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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미군 장군들, 퇴역후엔 군수업체 로비창구

by betulo 2009.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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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 부패문제의 핵심이 뭘까요?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처럼 하위공무원들 부패를 지목하는 사람도 있겠고, 정권줄세기를 비판하는 분도 있겠죠. 윤태범 방통대 행정학과 교수는 제게 ‘이해충돌’이라고 얘기해준 적이 있습니다.


변호사가 피고와 원고를 동시에 변호한다고 할 때 바로 이해충돌 상황이 발생한 겁니다. 국세청 고위 공무원이 세무조사 대상 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일이 있는데요. 그런 경우 그 국세청 공무원은 퇴직 전에 마음이 콩밭에 가있을 가능성이 높아지지요. 그게 바로 이해충돌입니다.


공무원 철밥통을 깬다며 고위공무원단제도를 도입하고, 개인성과평가를 하는 등 공무원제도를 ‘유연화’하는 흐름이 강해지는데요. 이런 제도들은 오히려 이해충돌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언제 잘릴지 모르고 잘리고 나면 기업이나 로펌 고문이라도 한자리 해야 하는데 그 기업이나 로펌 세무조사가 제대로 눈에 들어오겠습니까, 담합여부 조사가 마음에 들어오겠습니까.


이해충돌의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을만한 일이 미국 언론에 나왔습니다. 미군 고위장성들이 퇴역 후에 군수업체나 군납업체에 취업하고 국방부 선임고문으로 일합니다. 선임고문 소속사와 국방부 간에 로비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요?


이런 사실은 미국 일간지 유에스에이 투데이(USA Today)이 18일(현지시간) 내놓은 탐사기획 보도로 드러났습니다. 핵심은 미국 국방부 선임고문(senior mentors)으로 활동하는 퇴역 미군 고위장성 158명 가운데 대다수가 군수업체와 연결돼 있다는 것, 이들이 군수업체 로비창구로 기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만 현재 이와 관련한 규정도 없는 실정이라는 것입니다.


USA투데이는 “선임고문 158명 가운데 80%는 군납업체와 연결돼 있으며 특히 29명은 군납회사의 경영진으로 재직 중”이라면서 “군수업체 간부로서 고액연봉을 받을 뿐 아니라 시간당 수백달러에 이르는 선임고문료까지 받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보도에 따르면 군납·군수업체 등의 경영진으로 재직하면서 국방부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한 예비역 장성들 중에는 존 점퍼 전 공군참모총장, 찰스 홀랜트 전 특수전사령관, 로버트 네이터 전 해군 대서양함대사령관, 라일 바인 전 우주사령부 부사령관, 제프리 램버트 전 특수전사령관, 앤서니 지니 전 중부군사령관 등도 포함돼 있습니다.


선임고문들은 가상 전쟁게임을 실시하고, 과거 동료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수해 주는 일을 합니다. 자문료는 시간당 최저 200달러에서 최고 330달러에 달합니다. 여기에 연간 최소 10만달러를 연금으로 받고, 30년 이상 복무할 경우 연금액은 20만달러가 넘습니다.


가령 게리 맥키삭 해병 중장은 2002년 퇴역한 뒤 6개월 만에 군납업체 이사로 취업했고 해병대 자문위원으로 위촉돼 현역시절보다 두 배나 많은 돈을 자문료로 벌었습니다. 그는 2005년에는 연 120만달러 보수 계약을 해병대와 맺었고 연금액도 연간 12만달러고요.


국방부 선임고문으로 계약하는 예비역 장성들은 독립적인 계약자로 고용되기 때문에 시간제로 연방정부에 고용되는 직원들에게 적용되는 윤리규칙도 적용받지 않으며 계약관련 사항을 공개할 의무도 없습니다다. 거대한 사각지대가 생기는 셈입니다. 이에 대해 정부계약을 연구해온 조지 메이슨 대학 제닌 웨달 교수는 “국방부의 자문위원 계약이 남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하네요.


보도가 나가자 의회에서도 즉각 반응이 나왔습니다. 지난 2007년 미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서기도 했던 존 맥캐인 상원의원은 “이해관계 충돌을 피하기 위해 군수업체와 연결된 퇴역장성들에 관한 윤리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미 국방부에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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