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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재정

지방에서 국가로, 상향식 메가시티 논의를 주목한다

by 자작나무숲 2020. 11. 4.

 국가균형발전정책과 뉴딜정책이 기묘하게 만난게 지역균형뉴딜이다. 국가가 주도해서 광역경제권을 만들겠다는 국가전략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지역에 전적인 자율권을 주는 것도 아니다. 하던대로 국가균형발전을 강조하고, 하던대로 갖가지 개발사업에 뉴딜이라는 이름표를 붙인다. 김영삼 정부 '세계화, 김대중 정부 '벤처기업', 노무현 정부 '일자리', 이명박 정부 '녹색', 박근혜 정부 '정부3.0' 등 정부가 내세우는 시책에 따라 호박에 줄 긋는 행태는 이제 놀랍지도 않다. 


 그런 속에서 그래도 봐줄 대목은 있다. 지역균형뉴딜은 크게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 지역사업과 공공기관 선도형 뉴딜사업,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발굴·추진하는 ‘지자체 주도형 뉴딜사업’로 구분하는데,  지자체 주도형 뉴딜의 일환으로 행정구역 광역화와 연계한 메가시티 구상이 등장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 문제와 인구감소라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절박함을 반영할 뿐 아니라 지자체 차원에서 제기하는 의제가 국가의제로 확산된다는 점에서도 기존의 지역개발구상과는 결을 달리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충분하다. 물론 아직까지 국가전략 차원으로 확산된 건 아니지만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앞두고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행정구역 광역화와 연계한 메가시티 구상은 부산·울산·경남과 대구·경북이 주도하고 있다. 권역별 특색도 나타나고 있다. 부산·울산·경남은 행정구역 광역화보다는 경제통합을 좀 더 중시한다. 대구·경북은 행정구역 통합을 우선한다. 특히 대구·경북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통합선거를 치르는 논의까지 나올 정도로 속도가 붙고 있다. 이런 흐름은 광주·전남은 물론 대전 등 충청권으로도 확산되면서 각 권역별 논의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논의의 밑바탕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마당에 인구감소로 지역소멸까지 걱정할 정도로 위기에 몰려 있다는 현실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권역별로 ‘규모의 경제’를 만들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행정구역과 경제권을 통합하자는 논의로 분출하는 셈이다. 전국에서 수도권 면적은 11.8%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수도권 인구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청년취업자와 사업체 모두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있다. 100억원 이상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161개 가운데 149개(92.5%)가 수도권에 자리잡고 있다. 


 권역별 메가시티 구상은 작은 단위로 쪼개진 행정구역을 뛰어넘어 규모를 키우자는 데 초점을 맞춘다. 가령 부산·울산·경남 800만 인구를 뭉쳐 주민센터 등 행정체계는 물론 대중교통망과 교육시스템 등도 인구감소에 맞게 효율화하고, 산업정책도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다. 한 광역지자체 기획조정실장은 “어떤 면에선 구조조정 대상이 먼저 구조조정을 주장하는 것과 같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의미로 이해해달라”면서 “중앙정부 지원만 바라보며 시도간에 싸워서는 우리의 미래가 없지 않겠느냐”고 표현하기도 했다. 


 행정구역 통폐합은 사실 오랫동안 정부 차원에서 논의했던 주제다. 하지만 실제로는 1995년 지방자치선거 직전 도농통합을 했던 것을 빼고는 지지부진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시도했지만 2010년 경남 창원시, 2014년 충북 청주시 등을 빼고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정부가 주도하면 지자체 반발만 생기고, 지역간 갈등만 격화됐다는 교훈을 얻었다”면서 “정부로선 지자체 차원에서 자율적인 논의를 기다리고 필요한 부분은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역균형 뉴딜을 추진하는 것과 맞물려 지자체가 주도하는 행정구역 광역화 논의는 지방에서 먼저 제안하고 그것이 국가 차원의 의제로 확산되는 순서를 밟는다는 점에서 중앙·지방 관계의 선순환에도 의미가 적지 않다. 2015년 메르스 사태나 올해 긴급재난지원금 논의에서 보듯 지방자치가 25년에 이르면서 지방자치 숙성되는 징표로서 의미도 있다는 평가다. 


  현재 메가시티 논의를 주도하는 건 경남도지사 김경수다. 하지만 김경수가 확산시킨 메가시티와 행정구역 개편 논의는 사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가 ‘지방도시 살생부’라는 책에서 주장했던 내용이다. 마강래는 전화인터뷰에서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초광역권을 중심으로 한 균형발전’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수도권으로 기울어진 국토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수도권과 ‘맞짱’을 뜰 만한 지방 대도시들을 키워야 한다”면서 “17개 광역지자체를 7개 초광역 지자체로 통합하고 이를 바탕으로 도시 중심에 인구를 모으는 ‘압축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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