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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說

자연-인간 관계 시각과 해법에 따른 환경사상 구분

by betulo 2011.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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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에서 이런 문제가 나왔다.

문항: 자연과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인간중심주의와 생태중심주의로 대별할 수 있으며,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방식으로는 국가(혹은 정부) 중심적, 지역사회 중심적, 시장 중심적 접근방식으로 구별할 수 있습니다. 다음 글을 읽고 환경에 관한 이론, 사상 등을 간단히 정리하기 바랍니다. 그런 다음, 아래 표에 각 이론 및 사상들이 어떻게 분류될 수 있는지, 왜 그런지 등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전개하기 바랍니다.


내가 제출한 답안지는 아래와 같다.



1. 인간중심주의와 생태중심주의


  조셉 스타이거(2008: 34)에 따르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인간을 중심에 놓느냐, 자연을 중심에 놓느냐 두 가지로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이다. 근는 티모시 오리어든(O’Riordan)의 논의를 근거로 생태중심주의와 인간중심주의를 구별한다.


  먼저 생태중심주의는 직관적 사고 과정에서 나온 지식을 중시하며, 과학과 객관적 경험이 지식을 발전시키는 기초라는 생각을 거부했던 19세기 낭만주의 선험주의에서 출발한다(스타이거, 2008: 25).


생태중심주의는 세계적, 지구중심적 세계관을 강조하며, “세계가 원래 인간이 침범하기 전까지 자연 평형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스타이거, 2008: 34). 자연법 앞에서 지구에 대한 존중과 돌봄, 인간의 겸허한 행동을 역설한다. 과시적 소비나 대형화 도시화를 비난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존 뮤어, 알도 레오폴드가 대표적이다.


소로(Henry David Thoreau, 1817~1862)는 미국 뉴잉글랜드에서 태어난 시인, 사회비평가이다. 매사추세츠 콩코드 근방에 있는 월든 연못 변두리 오두막에서 2년간 지낸 경험을 서술한 월든, 혹은 숲속에서의 삶(1854)이 대표작이다(Steiguer, 2011: 24~26).

뮤어(John Muir, 1838~1914)는 스코틀랜드 출신 미국인이다. 자연보전주의자, 탐험가, 작가이자 시에라 클럽 창시자로 유명하다(Steiguer, 2011: 28~31).

레오폴드(Aldo Leopold, 1886~1948)19년간 산림청 공무원으로 일한 뒤 위스콘신 대학교 야생동물관리학과 교수를 지냈다. 생태와 보존, 환경관리에 관한 철학적 통찰력을 보여준 수많은 수필을 썼다(Steiguer, 2011: 32~34).


  인간중심주의는 인간, 기술, 도시, 정치·경제체제의 발전을 찬양한다. 환경은 도덕적 입장 없이 중립적 실체로 간주되고, 인간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환경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스타이거, 2008: 35). 스타이거(2008: 35~36)는 인간중심주의의 철학적 뿌리를 성경에 등장하는 신의 명령이나 신고전주의 경제학자들의 생각에서 엿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상헌(2011: 58)에 따르면 생태주의란 “현대적 진보의 결과로 나타나게 된 전 지구적 환경위기에 대응하는 성찰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생태주의를 낭만주의적 생태주의와 합리주의적 생태주의로 구별한다. 오리어든은 낭만주의적 접근법을 생태중심주의로, 합리주의적 생태주의를 인간중심주의로 명명한다(이상헌, 2011: 20).


  이 가운데 낭만주의적 생태주의는 “주로 자연과의 공동체적 관계, 인간의 필요와 권리를 자연의 다른 존재들에 비해 특권화하는 것에 대한 거부, 인간의 우월성에 대한 거부 등” 특징을 보여준다. 근본생태주의, 생태파시즘, 생태 공동체주의, 성찰적 현대화론, 문화적 생태 여성주의 등이 이 흐름에 속한다.


  이에 비해 합리주의적 생태주의는 “합리적 이성이 가진 특권을 여전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성적 태도로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현대적 과학 기술에 의존하는 방법을 포함하여) 생태적 위기에 대응하려는 태도”가 특징이다. 시장 생태주의, 사회 생태주의, 정치 생태주의, 생태 사회주의, 사회적 생태 여성주의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인간중심주의와 생태중심주의라는 구별법은 지나치게 작위적인 면이 없지 않다. 스타이거(2008: 36) 역시 “어느 정도의 인위성이 있다”면서 “우리는 세계를 두 그룹으로 갈라 하나는 나쁘고 다른 것은 좋다는 식으로 엄격히 구분하려는 유혹을 피해야만 한다”고 경고한다. 이는 “단지 환경적 견해를 달리하는 것과, 서로를 이해하고 상호 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최소화하는 사이에서 가능한 공통의 토대를 은폐하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2. 시장(개인) 중심적 접근법


생태중심주의 중에서도 근본생태주의(혹은 심층생태주의)는 ‘확장된 자아’를 중심 개념으로 설정함으로써 개인에 초점을 맞춘 접근법을 보여준다. 이상헌(2011: 66)에 따르면 “근본 생태주의자들은 확장된 자아의 자기실현을 대단히 중요한 가치로 여기기 때문에 정치적 기획이나 활동보다는 질적인 가치의 회복, 생태 의식의 고양, 생활 양식의 전환 등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들에게는 “인선의 변화가 모든 것의 핵심(이상헌, 2011: 67)”이라고 할 수 있다. “인성의 변화를 도외시한 채 환경을 보호한답시고 기업에 대한 국가의 규제를 강화하면 결국 생태파시즘으로 빠지기 쉽고, 반대로 국가가 책임을 방기하고 환경 보호를 시장 기능에만 맡겨둔다면 이윤 창출을 최우선으로 하는 환경 산업만 늘어날 뿐이다(이상헌, 2011: 67~68).”


극단적인 형태도 있다. 생태 테러리즘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환경 보호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폭력 사용을 정당화한다. ‘시 셰퍼드(Sea Shepherd)’라는 미국 해양 동물보호단체가 1986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항에 정박한 포경선 두 척의 바닷물 흡입구를 열어 침몰시킨 사건이 생태 테러의 시발점으로 꼽힌다. 지구해방전선의 전신인 ‘지구가 먼저!’란 단체는 심지어 인구를 줄일 수 있다는 이유로 에이즈나 기아를 환영하기도 했다(이상헌, 2011: 68).


경제학에서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신고전파 경제학은 생태 문제를 접근하는 시장 중심적 관점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신멜서스주의자와는 대조적으로 신고전주의자들은 시장 시스템이 자연자원의 고갈과 환경 악화의 원인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실은 잘 기능화된 시장은 그 문제의 해결책이었다(스타이거, 2008: 27).” 이들의 관점에서 보면 환경악화의 원인은 “다소 제 기능을 못하는 자유시장체제에 기인”하기 때문이다(스타이거, 2008: 28). 


3. 공동체 중심적 접근법


생태중심주의와 인간중심주의에서 공동체 중심 접근법은 각각 생태 공동체주의와 사회생태주의로 대별할 수 있다. 생태공동체주의는 공동체를 통한 생태적 해법을 고민하는 경향이다. “생태 공동체주의는 많은 부분에서 근본 생태주의와 철학적으로 유사하다. 그러나 자기실현을 중시하면서 개인의 실천을 강조하는 근본 생태주의와 달리 생태 공동체주의는 공동체성, 상호 의존성, 생태적 영성, (생태적 범주로서의 장소에 대한) 장소감 등을 강조한다(이상헌, 2011: 75~76).”


사회생태주의의 핵심 명제는 “인간의 자연 지배는 인간의 인간 지배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계속 이것을 고발하고 여기에 저항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는 모든 형태의 지배가 철폐된, 자유 지상주의적인 공동체 사회여야 한다.”로 정리할 수 있다(이상헌, 2011: 108). 이 사조는 직접 참여민주주의를 중시하고 경제적으로는 도덕경제를 제창한다. 이상헌(2011: 111)에 따르면 “도덕경제는 누구나 자신의 능력에 따라 일하고 자신의 필요에 따라 생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생산자들이 구매자와 판매자로서 시장에서 만나는 시장 경제와 달리, 실제 생산자들이 상호 연결된 네트워크 속에서 상호 책임을 지는 생산 공동체를 전제하는 것이다.”


4. 국가 중심적 접근법


생태중심주의 가운데 국가중심적 접근법을 대표하는 학자로는 ‘공유지 비극’(1968)이란 논문으로 유명한 게릿 하딘과 『인구폭탄』(1968)을 저술한 폴 에를리히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지구가 직면한 생태 위기를 ‘난파선’에 비유한다. 또 구명선에 탑승 제한이 있듯이 지구의 자용 자원에도 수용력 한계가 있다며 일정한 통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릿 하딘과 폴 에를리히가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에를리히는 인구성장을 막기 위한 다양한 강압적 수단을 제시했다. 스타이거(2008: 174)는 그가 1970년 『인구폭탄』을 보완한 『인구, 자원, 환경』에서 “법은 셋째 아이를 낳는 것은 위법이고, 모든 임신을 차단하도록 낙태를 보장하는 내용으로 씌어질 수 있다. 유산의 실패는 중죄가 될 수 있다”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고 소개한다. 스타이거(2008: 171)는 이에 대해 “그는 목욕물에 있는 아기뿐만 아니라 또한 목욕통까지 내던지려고 했다”라고 비판한다.


  이상헌(2011: 73)은 급격한 인구증가를 우려하는 담론이 선진국의 경제적 기득권을 위한 기능을 한다는 점을 꼬집는다. “에를리히를 비롯한 사람들이 주장하는 인구 증가 억제는 사실 자국(대체로 선진국)보다는 제3세계를 겨냥한 것이다. 그들은 인구 통제를 거부하는 제3세계 국가에는 식량 원조를 중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식량을 원조해주면 결국 과잉 출산을 초래하기 때문에 인류 전체를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이상헌, 2011: 73).” 이런 이유로 그는 하딘과 에를리히를 ‘생태 파시즘’으로 규정한다.


  신고전파 경제학이 자유시장을 환경파괴의 해결책으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신맬서스주의자들은 주요원인까진 아니더라도 문제의 한 부분이라고 간주한다. 이들은 “자본주의는 그 자체로 파괴의 씨를 뿌릴 수밖에 없는 시스템으로” 생각하고 “인구증가와 자원 착취를 그 원인으로” 지목한다(스타이거, 2008: 22~23).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연구팀이 1972년 내놓은 『성장의 한계』는 이런 관점을 잘 보여준다. 30년 뒤 내놓은 보고서에서 강조하는 ‘지속가능한 사회’라는 관점 역시 국가의 역할을 상당히 전제한 방식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참고문헌>

이상헌.(2011). 『생태주의』. 책세상.

조셉 스타이거(Steiguer, Joseph).(2008). 『현대 환경사상의 기원』. 성균관대출판부; The Origins of Modern Environmental Thought,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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