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경찰과 소방 등 특정직 인사제도를 혁신하기 위한 ‘인사혁신 협의체’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 처장은 16일 서울신문 기자를 만나 현재의 순환근무 제도로 인한 비효율과 부작용을 지적하며 현재 해당 기관과 협의체 구성을 위한 논의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이 처장이 밝힌 특정직은 경찰·소방을 비롯해 교원, 군인, 해양경비, 외무 등이다.
이 처장은 “공무원들 개개인의 능력은 결코 뒤떨어지지 않지만 그에 걸맞는 성과를 냈는지는 의문”이라면서 “뛰어난 인재들이 그에 걸맞는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원인을 찾는 것에서 혁신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지목하는 것은 바로 “공무원의 전문성을 저해하는 순환보직 문제”다. 그는 “결국 사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부작용을 낳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경찰청장 임기가 1년 남짓에 불과하다”면서 “업무파악하는데 몇 개월, 다음 임지 알아보는데 몇 개월 걸리는데 맘 잡고 일을 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공직사회의 잦은 순환보직은 승진과 경력관리를 위한 인사상 동기에서 발생한다”면서 “정책 일관성과 책임성을 떨어뜨리고 전문성 강화를 방해한다”고 꼬집었다.
이 처장이 보기에 공직 순환보직제는 그 자체로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순환보직이라 하더라도 너무 짧은 주기로 바뀌는 순환보직이다. 그는 “중앙정부만 해도 국장급 평균 임기가 1년 2개월, 과장급 평균 임기가 1년 1개월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인사혁신처가 앞으로 공무원 전문성 못지 않게 공직가치 재정립과 개방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도록 할 계획이고 밝혔다. 그는 “인사혁신처를 설립한 이유는 인사제도 혁신을 통해 정부를 국민 기대에 부합하도록 혁신하자는 것”이라면서 “한국이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해서는 공무원 전문성을 높이고 공직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방형 직위 확대에 대해서도 “개방형직위는 공무원 자리를 없애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민간 경험을 공공부문에 접목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국·과장급 개방형 직위 대상 427개 가운데 민간 임용률은 4월 기준으로 17.6%에 불과하다”면서 “내년까지 민간임용률을 39.5%로 높이는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 처장은 1976년 삼성(三星)에 입사한 뒤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인사팀장을 역임하는 등 주로 정보기술(IT) 부문 계열사에서 인사관리 업무를 맡았다. 2014년 정부가 인사혁신을 위한 전담 조직을 만들면서 초대 처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그는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와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일반행정가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하는 게 인사혁신의 방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