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2015.05.18 22:23

재외국민 아이핀 발급 '산 넘어 산'


 미국에서 유학중인 한모(26)씨와 스페인에서 사는 김모씨는 여성이라는 것 말고도 한국 인터넷 때문에 곤욕을 치른 경험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공공기관이 발급하는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행정자치부가 관리하는 아이핀(I-PIN)을 발급받아야 하는 것부터 벽에 부딪친다. 한씨는 아예 필요한 공공서류가 있으면 한국에 있는 부모가 우편으로 보내줘야 한다. 한씨는 “미국 휴대전화밖에 없는 내게 한국 휴대전화번호가 있어야 본인인증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며 황당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예 한국에 있는 가족 휴대전화를 이용해 인증번호를 받은 뒤 겨우 아이핀을 발급받을 수 있었다.

 외국에 거주하는 재외국민들에게 한국 인터넷 환경은 악몽 그 자체다. 주민등록번호로 인한 개인정부 유출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아이핀이라는 대체수단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핀 발급을 위해서는 본인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휴대전화나 공인인증서가 있거나 직접 방문해야 한다. 재외국민들에게는 하나같이 그림에 떡일 뿐이다. 미국 유학생인 블로거 ‘들풀’ 역시 아이핀 발급을 위해 “연락하고 기다리고 씨름하면서 닷새째” 고생한 끝에 결국 아이핀 발급받는걸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들풀’이 ‘아이핀 발급 분투기’라는 경험담을 자기 블로그에 올린 건 2013년이었다. 전세계 각지에 있는 재외국민들이 이 글을 보고 9일 현재 136건이나 되는 댓글을 꾸준히 올리며 공감을 표시했다. 댓글은 하나같이 아이핀 발급을 받느라 겪은 고생을 언급하면서 한국 인터넷 환경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 6일 올라온 댓글은 “정말 대한민국 답 없네요”라면서 “그저 우물 속에 들어가 하늘만 바라보고 사는 개구리 국가 같다”라고 했다.

 댓글을 관통하는 정서는 한국 인터넷 환경에 대한 불만이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결국 한국 자체에 대한 혐오감까지 일으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북한이랑 전쟁 터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가서 싸워줄 자신 있었다. 근데 그 마음이 소멸됐다. 해외 국민은 사람 취급도 안하는 대한민국”이라는 댓글이 대표적이다. “재외국민을 위한 공공아이핀이라고 하면서 정작 해외에서는 접속조차 안되는 현실”이라거나 “아무리 아이핀 만들어놔도 해외에 있으면 그냥 안됩니다... 우리는 국민이 아닌거죠?”란 댓글이 이어진다. 

 일반아이핀과 달리 공공아이핀은 재외국민을 선택해 여권정보로 가입하는게 가능하다. 하지만 유학생, 주재원, 방문자 등이 소지한 방문(PM) 여권은 안 되고 영주권자 등에게 발급되는 거주(PR) 여권만 가능하다. 게다가 주민등록증이 있더라도 단독 세대원은 공공아이핀을 발급받을 수 없도록 돼 있다. 결국 남는 건 공인인증서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 휴대전화번호가 없으면 공인인증서 발급을 위한 본인인증이 안된다. 재외국민, 특히 유학생들이나 임시 거주자들로서는 이래저래 농락당하는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인터넷 이용이 가장 활발하고 인터넷을 통한 한국 공공서비스 이용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은 유학생이나 직장 때문에 외국에 거주하는 이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 인터넷 환경 때문에 가장 큰 불편을 겪는다. 가령 한 유학생은 군대 입영신청해야 하는데 아이핀 발급이 안돼 며칠간 애를 먹었다면서 “재외국민은 국민도 아니니 나라도 지키지 말라는 건가요”라고 하소연했다. 들풀은 이에 대해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위헌 판결에도 불구하고 모든 인터넷 활동을 실명제 방식으로 운영하려고 하는 정부의 사고방식”이라고 꼬집었다.

 댓글을 관통하는 핵심 맥락을 좀 더 정교하게 파악하기 위해 ‘의미 연결망 분석’을 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의미 연결망 분석은 언어표현과 표현 사이에 존재하는 연결구조를 파악하는 분석방법이다. 이 분석은 텍스트 속에 감춰진 문맥을 파악하는데 유용하다는 게 장점이다. 의미 연결망 분석을 도와준 최정우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원은 “아주 단순하게 말한다면 본인인증이 되질 않으니 고생만 하고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어 화가 나고 한국 정부와 한국 인터넷 환경에 실망감을 느낀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미연결망분석에선 단어와 단어 사이에서 중심 위치를 차지하는 단어, 즉 문맥의 핵심에 자리잡은 단어가 중요하다. 분석결과는 특히 아이핀으로 인한 감정상태를 표현하는 단어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욕설’이다. 아이핀 발급 때문에 고생한 것을 각종 욕설로 표현할 정도로 화가 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치다, 포기하다, 열받다, 짜증나다, 답답하다, 멍청하다, 불편하다 같은 단어도 중심성이 높게 나타난다. 최 연구원은 “재외국민들이 한국 인터넷 환경 자체에 큰 불만을 갖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해외 거주자에 대한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액티브X 없앤다더니...

 재외국민들이 한국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할때 가장 힘들어 하는 점 가운데 하나는 각종 ‘액티브X’ 프로그램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웬만한 한국 공공 사이트나 금융권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금융 소비자들에게 키보드보안과 공인인증서, 방화벽 세 가지가 없으면 거래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요구해왔다. 이를 위해서는 액티브X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설치해야만 한다. 하지만 전세계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크롬이나 파이어폭스에선 액티브X 자체가 호환이 안된다. 액티브X 자체가 마이크로소프트(MS) 익스플로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MS조차도 액티브X 자체가 악성코드를 유포하는 경로로 악용되는 등 보안에 취약하다는 점 때문에 액티브X를 사용하지 말 것을 소비자들에게 권고한다.

 액티브X로 인한 호환성과 보안성 등 문제점은 한국 인터넷 환경을 세계에서 격리시키는 부작용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2012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는 안철수·문재인 후보가 공인인증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당초 대선 당시 공인인증서 폐지에 반대했던 박근혜 대통령 역시 지난해 3월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이른바 ‘천송이 코트’를 언급하며 액티브X 폐지를 주문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부터 액티브X 대신 범용 실행파일(exe)을 한번에 설치해 온라인 결제를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한꺼번에 설치한다는 것 말고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는 비판이 터져나온다. 강제로 내려받아야 하는 점과 공인인증서가 필요하다는 점, 크롬이나 파이어폭스에서 호환이 제대로 안된다는 점 모두 예전과 똑같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액티브X를 없애고 대신 액티브Y를 만들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공공아이핀을 발급받기 위해 공공아이핀 사이트에 접속해도 범용 실행파일을 요구한다. 파이어폭스를 통해 접속하면 범용 실행파일을 깔아야 한다는 팝업창이 뜨지만 발급 절차를 진행하면 이내 파이어폭스가 공공아이핀 사이트를 보안위험 사이트로 분류해 접속을 차단해 버렸다. 크롬에서 사이트에 접속하면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이 강제로 깔린다.

<관련기사>

행자부는 5월11일자 서울신문에 기사가 나온 뒤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 휴대폰과 공인인증서로 발급받는 민간아이핀과 달리 공공아이핀은 재외국민도 해외에서 여권정보(거주여권)나 주민등록발급정보, 또는 국내 대리인 신청으로 아이핀 발급이 가능합니다.

 ○ 유학생, 주재원 등 방문여권 소지자도 본인과 국내에 거주하는 세대원의 주민번호발급정보를 입력하면 아이핀 발급이 가능하므로 공공아이핀은 해외에서도 이용이 가능함을 알려드립니다.

    ※ 유학생, 주재원 등은 통상 해외이주시 본인의 주민등록을 부모나 친인척 주소지로 이전하기 때문에 국내 주소지가 단독세대원인 경우는 거의 없음 


이에 대해 들풀님께 의견을 물어봤다. 다음은 들풀님이 보내온 답변이다. 

행자부 설명 자료는 무슨 의도로 내놓은 것인지 모르겠네요. 부처 정책과 관련해 어떤 기사가 나오면 공보 부서에서 무조건 -- 말이 되든 아니든 -- 대응을 해야 하는 게 요즘 방침인가요? 기사가 'A라는 일을 하려면 B나 C라는 일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매우 불편하다'라는 글인데, 이에 대해 '설명 자료'는 'A를 하려는 분은 B나 C라는 방식으로 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쓰고 있는 꼴이니 말입니다. 


마지막 단독세대원인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한국에서 단독 세대주였던 사람(성인)이 주소를 친인척 집으로 옮기기 위해 전입 신고를 하는 경우, 세대주를 포기하고 친인척 세대주에 합치는 '세대 합가'나 '세대 편입'도 있지만 독자적 세대를 그대로 유지하며 전입하는 '세대 구성'도 흔히 있고 저도 그런 경우입니다. 유학생이나 주재원 중 한국에 단독 세대주를 구성하고 있었던 사람이 별로 없다면 또 모를까요 (이것도 사실이 아니겠지요). 


그 이전에, 이런 방식으로 하려면 주민증을 손에 들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부터 불편하며, 게다가 주민증이 발급되지 않은 미성년 해외 거주자는 이 방법이 불가능하죠. 블로그글에 댓글로 분통을 터뜨린 독자들 중 상당수가 미성년자라고 생각합니다. 



Trackback 2 Comment 1
  1. 아리 2019.03.05 03:01 address edit & del reply

    재외국민이라고 있어서 들어 가서 시도해 보았으나, 몇 시간 째 컴퓨터 앞에서 씨름하다가 포기하고 맙니다. 정말 짜증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