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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說

도가니, 성폭력범 무죄 근거됐던 '항거불능'을 다시 생각한다

by betulo 2011.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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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겨레가 '항거불능' 조항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를 1면에 냈다. 이 조항이 있는 한 성폭력 사건 상당수는 무죄판결 받기 딱 좋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한 지적으로 보인다. 그 기사를 보고 예전에 썼던 항거불능 관련 글이 생각나서 찾아봤다. 
  
하나는 지난 2005년 4월 20일 부산고등법원에서 있었던 판결이었다. 당시 제2형사부 지대운, 김동윤, 전상훈 판사는 정신지체2급 여성장애인에 대한 성폭행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999년 처음 강간당했을 당시 피해자는 13세였다. 

정신지체 2급 성폭행해도 무죄

부산고등법원은 피해자가 6-7세 가량의 지적수준을 가진 정신지체2급 장애인이라는 것을 인정하고도 ‘성교육을 받았고 성 관계 후 생리를 하지 않아 임신한 것 같다 같은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보아 성적 자기방어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항거불능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 정도면 저항하다 죽지 않는 한 가해자는 유죄판결 받기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항거불능'은 성폭력특례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에 나와 있다. "신체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를 이용해 간음하거나 추행한 사람은 형법 제297호(강간) 또는 제298호(강제추행)에서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 원래는 정신적,신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려고 도입한 조항이라고 한다. 문제는  ‘항거불능’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바람에 오히려 정신지체 장애인을 ‘보호불능’ 상태로 만든 판결이 속출한다는 점이다.

1년 넘게 상습 성폭행했는데도 불구속기소

또 하나는 2007년 8월에 혜화경찰서를 출입할때 취재했던 경우였다.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에서 성매매를 하는 이모(55·여)씨를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위협해 상습적으로 때리고 성폭행한 이모(68·무직)씨와 권모(69·일용노동자)씨가 경찰에 검거되고도 불구속기소된 사건이 있었다.


   애초에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서울 중앙지검 당직검사는 피의자들이 고령이고 “성폭력이 일어난 장소가 피의자나 피해자 집이고 1년 넘게 일어난 일”이라는 이유를 들어 “형법상 항거불능 상태로 보기 어렵다.”며 불구속지시를 내렸다.


  결국 경찰은 “다시는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피의자들에게 구두로 주의를 줬다.”는 걸로 마무리해야 했다. 한국은 기소독점주의라서 검찰에서 구속 불구속 여부를 결정한다. 당시 피해자는 불구속 소식을 전해듣고는 경찰에 강하게 항의했다고 한다. 




영화 도가니 속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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