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재뒷얘기

독도문제, '조용한 대응'이 '현명한 대응'이다

by betulo 2010. 9. 27.
728x90

<초고. 2010.4.7.>


천안함 침몰로 온 나라가 어수선한 틈에 일본 초등학교 검정교과서 문제가 불거졌다. 일본 정부는 독도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전략을 구사하는 것일까.
국제법·조약법 전문가인 이석우 인하대 법대 교수와 김병렬 국방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한테서 일본의 눈으로 본 독도문제를 들어봤다.

Q: 독도 영유권 주장을 통해 일본이 얻으려고 하는 최종 목적은.

: 복합적이다. 근본적으로는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갖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익세력이라는 국내정치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대외정책 목표와 국내정치가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다.

: 한가지 이유만 있는게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독도를 차지하려는 생각이지만 당장은 ‘일본 것이라는 증거도 많은데 방치해서야 되겠느냐’ 하는 차원도 존재한다. 영토문제에 관한 한 양보하지 않는다는 강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필요도 있다. 지금까지 안했던 것을 한다면 고민이 되겠지만 어차피 하던 것인데 이제부터 안한다면 그게 더 고민이 되지 않겠나. 약해빠졌다는 비난도 의식해야 하고. 일본의 우익도 당연히 정치인들이 신경을 안쓸 수가 없을 것이다.

Q: 일본이 영토갈등을 빚는 곳 가운데 독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

: 대다수 학자들이 북방 4개섬이 1순위, 다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가 2순위, 독도는 세번째라고 간주한다. 이른바 북방영토는 많은 일본인들이 실제 살았던 경험도 남아 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러시아가 불법점유한다는 인식도 강하다. 센카쿠 열도는 자원문제 때문에 중요하다. 독도는 자원문제도 있지만 상징성도 워낙 크다.

: 예나 지금이나 일본에게 독도는 최하위다. 북방영토나 센카쿠 열도에 비하면 독도는 ‘인사치레’ 정도다. 가만히 있을수는 없으니까 게속 건드리는 측면도 있다. 보통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단 비중이 훨씬 낮다.

Q: 일부에선 일본정부가 치밀한 계획 아래 차근차근 도발(?) 수위를 높인다고 보는데.

: 그건 가설일 뿐이다.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일본 정부가 ‘독도를 되찾겠다’는 정책목표가 있긴 하지만 구체적인 일정표같은게 있다고 보긴 힘들다. 일본 입장에선 독도문제는 뭐랄까, 한국을 다루는데 꽤 유용한 정책 도구다. 쉽게 말해 언제든지 손해 없이 써 먹을 수 있는 꽃놀이패다. 한일관계에 돌파구를 열어야 할 때는 ‘독도문제는 거론하지 않겠다’고 하면 된다. 공세를 펴야 할 때는 어떤 방식으로든 독도문제를 건드리기만 하면 된다.

: 1994년 유엔해양법협약 발효를 기준으로 독도 문제의 위상이 달라졌다. 그 전까지 바다에는 12해리 영해와 공해만 있었다. 협약 발효 이후 한국의 동해와 일본의 동해로 배타적경제수역을 설정해야 하는 문제가 대두됐다. 1994년 이전에는 그저 주기적으로 ‘일본땅이다, 철수해라’ 하면서 주일대사관에 쪽지 하나 전달하는게 전부였지만 1994년 이후부터 일본은 동해가 일본 차지가 되면 가장 좋고, 누구 차지도 되지 않으면 차선, 한국이 차지하면 최악으로 보게 됐다. 일본 입장에선 현상유지만 해도 손해볼 건 없다. 일본이 독도지배를 위한 로드맵이 있다기 보다는 국제정세 변화에 대응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음모론은 없다.

Q: 정당이나 행정부처에 따라 독도 문제에 대한 입장차이가 존재하나.

: 영토문제는 탈이념화돼있는 주제다. 일본이 만약 독도문제를 역사적문제로 접근한다면 하토야마 정권에서 접근하는 역사교과서문제는 지금과 다른 방법을 취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현재 독도를 국제법적 분쟁 차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정권과 상관없이 비슷한 양상을 띄게 된다. 그게 정책일관성을 만들어낸다.

: 어느 국가나 영토문제는 정권교체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민주당 정권이라고 해서 예전과 달라질 거라고 기대하는 건 너무 안일한 발상이다. 정부 안에서는 외무성과 문부과학성을 주목해야 한다. 일단 교과서 문제는 문부과학성 소관이다. 이번 문제는 외무성에선 괜히 외교관계만 악화시킨다며 썩 내켜하진 않는 정서가 있다. 문부과학성은 아무래도 국내정치적 요인, 즉 우익세력이나 국민정서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반면 외무성은 거기서 좀 더 자유롭기 때문에 생기는 차이가 아닐까 싶다.

Q: 일부에선 ‘조용한 대응’은 곧 ‘유약한 대응’ 혹은 ‘무대응’이라며 불만스러워한다.

: 사실 독도문제는 한국이 지키는 입장이기 때문에 일본대사를 부르는 것 말고 달리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 그리고 무시하는게 현실적으로 괜찮은 대응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한국 정부가 조용히 처리하는 게 일본에겐 답답하기 짝이 없다.

일본정부에 강하게 대응하는게 혹자에겐 후련해 보이겠지만 그게 바로 일본이 원하는 것이다. 일본은 국제사회에 ‘독도는 분쟁지역’이라고 알려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2호가 찍은 독도 위성사진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민간에서 순수한 열정으로 미국 신문에 ‘독도는 한국땅’이란 광고를 내는 경우가 있는데 외국인들이 그 광고를 보고 ‘아, 한국과 일본이 독도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 ‘독도=분쟁지역’이라는 인식이 생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 이 교수는 대단히 조심스러워했다. 자칫 불필요한 오해를 살 것을 걱정했는데 주변 반응을 보면서 그게 꼭 기우만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분명히 하자. 냉정한 쪽이 이긴다.)

: 일본 정부 입자에서 한국정부 대응은 너무 조용해서 답답하기 짝이 없다. 일본 입장에선 한국 정부가 발끈해서 한판 붙자 하며 국제사법재판소 얘기라도 꺼내주는게 일본 입장에서 제일 기분좋은 건데  한국 정부가 대사나 불러서 주의나 주고 하니까.

독도 문제는 한일협정 할 때도 거론이 안된 건 아니다. 한국정부에서 강력하게 나갔다. 박정희 대통령이 비교적 판단을 잘 한 것 같다. 비사에 의하면, 서명하기 전날 일본 총리공관에서 서울쪽으로 전화를 걸어서 독도를 거론하지 않으면 서명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자 박 대통령이 ‘그렇다면 국교정상화 무효로 하자’라고 강력하게 나가서 일본이 물러난거다.

독도를 폭파시켜야 한다는 얘기도 일본이 먼저 했는데, 한국이 약한 모습 보이면 일본이 치고 나올테니까 세게 나가려고 그런 얘길 했던건데 마치 한국측이 먼저 얘기한 것처럼 와전됐다.

Q: 일본 입장에서 가장 좋은 한국 반응은 무엇인가.

: 일본이 어떤 조치를 취했을 때 한국의 반응이 확실하다면. 그건 비용대비 산출이 좋은거라 볼 수 있다. 그게 오히려 일본으로 하여금 독도카드를 유용하게 할 여지를 키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접근 방향도 역으로 독도문제 제기됐을 때 오히려 독도문제의 포괄성을 전반적으로 접근하는게 좋지 않을까.

일본의 아킬레스건은 식민지배 문제다. 다시 말해 독도보다는 식민지배를 부각하는 것이 오히려 큰 틀에서 일본의 문제를 부각시키고, ‘독도는 한일 역사갈등의 정점’이라는 프레임을 일본 사죄필요와 연관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일본의 망언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반응 자체도 정부의 정책기조와 같이 가야 한다고 본다. 이건 영토문제다. 냉정해져야 한다.

: 일본 입장에서 본다면 한국 시민들이 좀 더 격한 반응을 보여서 한국 정부에게 강경대응을 압박하는게 좋다. 지금 당장 독도문제를 국제해양재판소로 갖고 간다면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분명한 건 일본은 국제해양재판소에서 패소해도 지금과 달라질 게 없기 때문에 ‘밑져야 본전’이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대신 일본은 시간이 흐를수록 패소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어떻게든 ‘노이즈 마케팅’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반대로 굳이 갈 필요도 없고 가더라도 일찍 갈 필요도 없다.

국제법 공부하는 입장에선 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거다. 개인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지만 양쪽이 흥분하게 되면 고소 고발로 가게 되는거다. 갈떄는 가더라도 유리한 여건이 됐을때 가는게 좋다. 길거리에서 싸움이 붙었을 때 먼저 흥분해서 주먹 올라가는 사람이 나중에 합의금 내놓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래는 서울신문 4월7일자 8면에 실린 기사. 위 내용을 바탕으로 대폭 줄였다>


<1차 추가. 2010.4.25.>
독도문제, '조용'하고도 '차분'한 접근이 필요하다

김동석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이 시사IN 136호(10.4.23)에 기고한 글은 독도 광고와 관련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7113)

미국 LA 동부에서 대형 찜질방을 운영하는 한인 알렉스 조씨가 캘리포니아 60번 고속도로 변에 지난 1월 부착한 대형 옥외 광고판. LA 주재 일본 총영사관에서 4월5일 광고주인 알렉스 씨에게 다케시마는 일본땅이라며 광고철거를 요구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사진출처=시사IN)


가수 김장훈씨가 사비를 털어 미국 매체에 ‘독도는 한국 땅’ 광고를 내곤 한다는 미담기사를 여러 번 본 적 있다. 김장훈씨의 의도를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지만 세상일이라는게 의도와 전혀 다른 결과를 낼 수도 있다는 교훈은 항상 염두에 둬야 하지 않을까 싶다.


2008년 7월 어느 날, 갑자기 워싱턴 의회도서관에서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규정해 명칭을 바꾸겠다는 공고가 났다. 정부 관리가 독도 광고를 보고 그렇게 한 것이다. 문제는 쉽게 터졌는데 수습은 정말로 힘들었다. 눈을 씻고 찾아도 부근에 일본은 없었다. 

당시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에서는 연일 일본을 규탄하는 동포들의 목소리가 하늘을 찔렀고 일본 영사관 앞의 시위로 이어졌다. 한국에서는 독도수비대가 생겨났고 국회에서는 독도특별위원회가 조직됐다. 

워싱턴 주재 일본 특파원들은 오히려 무슨 일이 왜 생겼는지 문의해 왔다. 정말로 어처구니없었다.


김 소장은 지적한다. “미국에서 독도는 시민의 이슈가 아니고 외교 문제다. 광고로 미국 전역을 뒤덮어도 독도가 국내 시민 이슈로 변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이어서 조언한다. “미국에서 분쟁에 이기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미국 정부가 한국의 지배로 인정하는 동안 오히려 우리가 조용히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일이다. 광고가 무익한 것은 아니다. 다만,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전략(순서)의 문제라는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