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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국회법 거부권 행사, 법학자들은 어떻게 보나

취재뒷얘기

by betulo 2015. 6. 2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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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가 지난달 29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뒤 일부 수정을 거쳐 정부로 이송한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법학자들이 국회법 개정안의 합헌성 여부를 두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한국공법학회는 6월24일 서울 중구 대우재단빌딩 세미나실에서 ‘국회의 행정입법 수정요청 관련 국회법개정안은 위헌인가’라는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가졌다. 이인호(중앙대 교수)와 방승주(한양대 교수)가 각각 위헌론과 합헌론을 대표해 주제발표를 했다.

 국회법 개정안에 따르면 국회 상임위원회는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 취지 혹은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소관 중앙행정기관장에게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 중앙행정기관장은 요청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이에 대해 박근혜(대통령)가 위헌을 이유로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위헌론을 주장한 이인호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상 권한배분질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인호는 “국회법은 국회 내부의 의사절차와 조직에 관한 ‘내부법’으로서 국회를 넘어서서 다른 헌법기관을 구속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국회법 개정안이 법률 형식이 아닌 지시나 요청으로 입법의사를 관철하려고 하는 것은 국회입법의 법률형식주의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방승주는 “행정입법권 침해와 권력분립 위반 등을 주장하면서 위헌성을 강조하는 견해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세월호진상규명특별법을 무력화하는 시행령을 시도한 것 때문에 논란이 촉발됐다”면서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나거나 위임근거도 없이 국회 입법권을 침해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 군사독재정권 이래 행정입법의 가장 큰 문제이고, 위헌결정된 사례도 다수 있다”고 지적했다.

 행정입법권이 실제로 존재하는 권한인가에 대해서도 논쟁이 있었다. 방승주는 “행정입법권은 고유한 정부권한이 아니다. 입법권은 국회에 있다”며 행정입법권이란 개념 자체가 헌법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령은 법률에 근거해 이뤄지는 ‘명령’이지 법률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인호는 “단순히 국회의 입법권(헌법 제40조)에서 파생되어 나온 권한이 아니고, 정부의 집행권(헌법 제66조 제4항)에 연유하는 독자적인 권한”이라고 반박했다.

 토론에 나선 한상희(건국대 교수)는 “법은 국회가 만들고, 정부와 법원은 법 아래에서 법에 기속되어 각각 행정처분과 사법판결을 하는 게 법치주의”라면서 “만약 정부가 법률을 변형·왜곡해 자신의 행정처분의 근거로 삼는다면 법치주의의 근간이 무너질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국회가 행정부에 배놔라 감놔라 하는 건 당연한 권리”라면서 “문제는 그 간섭이 권력분립원칙을 위배할만큼 심각한 것인지 제왕적 대통령제를 제한하기 위한 용납 가능한 수준인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한상희는 “국회법 개정안은 이미 지난해 국회 개혁 자문위원회를 비롯해 정의화 국회의장이 취임 당시 내세운 공약에도 포함돼 있던 내용이었다”면서 “당시에도 언론에 다 보도됐지만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행정법 전공자인 이계수(건국대 교수)는 “국회법 개정안이 나온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국회법은 김영삼 정부 당시 행정작용이 너무 불투명하기 때문에 투명성을 강화하자는 법률 정비의 연장선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논란은 한국에서 실질적인 입법권을 국회가 아닌 정부가 가져왔다는 민낯을 드러내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시행령이 법률을 위반하는 것은 국제적 기준으로도 상충된다”고 꼬집었다.

장영수(고려대 교수)는 “국회법 개정안은 그 목적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방법상 문제를 안고 있다”면서 “수정·변경 요구권 행사 이전에 소관 행정기관장에게 소명기회를 주고, 사후적으로 이의절차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행정입법 오남용이 입법부를 무력화시키고 법치주의를 형해화시킬 우려가 크기 때문에 대다수 국가가 행정입법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통제장치를 마련하고 있으며, 국회법 개정안도 그 연장선”이라고 덧붙였다.


24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우재단빌딩에서 열린 ‘국회의 행정입법 수정요청 관련 국회법개정안은 위헌인가? ’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주제발표자를 하고 있다. 2015.06.24.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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