 재입국기회를 부여하겠다는 조치를 발표한 가운데 정부의 전향적인 조치를 환영하며 3개월 가까이 농성을 정리하는 곳이 늘고 있다. 그러나 명동성당 농성단은 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를 주장하며 농성을 계속하기로 해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에서 “자진출국시한을 2월말까지 연장하고 자진출국자는 오는 8월부터 시행하는 고용허가제 등을 통한 재입국기회를 최대한 부여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아울려 지난달 15일 이전에 발생한 산업재해, 임금체불, 전세보증금 미반환, 소송 등 어쩔 수 없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2월말까지 전국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사안별 입증서류와 여권 등을 제출하도록 하여 개별심사를 거쳐 구제하기로 했다.

 

정부 방침이 나온 이후 농성단 사이에선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성공회 성당, 백주년기념관, 기독교회관의 농성단 4백50여명은 지난 6일 기독교회관에서 공동해단식을 열고 농성투쟁을 정리했다. 김해성 목사(중국동포의 집 소장)는 농성을 정리하면서 “정부가 2월말까지 자진출국하면 고용허가제로 최대한 입국 보장하기로 했다”는 점을 성과로 꼽았다. 특히 지난 4일 재외동포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것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임광빈 목사(조선족복지선교선터 소장)는 “제2투쟁을 선포하고 조선족 불법체류자 사면신청 접수를 시작하고 정부에 사면청원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9일로 농성 87일째를 맞는 명동성당 농성단은 농성을 계속하기로 했다. 서선영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 선전국장은 “고용허가제로 불법체류자 문제가 해결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주장했다.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가 중심이 된 명동성당 농성단과 외노협,외노공대위 등이 중심이 된 성공회 성당 농성단 등은 농성 전부터 고용허가제를 보는 입장이 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 쪽은 외국인노동자 전면 합법화와 노동허가제를 주장하는 반면 외노협 등은 고용허가제를 일정부분 긍정하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고용허가제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해법제시도 약간씩 다르다. 서 선전국장은 천주교 수원교구 외국인노동자 사목센터 갈릴래아 사무국장은 “지금도 9만명 가량이 여전히 불법체류 상태”라고 강조하며 “불법체류자들을 합법화하는게 우선이고 그 다음이 고용허가제 정착”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박천응 목사(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는 “최소한 2월 중순 이전에 고용허가제 시행령과 고용허가 대상국 자진출국자에 대한 재입국 절차와 방법을 확정하고 그 이후 한 달 정도 신고기간을 두고 자진출국 확인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활동가는 “지난달 정부발표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은 모든 이들이 동감할 것”이라며 “문제는 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떻게든 농성을 정리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으며 극단적인 상황은 돌파했다는 상황인식이 농성 해산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핵심은 이주노동자들 자신”이라며 “자진출국하고 안하고는 이주노동자들이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자진출국 유도정책에 대해 시민사회단체 일각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 3개월 정도 경제활동을 못한 외국인노동자들이 생계형 절도를 저지르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과 외국인노동자 사이에 반한 감정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박 목사는 “지금 정부방침대로는 전체 10만명 중 90% 이상이 자진출국을 거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목사는 그 근거로 “자진출국자의 인력 풀을 통한 재입국조치는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나온 내용이고 고용허가 대상국 확정 계획도 없는 상황에서 자진출국할 외국인노동자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강국진 기자 sechenkhan@ngotimes.net

2004년 2월 5일 오전 5시 8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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