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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說/자작나무책꽂이

문제는 언제나 지리-정치다

by betulo 2023.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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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 읽은 책 99권 가운데 (내 맘대로) 10권을 엄선했습니다. 10권을 위한 짤막한 독후감을 써 봤습니다.

 

<지정학의 포로들-세계의 패권 싸움은 지정학의 문제다>(정의길, 2018, 한겨레출판)

요즘 부쩍 지정학에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국방부를 출입하게 된 영향도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만, 지도 보는 걸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지정학에 더 관심이 가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지정학의 포로들>은 지정학 관련 책 중에서도 첫손에 꼽을만큼 흥미진진합니다. 유럽 지정학을 통해 영국과 러시아의 경쟁관계를 밝히고, 영국과 독일, 독일과 러시아를 통해 2차세계대전의 맥락을 되짚어봅니다. 미국과 소련의 지정학을 통해 냉전을 흟더니 중국의 지정학을 통해 신냉전의 그림자까지 종횡무진합니다. 그 속에서 우리가 살고 있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야 할 이 땅의 지정학을 고민합니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현실에 기반한 냉정한 해법은 두고두고 곱씹을 만 합니다. 저자는 “한반도의 지정학은 먼저 이 분단 체제를 인정하는 현실주의에서 출발해야 한다(481쪽)”고 강조합니다. “한반도에서 현재 분단 체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실패하면, 한반도는 미국과 중국이 대결하는 세번째 그레이트 게임의 핫스판이 될 것(482쪽)”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독일 통일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독일의 통일은 기본적으로 유럽 최강대국인 자신들의 지정적 위상을 회복한 것 뿐(482쪽)”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결론내립니다.

“분단 체제를 평화적으로 관리해 공존 체제로 안정화시켜야 한다. 남북한의 두 정권 모두가 주변 열강과 안정적 관계를 구축하게 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반도가 특정 열강 진영의 교두보가 아니라 양 진영의 완충지대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게 해야 한다. 이는 결코 분단 체제의 영구화가 아니다. 주변 열강의 세력균형을 유지하는 공존 체제로의 안정적 전환이야말로 분단 체제의 평화적 해소로 가는 길이다(482쪽).”

이 책의 매력은 일단 재미있습니다. 딱딱하지도 않고 술술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전세계 각지를 살피는 책 속 세계여행으로 우리를 이끄는 것도 매력입니다. 갈수록 군사긴장이 높아지는 2023년에 이 책을 읽으며 한반도가 국제경쟁의 최전선으로 바스러질 것인지 국제협력의 최선봉이 되어 꽃필 것인지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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