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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교육부 홀로 "선진국 수준 교육예산...문제없다"

by betulo 2009.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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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예산 대해부(2) "그들의 예산을 우리의 예산으로"

내년도 교육분야 재정 삭감으로 교육의 질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지난 22일 전국교육대학생대표자협의회(교대협)가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교육예산삭감 중단을 위한 동맹휴업을 결의하고 있다. 전국교육대학생대표자협의회 제공

교육 분야 재정의 삭감은 정치·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교육 전문가와 정치권, 시민단체에서는 일제히 교육예산 삭감을 막아야 한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그러나 정작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GDP 대비 교육예산은 선진국에 비해 결코 작지 않다.”며 내년도 교육예산이 줄어든 건 별로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다.  교과부 주장은 과연 현실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을까.

●“착시효과 크다”

교과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에 나온 국제비교를 근거로 댄다. 교과부는 지난달 8일 ‘OECD 교육지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2006년도 GDP 대비 공교육비 비율은 7.4%(정부부담 4.5%, 민간부담 2.9%)로 OECD 평균(5.8%)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비교는 위험하다.”며 착시효과를 경계한다. 진보신당 송경원 연구원은 “선진국은 이미 오래전에 교육시설투자가 끝났기 때문에 예산을 소프트웨어에 집중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낡은 책·걸상 교체조차 끝내지 못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그는 “교육예산 상당부분을 학교설립이나 교사 1인당 학생수 줄이기 등 교육기반 구축에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진국과 비교한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교과부 내부자료에 따르면 토지매입비 1조 1065억원, 시설비 3조 6051억원 등 자산취득에 들어간 예산이 2008회계연도 결산기준 초중등교육예산(39조 8332억원) 가운데 5조 39억원이나 됐다. 여기에 교육시설물을 민간에 위탁해 짓는 민자사업지급금 1894억원까지 포함하면 13.1%나 된다. 교육분야의 특성상 가장 비중이 높은 교사와 행정직 등 인건비 25조 8333억원(64.9%)을 제외하면 적지 않은 비중이다.

  2008회계연도 결산 기준 초중등교육 예산 성질별 지출 내역  (단위 : 원)

구분

 

결산액

구성 비율

합계

 

39,833,179,190,133 

100.0%

인건비

 

25,833,248,423,710 

64.9%

 

교원

18,766,238,435,058 

47.1%

 

행정직

2,676,766,999,234 

6.7%

 

기타직

688,501,896,008 

1.7%

 

사립학교교직원

3,701,741,093,410 

9.3%

물건비

 

1,019,448,693,356 

2.6%

이전지출

 

545,025,121,675 

1.4%

자산취득

 

5,003,883,629,927 

12.6%

 

토지매입비

1,106,479,495,980 

2.8%

 

시설비

3,605,126,401,391 

9.1%

 

자산취득비

249,828,251,483 

0.6%

 

기타자산취득비

42,449,481,073 

0.1%

상환지출

 

1,123,829,510,455 

2.8%

 

지방교육채

934,458,980,250 

2.3%

 

민자사업지급금

189,370,530,205 

0.5%

학교지원

 

6,305,099,500,070 

15.8%

 

공립학교

5,266,124,907,430 

13.2%

 

사립학교

953,205,985,230 

2.4%

 

기타

85,768,607,410 

0.2%

예비비 및 기타

2,644,310,940 

0.0%

※ 작성기준

○ 교원 : 세출 세목 보수 + 직급보조비 + 특정업무활동비 + 맞춤형복지비 + 공무원법정부담금 + 공립맞춤형복지비 중 교원에 대한 지출액
○ 행정직 : 세출 세목 보수 + 직급보조비 + 특정업무활동비 + 맞춤형복지비 + 공무원법정부담금 + 공립맞춤형복지비 중 행정직에 대한 지출액
○ 기타직 : 세출 세목 기타직보수 + 기간제근로자보수 + 기타직법정부담금 + 기간제근로자법정부담금 지출액
○ 사립학교교직원 : 세출 세목 사립학교재정결함보조금 + 사립맞춤형복지비 지출액
○ 물건비 : 세출 목 운영비 + 여비 + 업무추진비 + 연구개발비 + 교육위원회비 + 경상교육지원사업비 + 세목 교직원복리후생비 + 직책급업무추진비 지출액
○ 이전지출 : 세출 목 보전금 + 민간이전 + 자치단체이전 + 해외이전 + 출연금 - 세목 공무원법정부담금 - 기타직법정부담금 - 기간제근로자법정부담금 지출액
○ 토지매입비 : 세출 목 토지매입비 지출액
○ 시설비 : 세출 목 건설비 + 세목 학교환경개선사업비 + 사립학교시설지원 지출액
○ 자산취득비 : 세출 목 유형자산 + 무형자산 지출액
○ 기타자산취득비 : 세출 목 융자금 + 기금적립 + 투자교육지원사업 지출액
○ 지방교육채 : 세출 세목 차입금상환 + 차입금이자 지출액
○ 민자사업지급금 : 세출 세목 민자사업지급금 지출액
○ 공립학교 : 세출 목 학교회계전출금 - 세목 학교환경개선사업비 - 공립맞춤형복지비 지출액
○ 사립학교 : 세출 목 사학지원비 - 세목 사립학교재정결함보조 - 사립학교시설지원 -  사립맞춤형복지비 지출액
○ 기타 : 세출 목 전출금 등 지출액
○ 예비비 및 기타 : 세출 목 예비비및기타 + 당겨쓰기충당금 지출액

초등교육과 중등교육은 그래도 사정이 낫지만 고등교육은 선진국과 비교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OECD 교육지표자료에서 구매력지수(ppp)를 반영한 학생1인당 공교육비를 계산해 보면 초등교육 3883달러, 중등교육은 5713달러로 OECD 가중평균인 초등교육 5868달러, 중등교육 7173달러보다 약간 적은 정도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고등교육은 한국이 2157달러인데 비해 OECD 가중평균이 7315달러로 3배 이상 뒤처져 있는 실정이다.

학생1인당 공공부담 공교육비

 

 초등교육

 중등교육

 고등교육

 한국

     3,883

     5,713

     2,157

 멕시코

     1,681

     1,817

     4,451

 프랑스

     5,161

     8,759

     9,975

 핀란드

     5,845

     7,465

   12,327

 덴마크

     8,615

     9,461

   14,844

 독일

     4,663

     6,564

   11,097

 일본

     6,283

     7,466

     4,326

 네덜란드

     5,727

     8,482

   11,331

 스웨덴

     7,692

     8,489

   15,213

 미국

     8,887

   11,590

   15,213

 OECD평균(가중)

     5,868

     7,173

     7,315

출처: 진보신당 송경원 정책연구원(2009년도 OECD교육지표를 재구성)
단위: 달러(구매력지수 반영)

●“착각이거나 알리바이거나”

일부 전문가들은 ‘선진국 수준 교육예산’ 논리가 교육예산 확충을 위한 의지 부족이라는 맥락에서 파악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육학과 교수는 “교과부가 착각에 빠져 있거나 예산삭감 책임을 회피하려고 알리바이를 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숙명여대 교육학과 송기창 교수는 최근 한 기고문에서 “지방교육재정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하는 것은 교과부가 지방교육재정 확충에 소극적이라는 점”이라면서 “교육감 직선제와 지방교육 자율성 확대에 따라 교과부의 영향력이 급속히 줄어들면서 지방교육재정을 확충하려는 유인이 줄어들었기 때문인 듯하다.”고 말했다.
 <초고에는 있었지만 분량 때문에 지면에는 빠진 부분임>

서울대 교육학과 백순근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교육예산을 줄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정부가 혹시라도 교육예산을 줄이려 했다면 이제라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국회 관계자도 “민원인이나 교육청 앞에서는 한없이 강한데 정작 경제부처 앞에서는 작아진다.”고 꼬집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서울신문 2009년 10월27일자 9면에 실린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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