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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說

소셜미디어가 촉진하는 민주주의, 민주주의 등에 올라탄 소셜미디어

by 자작나무숲 2011. 11. 6.



아는 교수분 소개로 한국언론학회 저널리즘 분과에서 11월4일 한양대에서 개최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와 저널리즘 그리고 참여>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하게 됐다. 정낙원 서울여대 교수가 발표한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한 뉴스이용과 참여정치의 가능성>이란 논문이었는데, 이론적 논의보다는 내 경험에 근거한 얘길 주로 했다. (다행히 반응은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래 토론문은 초고에 발표하면서 추가한 내용을 반영한 것이다.



10월26일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투표인증샷.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올렸다.


블로그를 맨 처음 시작한 것은 대략 7~8년 전이었다. 야후, 엠파스, 네이버 블로그를 비롯해 진보네트워크가 운영하는 ‘불로그’ 등 다양한 블로그를 기반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다가 2007년 3월 티스토리 기반 블로그에 <자작나무통신>이란 이름으로 안착했다. 예산 문제를 주요 주제로 다루고 있다. 2년 전에는 도메인(www.betulo.co.kr)까지 구입했다.


자작나무통신은 최근 방문자가 100만명을 돌파했다. 구글 리더기와 한RSS를 통해 내 블로그를 정기구독하는 사람이 각각 441명과 45명이다. 블로그를 통해 지금까지 발생한 별도 수익이 대략 100만원에 이르고 파워블로거를 다룬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보고서에 이름이 올라가기도 했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때나 지금이나 기본적인 동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학습하고, 공유하고, 조직하는 공간’이다. 예산 관련 자료나 현안을 분석하고 자료를 정리하기에 블로그는 매우 효과적이다. 거기에 더해 예산을 비롯한 다양한 주제를 공유하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트랙백이나 댓글 등을 통해 다양한 블로거들과 교류하고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사회적 현안에 의견을 올림으로써 다양한 정치적 참여를 하고 있으며, 또한 블로그가 정치적 참여를 촉진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엔 페이스북을 병행하면서 비슷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다만 페이스북은 그 특성상 학습, 조직보다는 공유에 더 비중을 두는 것이 사실이다.


(트위터 계정이 있고 '내보내기' 기능을 이용해 블로그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따로 트위터에 글을 올리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초기에 트위터를 이용해봤는데 이내 접었다. 너무 정신 사납다는 게 이유다.)


만약 블로그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만약 20세기 초 러시아나 독일에서 살았다면 각종 팜플렛이나 기관지에 예산 관련 에세이를 투고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아니라면 선술집에서 술을 마시며 토론을 하거나 광장에서 집회에 참석했을수도 있겠다. 1990년대 대학에 다닐 땐 대자보를 통해 실제 그런 참여를 경험했다.


우리가 사는 공간에서 시간을 조금만 뒤로 돌려보면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당시엔 지금 SNS에 쏟아지는 찬사와 관심을 블로그가 받던 시절도 있었다. 다음 아고라가 주목받은게 불과 4년 전이다. 온라인매체나 커뮤니티, 카페 등에서 백화제방으로 분출되는 댓글을 통해 토론으로 밤새던 시절이 불과 10년도 안됐다.


정낙원 교수가 발표문 20쪽에서 지적했듯이 “사회 자본과 개인의 사회 참여를 결정하는 것은 미디어 이용 그 자체가 아니라 미디어를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했듯이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다. 1980년대나 90년대 수만명, 때론 수십만명이 모이는 대규모 정치집회와 최근 SNS를 통한 정치참여는 과연 본질에서 얼마나 차이가 있는 것일까.


2002년 대선 당시 카페와 문자메시지를 뒤덮던 정치참여열기는 수단이 바뀌고 시공간을 극도로 단축시킨다는 점 말고 최근 상황과 본질적으로 무엇이 얼마나 다른가. 온라인 토론이 정치참여 열기와 욕설·무례함이 공존했던 것처럼 SNS라고 다를건 하나도 없어 보인다.


(온라인 공간이 현실세계 권력관계나 연결망을 대체한다는 일부 논의가 있는데 그것도 회의적이다. 대체한다기 보다는 반영하고 일부 보완한다고 보는게 더 맞아 보인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보자. 한나라당 관계자가 말했듯이 이번 선거에서 소셜미디어 문제는 홍보 기술이나 소셜미디어 활용 유무 등이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정책이고 철학이었다. 2002년 대선과 2007년 대선, 그리고 2004년 총선과 2008년 총선을 보자. 소셜미디어 관련 기술은 훨씬 발달했지만 선거율은 오히려 줄었다. 그런데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선 평일인데도 투표율이 상당히 올라갔다.) 


장하준 교수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가 지적했듯이 우리는 모두 당대에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침소봉대하는 버릇이 있다. 앨빈 토플러는 1989년 천안문 광장을 자세히 언급하며 막 태동하기 시작하던 인터넷의 위대함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송했다. 하지만 신기술은 혁신의 수단인 동시에 통제의 수단이다.


우리는 혹시 새롭고 신기하고, 양적연구에 꽤나 유용하다는 이유로 SNS에 과도한 환상을 갖고 있는건 아닐까. ‘전자민주주의’에서 핵심은 ‘전자’가 아니라 ‘민주주의’다. SNS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시민적·정치적 위기와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위기까지 심화시키는 지배집단과 제도언론에 대한 불신과 반감,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욕구가 SNS 대신 독립변수 자리를 차지해야 하는 것 아닐까.


서울대 조국 교수 페이스북 화면. 페이스북 친구가 3947명이나 되는 그는 최근 연구를 위해 내년 초까지 페이스북 활동을 접겠다는 '동안거'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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