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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총기천국 미국, 경찰 죽인 총 셋 중 하나는 합법 구매

by betulo 2011.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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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8일 가브리엘 기퍼즈(40·)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 머리에 총을 맞아 중태에 빠지고 존 롤 연방법원 판사를 숨지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007년 버지니아 공대에서 발생한 조승희씨 총기난사 사건에서도 그렇지만 이번에도 용의자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당시에도 그렇지만 이번에도 총기규제 논의가 터져나온다.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총기규제가 이뤄질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 같다.

2010년 11월 당시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인용해 썼던 기사를 다시 꺼냈다. 당시 워싱턴포스트는 총에 맞아 순직한 경찰관들 관련 기록을 심층조사해 그들을 죽게 만든 총이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건지 밝혀냈다. 결과는 상당히 충격적이다. 1/3은 합법적으로 구매한 것이었다. 총기천국 미국의 슬픈 자화상이다.


글록19 권총. 이번 사건 용의자가 사용한 권총이 글록 권총이었으며 공교롭게도 조승희가 사용한 권총도 글록19였다.


경찰관 2명이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조사할 게 있다며 형사들이 현관에 앉아있던 해티 루이즈 제임스 할머니의 집을 찾아왔다. 올해 72세인 이 할머니는 형사들한테 자신이 1991년에 총기상에서 샀던 권총이 경찰관 두명을 죽이는 데 쓰였다는 말을 들었다.

 

제임스 할머니는 총을 산 지 1년 만에 남편 차에 넣어뒀던 총을 도둑맞았는데, 이 총이 돌고 돌아 15년 뒤인 200725세 청년 손에 들어갔고 결국 경찰 두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청년은 지난 9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총에 맞아 사망한 경찰관은 511, 부상자도 1900명이나 된다. 경찰관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총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1년에 걸친 취재 끝에 21(현지시간) ‘총의 숨겨진 삶이란 탐사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살인자들이 총을 손에 쥐게 된 경로를 밝혀냈다. WP는 이를 위해 350명에 이르는 경찰·검사·법관·총기상 등을 인터뷰했다.

 

신문은 범죄에 사용된 총 중 341건의 이력을 밝혀냈고, 이 가운데 107건은 합법적인 경로로 구매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총상으로 순직하는 경찰관 3명 중 1명은 미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총기상에서 판매한 총에 목숨을 잃는다는 의미다.

 

반면 훔친 총이 원인인 경우는 77건에 그쳤다. 이 가운데 46건은 합법적으로 총기를 소유한 친척이나 친구한테서 빌리거나 훔친 것이었다.

 

총에 맞아 사망한 경찰관이 가장 많은 곳은 캘리포니아(47), 텍사스(46), 루이지애나(28), 플로리다(27) 순이었다. 눈여겨볼 점은 미국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뉴욕에서는 경찰 사망자가 13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뉴욕이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총기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면서 일반적으로 총기 규제가 약한 주일수록 경찰관들이 총에 맞아 숨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한 경찰서장은 이와 관련, “미국에서 권총을 손에 넣는 건 누워서 떡 먹기나 다름없다.”면서 법으로 총기 소유를 규제하지 않는 한 경찰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금까지 부하 5명을 총 때문에 잃었다.

 

범죄에 이용된 총은 대부분 중화기가 아니라 권총이었다. 권총에 살해된 경찰은 365명이나 되는 반면 소총이나 산탄총에 살해된 경우는 140명이었다. 무기 판매상은 이에 대해 권총이 일반적으로 더 저렴하고 옷 속에 쉽게 숨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찰관들이 총에 맞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상황은 시내에서 운전 중 정차하거나 가정 분쟁이 일어나 출동했을 때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도로에서 잠시 차를 세운 사이에 총에 맞아 사망하거나 가정 분쟁을 돕기 위해 출동했다가 변을 당한 경찰관이 각각 91명과 76명이나 됐다. 전자는 합법적으로 확보한 총을 사용한 비율이 13%에 불과했지만 후자는 47%나 됐다.

 

2010-11-23 19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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