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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說/경제雜說

월가점령 시위 연속인터뷰(1) 김창환 캔사스대 교수

by 자작나무숲 2011. 10. 17.


지난달 17일부터 시작된 <월가 점령 시위>가 한 달 넘게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장하준 교수가 경향신문 기고에서 말했듯이 "착해도 너무 착하던" 미국 시민들이 벌여서 더욱 놀랍기 그지없는 이번 시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미국에 거주하는 학자들과 시위 참가자들과 인터뷰를 통해 시위의 배경과 향후 전망을 물어봤다. 그 첫번째 순서는 김창환 캔사스대 교수.

“분노의 뿌리는 우리가 얼핏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깊게 박혀 있는 미국의 사회경제적 모순에 있다.”
 

  김 교수는 월가 점령 시위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97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된 미국의 불평등과 ‘조직화된 자본’에 대한 ‘조직되지 않은 대중’의 분노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정치가 제구실을 못하고, 기대를 걸었던 오바마 대통령마저 실망감을 안겨주면서 출구를 찾지 못한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조직이 없다보니 일견 무질서해 보이고 어디로 향할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2006년 텍사스대(오스틴)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사회양극화와 인종문제 등을 전공으로 한다. 그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http://people.ku.edu/~chkim/를 참고하시라.

그가 바이커란 필명으로 운영하는 http://sovidence.tistory.com/ 도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문: ‘월가 점령 시위’의 정치경제적 배경은.

 -이번 시위는 얼핏 보이는 것보다 뿌리가 훨씬 깊다. 미국은 1970년대 중반 이후 불평등이 갈수록 심해졌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1990년대 중반 몇 년을 빼고는 중간 소득 가구의 소득이 늘어난 적이 한번도 없다. 경제성장의 과실이 극소수 부유층에게만 돌아갔다. 그래도 대다수 미국인들은 특별히 나아지지도 않지만 그럭저럭 악화되지도 않는 상태로 몇 십년을 보냈다.

부동산 가격도 오르고 카드빚과 가계대출로 소비생활을 만끽하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금융위기 이후 실업률은 9%를 넘어섰고 취업포기자도 급증하고 있다. 인구대비 고용률은 예전엔 유럽보다 훨씬 높았는데 이젠 별 차이가 없다. 더구나 유럽보다 사회복지 수준은 한참 떨어진다.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문: 월가의 행태가 집중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

 -일반인들이 금융자본가들의 돈잔치 문제를 인식한게 얼마 되지 않았다. 학계에서 월가 돈잔치 문제가 처음 거론된게 2003년이었고 언론이 학계 연구를 인용하고 구체적인 실태를 쟁점화한건 2008년부터였다.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이 얼마나 불평등하고 월가 금융자본들이 얼마나 탐욕스러운지 만천하에 드러났다.


문: 정치가 제구실을 못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나.

 -맞다. 그 문제 역시 1970년 이후 미국사회가 겪은 근본적 변화와 연관된다. 그때 처음으로 ‘조직된 자본의 힘’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전까진 ‘조직된 노동의 힘’만 있었고 자본 조직화는 미비했다. 조직화된 자본은 로비를 강화하고 캠페인 통한 기부도 늘리면서 정치에 영향력을 높이기 시작했다.

미국 상원은 3분의 2 지지가 없으면 법안통과가 쉽지 않은 구조다. 그걸 이용해 정치자금과 로비를 통해 민주당 소속 의원에서 몇 명만 자본의 이익에 반대되는 안건에 반란표를 내도록 만들었다. 결국 공화당 집권기는 말할 것도 없고 민주당이 집권할 때조차도 월가를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은 제대로 통과가 안되는 반면 규제 철폐와 감세 법안은 손쉽게 통과됐다. 민주당의 정체성이 의심받게 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조차도 초기 경제팀을 월가 일색으로 채우면서 희망을 실망으로 바꿔버렸다.


문: 티파티와 유사성은 없나.

 -최근 시위와 티파티 모두 누적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티파티는 풀뿌리운동처럼 보이지만 명백하게 거대자본의 자금력에서 출발했다. 거기에 상당수 공화당 정치인들이 적극적으로 결합했다. 조직이 없는 듯 해도 구심점이 되는 명확한 조직이 있다. 자금력도 있고 의회내 지지세력이 있고 조직이 추구하는 목표도 명확하다. 최근 시위는 그런게 전혀 없다. 누구도 조직된 힘으로 대변 못한다. 실업자 참여도 많다. 그러다보니 무질서하고 중구난방처럼 비친다. 질서를 중시하는 미국 주류 시각에선 거부감이 강하게 들 수 있다.


문: 2008년 촛불시위와 공통점은.

 -분명히 그런 측면도 있다. 하지만 차이점이 더 커 보인다. 촛불집회는 새 정부에 대한 불안감과, 세련되지 못한 정부 행태, 건강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월가 점령 시위는 분노의 뿌리가 훨씬 더 깊다. 고질적인 경제 문제와 피폐해진 삶이 근원에 존재한다. 촛불집회는 시민단체들이 결합하면서 일정 정도 지도력을 담보하면서 질서 유지가 가능했던 반면 월가 점령 시위는 그게 없다.


문: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이번 시위는 모든 면에서 기존에 우리가 알던 것과 매우 다른 양상을 띄고 있다. 만약에, 미국 사회가 좀 더 무질서한 사회였다면 폭동으로 번질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질서가 잡힌 사회고, 영토가 넓고 인구가 분산이 돼 있다는 점 때문에 대규모 폭동같은 양상으로 나타나긴 힘들 것으로 본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뭘 정확히 하자는 것인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에 대해 예측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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