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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사/취재뒷얘기

국민임대주택 '주먹구구 삽질'

by 자작나무숲 2009. 11. 9.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니 내집마련에 관심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부동산 관련 기사에 눈길이 가고 장기전세주택이나 보금자리주택을 설명하는 뉴스에 귀를 쫑긋 세웁니다. 그런데 정부가 적절한 수요예측 없이 국민임대주택 건설계획을 수립하는 바람에 현재 건설 중이거나 예정인 336곳 중 198곳에서 공급과잉과 지역별 수급불균형이 우려된다는 감사결과가 나왔습니다.

감사원이 11월 9일 정부가 추진중인 각종 임대주택과 보금자리주택 등 저소득층과 무주택 서민을 위한 주거복지시책을 점검한 ‘주거복지시책 추진실태’를 공개했는데요. 내용을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국토해양부는 국민임대주택 사업지구 336곳 가운데 119곳에 대해서는 ‘공급필요’ 등 이유로 수요평가를 면제했습니다. 수요평가를 실시한 217곳도 서류심사만 했을 뿐 정책대상 게층을 대상으로 한 입주의사, 임대료 부담능력 등 수요조사는 없었다고 하네요. 감사원에 따르면 이로 인해 수요평가를 거친 217개 사업지구 가운데 145개 사업(66.8%), 수요평가를 받지 않은 119개 사업 가운데 53개 사업(44.5%)에서 유효수요보다 국민임대주택이 과잉공급될 것이라고 합니다.

지역별 수요불균형 우려도 나왔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경기도 등 6개 시도는 이미 임대주택 유효수요보다 15만 3138가구가 많은 47만 5588가구의 택지를 확보한 반면 서울 등 10개 시도는 유효수요보다 28만 7580가구가 부족한 26만 5800가구의 택지만 확보했습니다.

첫단추는 이미 지난 2002년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건설계획’을 수립할 때부터 잘못 꿰었습니다. 당시 건설교통부는 국민임대주택 대상을 기초자치단체별 최저주거수준 미달 가구(334만 4000가구)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하지만 감사원은 2007년 감사에서 이 중 42.9%에 달하는 143만 4000가구가 입주자격이 없는 주택소유 가구였을 정도로 부정확한 자료를 활용했고 수요조사도 없었다는 점을 밝힌 뒤 국민임대주택건설계획을 다시 수립할 것을 통보했지요. 하지만 국토해양부는 이를 무시한 채 지난해 9월 보금자리주택 150만호 건설계획(국민임대주택 40만호 포함)을 내놓았답니다.

감사원은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정책대상 계층에 따른 지역별 유효수요를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국민임대주택 사업지구 수요를 분석·평가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통보했다. 이어 앞으로는 정확한 수요분석 없이 국민임대주택을 과잉공급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촉구했습니다.

●주거복지시책 현황

자 그럼 주거정책과 국민임대주택이 어떻게 연관되는지 감사원 자료를 바탕으로 한 번 정리해 보지요.

옛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는 ‘주택종합계획’(2003∼2012년)을 2002년 발표하면서 주거복지정책의 목표를 자력으로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저소득층의 주거여건을 개선하고 계층 간 주거격차를 완화하여 국민의 전반적인 주거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두었습니다. 이에 따라 주거문화를 ‘소유’에서 ‘거주’ 개념으로 바꾸고자 소득계층별 주거복지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소득 1∼4분위를 대상으로 국민임대주택 100만 호(66조 8천억 원, 2003∼2012년) 공급계획을 추진하였습니다.


소득계층별 주거복지 지원체계(2003~2007년)

≪ 계 층 ≫

 

≪ 특 징 ≫

 

≪ 주요 지원 내용 ≫

1분위

(최저소득층)

 

임대료 지불능력

취약계층

 

 ․ 다가구 등 매입임대

 ․ 소형 국민임대주택 공급

 ․ 주거급여 지원 확대

 2~4분위

(저소득층)

 

자가 구입능력

취약계층

 

 ․ 국민임대주택 집중 공급

 ․ 불량주택 정비 활성화

 ․ 전월세자금 지원 확대

 5~6분위

(중산화 가능계층)

 

정부지원 시

자가 가능계층

 

 ․ 중소형주택 저가 공급

 ․ 주택구입자금 지원강화

 7분위 이상

(중산층 이상)

 

자력으로

자가 가능계층

 

 ․ 시장기능에  일임

 ․ 모기지론 등 금융지원

     자료: 국토해양부

국민임대주택 건설계획의 공급정책 변화 추이

5만호

 

국민임대주택 5만 호 건설계획(구 건설교통부, '98년 10월)

 

 

 

10만호

 

국민임대주택 5만 호 추가 건설계획(구 건설교통부, '01년 4월)

 

 

 

20만호

 

국민임대주택 10만 호 건설계획(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01. 8. 15.)

 

 

 

50만호

 

국민임대주택 50만 호 건설계획(구 건설교통부 대통령 업무보고, '02년 4월)

 

 

 

100만호

 

국민임대주택 100만 호 건설계획(「서민주거안정대책」, '02. 5. 20.)

 

 

 

150만호

 

장기 공공임대주택 150만 호 건설계획(「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대책」, '03. 9. 3.)

※국민임대주택 100만 호, 10년 공공임대주택 50만 호

 

 

 

150만호

 

보금자리주택 150만 호 건설계획(「보금자리주택 건설방안」, '08. 9. 19.)

※영구임대주택 10만 호, 국민임대주택 40만 호, 공공임대주택 30만 호, 분양주택 70만 호

   자료: 국토해양부 자료 재구성

국민임대주택은 소득수준이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70%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에게 공급하는 것인데요. 2003년부터 2009년까지 모두 555,207호를 건설하기로 주택건설사업 승인을 받았고 이 가운데 24만 2776호를 공급(19만 7570호 입주)했습니다.

무엇보다 일정한 자격이 유지되는 경우 이사걱정 없이 최소 30년 이상 거주가 가능하고, 재정 등을 투입하여 임대료를 주변의 55%에서 83% 수준으로 공급함으로써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은 물론 시중 전ㆍ월세가격 안정에 이바지했지요.

특히 주목할 점은 임대 위주 주거문화를 형성해 주택의 개념을 <소유(所有)에서 주거(住居)로> 바꾸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뒤에 다시 언급할 보금자리주택과 관련해 눈여겨 봐야 할 부분입니다.

국민임대주택은 문제점도 나타났습니다. 수요가 많은 서울 등 도심지역에서는 가용택지가 부족하다는 사유로 비교적 택지확보가 수월한 도심 외곽과 지방에 국민임대주택을 대량 공급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준공이나 입주 후에도 과도한 수급 불균형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빈집이 발생하여 재정, 국민주택기금 등이 비효율적으로 집행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였다고 합니다(감사원, 23).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며 정부가 지난해 9월 내놓은 게 바로 보금자리주택입니다. 보금자리주택은 “과거 국민임대주택 위주의 대량 공급정책에 기인한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고, 각 정책대상 계층의 다양한 선호에 대응하기 위하여 임대주택 유형을 다양화하는 한편, 중소형 분양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내용”입니다(감사원, 23). 2018년 완료예정으로 2009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보금자리주택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주거 위주>에서 다시 <소유 위주>로 전환했다는 점이지요. 감사원도 지적했듯이 “최근 정부의 주거복지정책 방향이 국민임대주택 공급(100만 호) 위주에서 능동적 주거복지를 근간으로 자가(自家) 보유 촉진형 보금자리주택 공급[150만 호(소형분양주택: 70만 호, 임대주택: 80만 호)]으로 변화되었다.(감사원, 1)”
 

자세한 감사결과는 아래 파일을 참고하십시오.

댓글2

  • BlogIcon foog 2009.11.12 10:14

    감사원이 제 역할을 한 좋은 사례로군요. :)
    답글

  • 글락 2009.11.13 19:08

    국토해양부 홈페이지에 관련 해명자료가 있더군요. 2002년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건설 계획'의 총 건설물량 100만호는 당사 조사된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인 334만가구 전체를 목표로 한 것이 아니고, 이 중 저소득 임차가구로서 공공지원이 필요한 149만가구를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국토해양부가 나름의 합리적 판단에 근거해 계획을 수립했다고 하네요. 한번 참고해 보심이 좋을 듯 합니다~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