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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악순환 부르는 러시아의 이슬람 강경책

취재뒷얘기

by betulo 2011. 1. 2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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캅카스 혹은 카프카스라고 부르는 지역을 아십니까. 카스피해와 흑해 사이에 있는 캅카스 산맥 주변을 부르는 이름이지요. 영어식 표현으론 코카서스라고 하지요. 700만명에 이르는 러시아의 무슬림 인구가 주로 거주하는 곳이 바로 캅카스 지역입니다. 150년 넘게 유혈 독립투쟁을 벌이고 있는 체첸도 캅카스 지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한국 언론은 러시아식 관점에 따라 체첸 반군이라고 씁니다만 저는 체첸의 역사적 맥락에서 체첸 독립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하겠습니다.)

러시아 정부가 25(현지시간) 전날 모스크바 도모데도보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자살폭탄테러에 복수를 다짐하면서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하고 나섰습니다. AP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도적들의 근거지는 반드시 쓸어버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도 이날 각료 회의에서 복수는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캅카스 지역 지도. 출처=위키피디아


캅카스 지형도. 출처=위키피디아


테러 배후로 지목되는 게 체첸 독립군이라는 점에서 강경대응은 필연적으로 캅카스 지역 무슬림에 대한 강경책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AP통신과 슈피겔은 이날 이슬람 소수민족을 겨냥해 푸틴 총리가 주도하는 이같은 보복 대응이 다시 피를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AP통신은 러시아 정부의 강경책은 테러 증가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뿐이라고 꼬집었죠.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도 온건책은 비현실적이고 강경책은 이슬람 반군 지원자만 늘리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러시아 정부의 이슬람정책은 체첸을 대상으로 한 초토화작전으로 상징되는 강경책을 위주로 하면서 대규모 관광단지 개발이라는 온건책도 일부 병행해 왔습니다.

AP통신에 따르면 푸틴 총리는 2000년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 발생한 모스크바 지하차도 폭탄테러 당시에도 체첸 반란군들을 강경진압하겠다고 천명하는 등 일관되게 강경정책을 주도해 온 걸로 유명합니다. 당시 그는 만약 그들이 공항에 있다면 그 자리에서 죽이겠다. 만약 그들을 화장실에서 발견한다면 밖으로 끌어내 죽일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하지요. 하지만 체첸을 점령하고 괴뢰정부를 세웠음에도 독립군은 지금도 캅카스 지역에서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슈피겔은 반군의 활동을 반군 한 명을 죽일 때마다 또다른 이들이 반군에 가입하고 있다.”며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 히드라에 비유했습니다. 머리카락이 뱀으로 된 히드라는 뱀머리 하나를 죽일 때마다 새로운 머리 두 개가 솟아났다고 하지요

슈피겔은 이어 그 원인으로 러시아 보안군이 캅카스(코카서스)에서 벌이는 초법적인 군사활동과 이 지역에 만연한 부정부패, 실업과 빈곤을 꼽으면서 러시아는 캅카스 주민들의 공감과 이해를 얻는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강경책이 초래하는 더 큰 문제는 푸틴 총리가 권력 강화를 위해 줄곧 슬라브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바람에 슬라브족과 무슬림 사이에 긴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러시아 극우 폭력집단인 스킨헤드가 자행하는 인종범죄는 이미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지요. 지난해 12월에는 극우 민족주의자들이 이슬람 등 소수민족에 대해 무차별 폭행하는 폭동을 일으키자 소수민족 대표들이 자위권 차원에서 무장을 하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러시아 정부가 캅카스 지역에 대한 유화책을 안 쓰는 건 아닙니다. 러시아 정부는 올해에만 우리 돈으로 183600억원을 투자하는 야심찬 캅카스 지역 경제개발 계획을 발표하는 등 유화책을 지난주 꺼내든 바 있습니다. 하지만 AP통신은 투자비용 가운데 거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167700억원 가량이 민간 투자자를 통해 조달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슈피겔은 스키 리조트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개발을 통해 캅카스 지역에서 관광산업을 부흥시키고 이슬람 반군을 약화시킨다는 발상은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정책보다도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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