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께서 '반값 등록금은 부도덕의 극치다'라는 글을 6월30일자 한국경제 시론으로 기고하셨다. 그 분 논지의 핵심은 대략 이렇다.
"등록금은 정부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 교육시장에서 결정할 일이다. 공부가 좋아 열심히 공부할 빈곤층 학생들을 외면하자는 것이 아니다. 장학금 제도를 통해서 그들을 구제할 수 있다. 그들을 위해 부잣집의 기여 입학도 과감히 허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반값 등록금을 위한 정부 지원보다 훨씬 더 도덕적이다."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1062926301&sid=010620&nid=008<ype=1
평소에 민경국 교수는 하이예크식 극단적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적극 옹호하시는 학자로 알고 있다. 자세히는 모른다. 다만 정부가 등록금 문제에 개입하지 말고 '냅둬요~'하라고 하시는 이분은 어느 대학에서 학위를 받으셨나 궁금했다. 그래서 강원대 홈페이지에서 이 분의 프로필을 찾아봤다. 프라이브르크대학이었다. 거기서 석사와 박사를 모두 마치셨다.
당시 독일 대학은... 정부가 나서서 등록금 문제에 개입하는 덕분에 등록금이 한푼도 없었다. 민 교수께서는 정부가 개입하는 국립대학에서 '공짜'로 대학원을 마치신 게다. (독일, '교육없는 복지'의 그림자)
민 교수는 1972년 서울대를 졸업하셨다고 프로필에 돼 있다. 역시 정부가 나서서 등록금을 다른 사립대보다 반에 반값보다 더 적게 받던 대학에서 학부를 졸업하신게다. 그랬던 분이 이제와서 '반값'은 부도덕하다고 하신다. 논지가 이렇다보니 자기부정까지 서슴지 않는다.
"정부가 할 일은 각종 규제를 풀고 경쟁을 제한하는 요인을 제거해 대학 간 자유로운 경쟁질서를 확립하는 것이다. 경쟁은 다양한 재원을 확보해 낮은 등록금으로 질 좋은 교육을 공급하도록 대학을 유도하는 효과적인 사회적 메커니즘이다. 미국 대학은 승승장구하고 정부 규제가 심한 유럽 대학은 정체해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민 교수가 1985년 부임해 25년 넘게 재직하는 곳은 바로 '국립' 강원대학교다. 정부가 나서서 설립하고 재원을 대고 하는 국립대다. 민 교수 말대로 100% 경쟁으로만 하면 한쪽에서 '강원대 없애버리고 그 돈으로 서울에 사립대 더 허가해주자. 학생들은 다 서울에 있는 대학가고 싶어한다. 그게 시장원리다'라고 주장할수도 있다. 또 누군가는 '강원대 교수들도 자유경쟁에 따라 월급을 입찰제나 연봉제로 해서 교수 인건비를 반값 이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외칠수도 있다. 완전 자유시장경제를 옹호하시는 민 교수께서 그런 질문에 대해서는 뭐라고 답하실지 참 궁금하다.
아래는 민경국 교수의 칼럼 전문이다.
무상급식,무상의료,무상보육 등 무상 시리즈에 이어 '반값 등록금'이 한국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그 핵심은 교육 수요자에게 등록금
반액을 장학금 형태로 정부가 보조하거나 또는 정부가 대학들에 대한 재정지원을 통해 등록금을 반으로 줄이자는 것이다. '반값'은
소득과 관계없는 보편적 복지다. 대학교육을 '사회적 기본권'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누구나 원하면 대학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국가는 그 권리를 이행할 의무가 있는 사회주의로 가자는 것이다.
대학교육을 사회적 기본권으로 만들었다가 망한 예가
핀란드의 복지국가가 아니던가. 방방곡곡 작은 도시에도 몇개씩의 대학을 만들어 매년 수천명의 사람들이 학위를 위해 대학에
몰려들었다. 교육 수준은 하락했고 학력 인플레만 야기했다. 그래서 목수,배관공,기계공 등 진정으로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공은 만성적으로 부족한 반면 노동시장에서 전혀 쓸모없는 학사,석사는 넘쳐나고 박사 실업자도 지천이다.
반값이
자유와 책임이라는 소중한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도 심각하게 우려할 일이다. 학생과 학부모가 대학교육은 스스로 택하고 교육
비용은 납세자들에게 전가시키기 때문이다. 점심은 내가 먹고 점심값은 다른 사람이 내거나, 치료는 내가 받고 치료비는 제3자가 내는
경우와 동일하다. 흥미로운 것은 그 결과다.
등록금이 반으로 줄었으니 대학 진학률은 늘어날 것이고,노동시장에는
쓸모없는 고학력 거품과 유용한 기능공의 만성적 부족은 불 보듯 뻔하다. 비용이 싸기 때문에 수요자의 교육선택도 신중하지
못하고,열심히 배우겠다는 부담감도 줄어든다. 대학생 노릇하기가 돈이 들지 않으니까,만년 대학생의 진풍경을 볼 날도 머지않았다.
반
값 등록금으로 만세를 부르며 기뻐할 곳은 문 닫아야 마땅한 부실 대학이다. 정부 지원으로 대학의 자구노력은 약해지고 강화되는 것은
정부에 대한 의존심뿐이다. 지원이 늘면 정부 규제와 간섭도 심해지게 마련이다. 더구나 반값 강요는 사학의 국유화를 초래하고 자칫
우리 사회의 근본체제를 뒤흔들게 된다.
정부 지원을 위한 납세자의 부담도 문제다. 자녀 없는 납세자들도 남의 집
자녀 대학교육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 고졸자의 세금이 부잣집 자녀의 교육비용 조달을 위해 이용된다. 서울의 최고경영자(CEO)나
부유층 자녀 대학교육을 위해 늙은 농어민의 세금을 동원한다. 소득이 가난한 계층에서 부유층으로 이전되고 있다. 그래서 반값 제도는
부도덕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교육의 질에 비해 등록금이 높다고 항의할 수 있다. 가방끈이 길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어쩔 수 없이 대학을 졸업해야 하는 젊은이들의 처지도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제3자에게 등록금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없다.
등록금은 정부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 교육시장에서 결정할 일이다. 공부가 좋아 열심히
공부할 빈곤층 학생들을 외면하자는 것이 아니다. 장학금 제도를 통해서 그들을 구제할 수 있다. 그들을 위해 부잣집의 기여 입학도
과감히 허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반값 등록금을 위한 정부 지원보다 훨씬 더 도덕적이다.
정부가 할 일은 각종
규제를 풀고 경쟁을 제한하는 요인을 제거해 대학 간 자유로운 경쟁질서를 확립하는 것이다. 경쟁은 다양한 재원을 확보해 낮은
등록금으로 질 좋은 교육을 공급하도록 대학을 유도하는 효과적인 사회적 메커니즘이다. 미국 대학은 승승장구하고 정부 규제가 심한
유럽 대학은 정체해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학생 선발과 수익사업,대학 퇴출이 자유롭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
가난한 대학생들을 위해서나 대학 경쟁력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대학 경쟁 질서이다. 반값 등록금은 문제이지 그 해법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