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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알몸투시기, 비싼 만큼 값을 할까?

by betulo 2010.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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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명칭이 ‘전신 스캐너’인 알몸 투시기는 공항 직원이 승객과 직접 접촉하지 않고도 옷 속에 감춘 비금속성 물질과 폭발물을 식별할 수 있는 장비다. 이 기계 한 대 가격이 2억원이나 된다. 그럼 테러범의 입장에서 ‘알몸 투시기’는 얼마나 큰 위협 또는 걸림돌이 될까.

출처: http://www.mirror.co.uk/news/top-stories/2010/01/03/heathrow-airport-set-to-introduce-full-body-scanners-115875-21939645/

알몸 투시기 장비는 30~300기가헤르츠에 이르는 극고주파수 전파를 사용하는 밀리미터파(Millimeter Wave) 스캐너와 고에너지광선을 사용하는 후방산란(後方散亂) 스캐너 두 종류가 있다. 승객이 알몸 투시기 앞에서 손을 들고 몇 초만 서 있으면 될 정도로 신속한 전신 스캔이 가능하다.

알몸 투시기를 사용하면 알몸 수준의 신체 윤곽이 화면에 나온다. 심지어 관절 등에 이식한 보철물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 

당신이 총이나 칼, C4 폭약 같은 고밀도 물질을 갖고 가면 비행기에 탑승하기도 전에 작전은 실패한다. 하지만 바보가 아닌 바에야 엑스레이 검사만 해도 걸리는 물품을 반입하려는 테러범이 누가 있겠는가. 

누구도 해석할 수 없는 보안기술이 세상에 나오면 곧이어 어떤 암호라도 해독할 수 있는 기술이 세상에 나온다. 그 다음은 다시 어떤 기술로도 뚫을 수 없는 기술이 등장할 차례다. 테러범 입장에선 알몸 투시기도 마찬가지일 뿐이다. 정책이 있으면 대책도 있다. CNN이 지난해 12월 30일 항공보안 전문가 등을 인용해서 지적하지 않았던가. “전신 스캐너는 마술상자가 아니다.”

미국 엠브리리들 항공대학 소속 정보·보안연구소의 리처드 블룸 박사는 CNN과 인터뷰에서 “항문을 비롯한 신체 구멍에 폭발물을 숨기거나 아주 뚱뚱한 사람이 접힌 살 안에 폭발물을 숨길 경우 식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TSA 측은 보안을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다.

가루나 액체 등도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있다. 3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밀리미터파 스캐너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력이 있는 벤 월리스 영국 보수당 하원의원은 실험 당시 가루나 액체뿐 아니라 승객이 입은 옷처럼 얇은 플라스틱 물질을 구별하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그는 테러 용의자 압둘무탈라브가 가루 형태의 폭발물 80g을 속옷 깊숙이 숨겼다는 점을 감안하면 알몸 탐지기를 사용했더라도 폭발물을 탐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28일 CNN 방송에서도 기자가 직접 알몸 투시기를 실험해 본 결과 비닐봉지에 담은 물을 제대로 검색하지 못했다(여기를 클릭하세요).

 이밖에 보안기술자 브루스 슈나이어는 CNN과 가진 인터뷰에서 새로운 보안기술을 개발하면 곧 새로운 암호해독 기술이 나오듯이 알몸 투시기를 무력화할 방법을 테러범들이 찾아내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며 “알몸 투시기 도입은 돈 낭비”라고 주장했다.


서울신문 2010년 1월6일자에 실린 기사를 일부 수정했습니다. 시간상으론 이 기사 나가고 하루 이틀 후에 조선과 중앙에도 비슷한 기사가 실렸는데 참고사진이 독자들에게 꽤 인상적이었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알몸' 나오는 것 같았지요. 근데 그 사진은 합성된 거라는 게 밝혀졌다는군요. http://www.koreahealthlog.com/1531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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