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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기업-NGO, 인내 갖고 대화해야"

by betulo 2007.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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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NGO, 인내 갖고 대화해야"
[시민사회리더십컨퍼런스] 제훈호 e스포츠협 상임이사
본지 주최 행사 현장중계
2005/8/26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SK에서 벌이는 기업사회공헌 프로그램의 70% 이상은 시민단체 제안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하지만 제안에서 실행까지는 보통 6개월 이상 걸리죠. 서로 인내심을 갖는 게 필요합니다. 기업은 몇백만원 단위부터는 최고위급 승인을 받아야 하는 곳입니다. 그런 곳에서 돈이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대신 프로그램만 좋으면 기업 돈으로 좋은 일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기업사회공헌을 오랫동안 담당했던 기업 인사와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상호 갈등조정과 소통을 위해 토론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지난 8월 25일 <시민의신문>이 주최한 2005 시민사회 리더십컨퍼런스는 제훈호 한국 e-Sports 협회 상임이사를 초청해 ‘기업과의 갈등조정과 소통’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먼저 2001년부터 올해 5월까지 SKT 사회공헌팀장으로 일했던 제 이사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의 입장에서 본 기업-시민사회 협력방안을 설명했고 이어서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제 이사 사이에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지난 8월 25일 <시민의신문>이 주최한 2005 시민사회 리더십컨퍼런스는 제훈호 한국 e-Sports 협회 상임이사를 초청해 ‘기업과의 갈등조정과 소통’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시민사업국 유정기자
지난 8월 25일 <시민의신문>이 주최한 2005 시민사회 리더십컨퍼런스는 제훈호 한국 e-Sports 협회 상임이사를 초청해 ‘기업과의 갈등조정과 소통’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제 이사가 제일 먼저 시민단체에 지적한 것은 바로 ‘인내심’이다. 그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성격이 급하다”며 “나는 시민단체 활동가를 처음 만나면 대화 한번 하고 만나지 않을 거라면 나하고 얘기하지 말자고 얘기한다”고 소개했다. 그가 인내심을 강조하는 것은 서로 모르거나 오해하는 부분이 여전히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에선 상식으로 통하지만 기업에선 전혀 모르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반대도 물론 있지요. 기업에선 홍보가 가장 중요한데 시민단체에선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이는 경우도 있구요. 그런 것들을 조정하는데 갈등이 있습니다.”

그는 이어 “기업이 왜 사회공헌 활동을 하려고 하고 무엇을 기대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왕 기업과 공익사업을 하려고 한다면 기업의 논리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제 이사는 “기업사회공헌 활동도 전략이 필요하다”며 “아무래도 홍보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이미지 구축을 전략적으로 고민한다”고 털어놨다.

제 이사의 설명이 끝나자 마자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예리한 질문을 쏟아냈다.
시민사업국 유정 기자
제 이사의 설명이 끝나자 마자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예리한 질문을 쏟아냈다.

‘대한민국을 새롭게 하는 힘’을 슬로건으로 하는 SKT는 소외계층, 청소년, 장애인, 교육/장학 등을 전략분야로 선정했다. 기업사회공헌에서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유한킴벌리는 나무를 통해 환경기업 이미지라는 핵심이미지 강화전략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유한킴벌리의 기업사회공헌은 나무라는 이미지에서 시작해 숲가꾸기, 북한산림보호, 환경단체 지원, 사막화 방지 등으로 이어진다.

“왜 ‘책임’ 아니고 ‘공헌’이냐”

제훈호 한국 e-Sports 협회 상임이사
시민사업국 유정기자
제훈호 한국 e-Sports 협회 상임이사

“왜 원래 용어인 기업사회책임을 쓰지 않고 기업사회공헌이라 하느냐. 이는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감을 회피하고 뭔가를 베풀어준다는 우월감을 반영하는 것 아닌가.” 제 이사의 설명이 끝나자 마자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예리한 질문을 쏟아냈다. 사회복지 분야처럼 눈에 보이는 활동만 지원하면서 생색내기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부터 사회에 돈 한푼 내놓지 않아도 좋으니 불법만 저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직설적인 질문도 쏟아졌다.

기업사회책임과 사회공헌 문제에 대해 제 이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책임에 대한 규정 자체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며 “기업 입장에선 무리하게 책임이란 용어를 쓰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공헌이란 용어가 오해를 일으킬 여지가 있어 다른 용어도 고민해 봤는데 마땅한 용어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생색내기만 신경쓴다는 지적에 대해 제 이사는 “기업이 선호한다기 보다는 언론이 선호하는 게 복지쪽”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다양한 기업사회공헌 활동을 하는데 정작 언론보도 80% 이상이 사회복지, 즉 소년소녀가장·독거노인·불우이웃 돕기 등에 쏠려 있다”고 말했다.

“며칠동안 밤새도록 준비해서 제안서를 냈더니 ‘좋긴 한데 눈에 띄질 않아서’라고 하며 퇴짜 맞은 적 여러번 있습니다. 반면 사주가 지시하면 아무리 볼품없는 것도 바로 채택되는 경우도 여러번 봤습니다.” 한 활동가는 제 이사에게 기업의 행태를 강하게 문제제기했다. 제 이사는 이에 대해 “전략적으로 판단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그는 “실무자 만날 때와 윗선 만날 때를 잘 가려서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한가지 분명한 건 실무자든 간부든 인내를 갖고 충분하게 의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 이사는 “장학사업, 헌혈, 소년소녀가장돕기, 독거노인 돕기 등이 기업사회공헌의 초창기 모습”이라며 “처음에는 기업사회공헌을 혼자서 담당했는데 불과 5년만에 팀원 15명으로 성장했다”고 회상했다. 제 이사는 “사회공헌 초기 기업들은 복지재단이나 자선단체 위주로 접근했고 시민단체를 경원시했다”며 “이제는 시민단체와 기업의 협력수준이 급격히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8월 25일 오후 22시 36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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