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재뒷얘기

미국 질병관리본부 신뢰 비결은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공개"

by betulo 2015. 9. 9.
728x90

 “그날 들어온 정보는 설령 예비수준이라 하더라도 그날 바로 국민들에게 공개한다. 아는건 아는대로 얘기하고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신속한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여러 여론조사를 통해 미국인들이 가장 신뢰하는 공공기관 가운데 하나로 꼽는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를 이끄는 토머스 프리든이 밝힌 비결은 바로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공개”였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병원 이름조차 공개하지 않다가 화를 키운 한국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교훈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었다.

CDC는 정식명칭이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이다. 직역하면 '질병통제예방센터'다. 실제 그렇게 번역한 매체도 다수였다. 다만 이 기관 업무가 한국 질병관리본부에 상당히 대응하고 통제예방이란 말도 '관리'와 의미가 통한다는 점을 감안했다. 한국으로 치면 질병관리본부란 의미 정도로 이해해주기 바란다. 

 프리든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7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제2차 글로벌보건안보구상(GHSA) 고위급  회의’에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 동아시아지역 사무소(SEARO) 의료담당관, 뉴욕시 보건위원장을 거쳐 2009년부터 현재까지 7년 동안 미국 보건당국 수장을 맡고 있다.

사진제공= 보건복지부


 프리든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 질병관리본부의 운영원칙과 에볼라 대응 경험, 한국 메르스 대응에 대한 평가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가 밝힌 “공중보건 문제에서 보건당국과 언론은 자유롭고 열린 의사소통을 통해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이라도 하듯 한 시간 가까이 솔직한 태도로 대화를 이어갔다.

솔직히 한국에서 이런 기자회견은 이제 '천연기념물'이 돼 버렸다. 박근혜가 질의응답은 커녕 인터뷰조차 하지 않다보니 이제는 정부 각 부처에서도 질의응답을 기피하며 마지 못해 하는 정도다. 그에 비해 프리든이란 양반은 모두발언을 10분도 안되게 짧게 한 다음에 질의응답으로 40~50분 가량을 할애했다. 

한국정부 관계자가 "이제 그만 마치겠습니다"라고 말했는데도 "질문 두 개만 더 받겠다"는 말을 두 번이나 했다. 덕분에 이것저것 많은 질문을 던질 수 있었고, 그때마다 꽤 상세하고 친절하게 대답을 했다. 중간중간 적절한 농담도 섞어 가면서 좌중을 휘어잡았다. 영역에서 언론과 어떻게 협력관계를 맺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질병관리를 비롯한 재난관리에서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프리든은 그런 면에서 매우 잘 훈련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가 거듭 강조한 첫번째 원칙은 “긴급사태에서 항상 정직하고 열려 있는 태도로 솔직하게 국민을 대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는 “미국 국민들이 우리 기관을 신뢰하는 이유는 우리가 설령 ‘불편한 진실’이라 할지라도 진실을 말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중보건을 담당하는 정부기관으로서 독립성”을 강조했다. 그는 “연방정부, 주정부, 지방정부 보건당국이 독립적인 권한을 갖고 있고 서로 대응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메르스 사태는 ‘병원 내 감염’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 프리든은 “그 문제는 한국 뿐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가 공통으로 직면한 과제”라면서 “메르스 사태는 질병관리를 위한 국가 차원의 역량강화와 국제 수준의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메르스 사태 이후 한국 정부가 공중보건 강화방안을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매우 적절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에서는 예방, 탐지, 대응 세 단계가 핵심이다. 프리덴 본부장은 질병관리에서 지역사회 참여와 시민들의 주인의식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는 아픈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걸 흔히 볼 수 있다”면서 “마스크를 쓰는 것은 법률 문제가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는 문화 때문이다”면서 “미국도 그런 문화가 있으면 좋겠는데 그게 잘 안된다”고 덧붙였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