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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농업예산 40%가 건설

by 자작나무숲 2009. 11. 3.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따르면 농림수산식품분야 통합재정 규모는 17조 2274억원이다. 올해 16조 8745억원보다 2.1% 증가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농림수산부문이 14조 2045억원이고, 수산업·어촌부문이 1조3356억원, 식품업부문은 5652억원 등이다.

 국가전체 총지출에서 농림수산식품분야 비중은 올해와 내년도 모두 5.9%이다. 2007년도 6.5%와 지난해 6.2%에서 해마다 축소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많은 농림어업인들은 정부지원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반면 일부에선 급격한 고령화와 인구감소, 낮은 생산력 등을 이유로 오히려 재정지원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질적인 지원을 못받는다는 하소연과 너무 많은 재정을 쏟아붓고 있다는 주장이 엇갈리는 농림수산식품분야 예산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추적해봤다.

선진국 수준 농림수산예산 그런데 왜?

흔히 정부가 농림수산업을 지나치게 홀대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농림수산식품분야가 국가전체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5.9%는 액수로만 보면 미국 3.2%(2005년), 일본 2.9%(2006년), 영국 1.3%(2003년), 독일 4.6%(2003년), 프랑스 5.3%(2003년) 등과 비교해도 결코 작지 않은 규모다.

국가전체 총지출 대비 농림수산식품분야 비중  (억원, %)

연도별

국가전체

총지출 1』

농림수산식품분야

총지출 2』

 

농림수산식품부

소관 총지출

 

비중(%)

비중(%)

’07

2,384,000

155,815

6.5

135,539

5.7

‘08

2,572,000

159,821

6.2

139,549

5.4

‘09

2,845,000

168,745

5.9

146,363 3』

5.1

‘10

2,918,000

172,274

5.9

146,434

5.0

1」국가전체 총지출 : 국가전체 예산일반지출에 기금일반지출을 포함(내부거래지출 제외)
2. 농림수산식품분야 총지출: 농림수산식품부, 농진청, 산림청 등 총지출 합계를 말함.
3.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가 광역․지역발전특별회계로 재편되면서 1002억원 증액됨.
#출처: 농림수산식품부, <2010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안) 개요> (2009.10) 116쪽에서 인용.

선진국 수준에 이른 재정지원에도 불구하고 실제 농림어업인들은 그것을 체감하기 힘들다. 그 비밀은 건설 관련 예산이 농림수산예산 대부분을 차지하고, 정작 농림어업인들의 소득과 복지 관련 사업은 뒷전이기 때문이다.

농림어업인 뿐 아니라 농어촌생활에 관심을 갖는 도시민 모두 교육, 의료, 복지 등 ‘삶의 질’을 가장 중시한다. 농림수산식품부도 내년도 예산안 개요에서 “복지.교육 지원 내실화 등을 통한 농어촌 삶의 질 향상 지원”을 주요 편성방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예산 편성은 반대였다.

서울신문은 농림수산예산이 어떻게 배분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예산감시운동 전문단체인 ‘함께하는 시민행동’과 함께 기금을 제외한 내년도 농림수산식품부 소관 회계별 예산(9조 5985억원)을 사업 성격에 따라 건설, 투융자, 사업, 연구개발, 교육, 복지, 행정 등 7가지로 재분류했다. 그 결과 각종 건설공사에 들어가는 예산이 약 4조원이나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연구개발은 2258억원(2.4%), 교육은 1114억원(1.2%), 복지는 5013억원(5.2%)에 불과했다.

 정부는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중장기 투융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1차와 2차의 경우 생산기반정비가 29.9%와 34.1%인 반면 복지 관련은 9.6%와 8.2%에 불과했다. 2004년부터 시작된 3차 사업은 2007년 12월 기본틀을 보강했는데, 이에 따라 복지여건개선이 4.1%에서 3.5%로, 교육여건개선은 2.7%에서 0.6%로 더 축소됐다.

농림수산식품부 재정구조
 

이런 점에서 농림수산식품부가 “젊은 선도인력 유치를”를 명분으로 추진중인 농어촌뉴타운 조성사업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이 사업은 올해부터 2017년까지 무려 8137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올해 21억원에서 874%나 증액된 내년도 203억원 전액이 기반시설조성과 주택건축비에 들어갈 계획일 뿐, 사업대상인 도시 거주 30~40대가 가장 중요시하는 교육환경, 의료시설, 복지 등에 대한 정책수요가 반영되지 않은 실정이다. 

“건설이 농어민 행복하게 해줄순 없다”

전문가들은 농업예산의 큰 줄기를 ‘건설’에서 ‘삶의 질’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농업을 살린다며 벌이는 대규모 사업이 농민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진행되면서 농촌에서조차 농민들이 소외되는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정부에선 농업을 체질강화 해야 한다면서 영농 규모화, 농어촌 뉴타운사업 등을 말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오히려 농업예산을 농촌 현실과 정책적 수요에 맞게 쓰는게 중요하다.”면서 “이는 곧 ‘의료’와 ‘교육’ 등 복지로 농업예산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박진도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농촌지역에 가 보면 사회간접자본(SOC)는 이미 왠만큼 갖춰졌다.”면서 “실제 농어민들은 생활과 직결되는 교육, 의료, 복지 등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더 중요한 것은 정부가 벌이는 대규모 사업들에서 정작 당사자인 농어민들은 소외되고 사업이 끝나고 나서도 별다른 혜택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라면서 “사업을 하더라도 획일적인 대형 사업이 아니라 지역 실정에 맞는 맞춤형 사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원 경실련 농업개혁위원장(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비유를 들자면 좁은 집에서는 살 수 있지만 뼈대만 만들어놓은 집에서는 살 수가 없다. 건설만 한다고 농민들 ‘삶의 질’이 좋아지진 않는다.”면서 “소득 안정화가 우선이고 그 다음으로 유통 관련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굳이 건설쪽으로 예산을 써야 한다면 각종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등 유통부문 인프라를 늘리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서울신문 2009년 11월3일자 6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지면관계상 일부 표현 등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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