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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說/자작나무책꽂이

문재인 정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by betulo 2023.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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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 읽은 책 99권 가운데 (내 맘대로) 10권을 엄선했습니다. 10권을 위한 짤막한 독후감을 써 봤습니다.

 

<청와대정부: '민주정부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박상훈, 2018, 후마니타스)

이 책이 나온 게 2018년입니다. 당시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비율이 60~70%를 오르내리던 때였다. 다들 ‘이 나라가 제대로 가고 있다’는 긍정적 느낌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세차례나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북미정상회담까지 열리는 등 한국의 외교적 성과가 세계사를 바꾼다는 자부심까지 느껴졌습니다. 지나놓고 보니 그 속에서 몰락의 싹은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걸 몰랐습니다.

지나놓고 보니, 적폐청산은 국민들이 동의하는 것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검찰이 적폐청산 주인공 자리를 꿰차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정부부처 과장급까지 적폐청산하겠다는 얘기가 흘러나올때는 고개를 갸우뚱거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최저임금은 급격히 올렸지만 “적극적인 재정정책”은 구호로만 그쳤습니다. 대선패배했는데도 사과 한마디 없이 웃으며 퇴임하는 대통령 모습을 보면서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걸 분석할 능력은 물론 내게 없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도 끝난 2022년에 <청와대정부>를 읽으며 조금씩 안개가 걷히는 느낌을 받았다는 건 분명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박근혜 정부에서 바닥을 드러낸 한국식 대통령제, 그 중심인 청와대 중심 정부체제의 한계와 문제점을 짚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정말 안타까운 건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사실상 박근혜 정부 청와대, 더 나아가 한국식 청와대 정부 시스템을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바닥을 향한 질주는 이제 청와대에서 용와대 혹은 용궁에서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분명하게 깨달은 게 있다면, ‘국민만 바라보겠습니다’라는 말이 얼마나 무책임한건지, ‘국민참여와 숙의를 통한 의사결정’이라는 방식이 얼마나 공허한지, ‘정쟁만 일삼는 국회, 일하는 청와대’라는 이분법이 얼마나 기만적인가 하는 점입니다. 그러고보니 요즘 개패듯이 두들겨맞는 신고리원전 관련 정책결정도 ‘국민공론화위원회’에서 나왔습니다. 차라리 ‘국회공론화위원회’였더라면 지금쯤 검찰수사는 안받았으려나 싶습니. 물론 국회가 권한남용이나 배임 혐의로 압수수색당할지도 모를 일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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