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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說/자작나무책꽂이

"일본 나빠요"라는 게으른 결론 거부하고 파헤친 독도 이야기

by betulo 2023.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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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 읽은 책 99권 가운데 (내 맘대로) 10권을 엄선했습니다. 10권을 위한 짤막한 독후감을 써 봤습니다.

 

<독도 1947: 전후 독도문제와 한미일 관계>(정병준, 2010, 돌베개)

독도 문제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흔히 독도문제를 한일 불행했던 과거사의 유산이라고 하는데 사실 그것만아 아니라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독도 문제는 한국과 일본 뿐 아니라 한국과 미국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사안이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독도 문제는 미국과 일본을 통해 동아사아 현대사를 되짚어볼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이기도 하지요. <독도 1947>을 통해 그걸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일본은 나쁘다’는 간편하고도 게으른 해법을 거부하고 철저하게 하나씩 하나씩 독도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의 뿌리를 살펴나갑니다.

이 책이 향하는 건 결국 1951년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 그리고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 그 속에서 패전 뒤 활로를 모색하려 했던 일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동안 독도 문제에서 한국 정부가 별다르게 한 일이 없다는 인식이 많지만, 이 책은 신생독립국에 전쟁과 분단이라는 파도에 휘말려 있는 속에서도 한국 정부가 독도를 수호하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했는지도 보여줍니다. 물론 지금 되돌아 보면 아쉬운 대목이 한두가지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한 것 자체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뼈저리게 느꼈던 건 우리 목소리가 우리만의 목소리에 그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었습니다. 해방 전후 일본에는 일본의 입장에 공감하고 동의해줄 미국 정관계 인사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일본의 입장을 알리는 많은 책들이 영어로 번역돼 있었고 일본을 연구하는 학술생태계까지 갖춰져 있었습니다. 물론 그것은 일본의 장기적인 정책적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한국은 그런 게 너무나 부족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2022년에 이 책 영문판이 나왔다는 게 너무나 기쁩니다. 400쪽 가량을 줄였는데도 600쪽 분량이나 되는 방대한 저술이 널리 읽히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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